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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단풍에 희게 핀 서리꽃
▲ 서리꽃 붉은 단풍에 희게 핀 서리꽃
ⓒ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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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의 단풍에 피어난 서리꽃
▲ 서리꽃 철쭉의 단풍에 피어난 서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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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아침, 마당 가에 나가 서니 하얗게 서리가 내렸습니다. 이곳 강원도 깊은 골짜기는 이제 겨울입니다.

다 따지 못한 대추나무의 발갛게 익은 대추는 서리에 맞아 그대로 얼어버렸습니다. 불타듯 제 잎을 매달고 서 있던 단풍나무는 서리에 언 이파리를 후두둑후두둑 털어내고 있습니다.

서리는 꽃처럼 화단의 마른 잎들에 피어 있습니다. 발갛게 물든 철쭉 잎에도 서리꽃이 곱게 피었습니다. 봄에는 눈부신 꽃잎을 피워내더니, 이제 겨울 앞에서 철쭉은 저렇게 또 새로운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입니다.

말라 보기 싫게 변한 금계국을 베어냈더니, 그 자리에 새로 잎이 움텄었는데, 그 여린 이파리에도 서리꽃은 하얗게 피어 있습니다.

온 몸에 가시를 매단 벌레같다, 서리꽃.
▲ 서리꽃 온 몸에 가시를 매단 벌레같다, 서리꽃.
ⓒ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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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국 잎에 핀 서리꽃
▲ 서리꽃 금계국 잎에 핀 서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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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은 어쩌면 겨울이라는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자연의 신호인지도 모릅니다. 저렇게 몇 번 흰 서리로 세상을 길들여놓고, 마침내 어느 날 흰 눈으로 겨울의 한복판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서리꽃 피어 가을이 지나가고, 서리꽃 피어 겨울이 옵니다.

나는 한동안 마당 가에 서서 서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 앞에 넋을 놓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피어오르자, 서리꽃은 점점 자취를 감춥니다. 잎들은 그제야 추위에서 벗어나 부시시 잠깨는 것처럼 제 빛을 살려냅니다. 흔적도 없이 져버리는 서리꽃은 마치 한바탕 허망한 꿈과 같습니다.

철쭉에 핀 서리꽃
▲ 서리꽃 철쭉에 핀 서리꽃
ⓒ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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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봄꽃이 쓸쓸하다면, 스러지는 서리꽃은 아득합니다. 그 아득함은 어쩌면 매운 겨울을 견뎌내야 할 마음의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순간 곱게 피었다 덧없이 스러지는 서리꽃의 허망함을 생각해야 하는 겨울 문턱의 아침은 왜 이렇게도 눈부신 것인지요?

마른 잎에 핀 겨울 꽃
▲ 서리꽃 마른 잎에 핀 겨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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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제 몸 녹이는 서리꽃
▲ 서리꽃 햇살에 제 몸 녹이는 서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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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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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장다리꽃같은 우리 아이들>,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랑은>, <천년 전 같은 하루>, <꽃,꽃잎>, <물골, 그 집>, <람풍>등의 시집과 <비에 젖은 종이 비행기>, <꽃비> , <무지개 너머 1,230마일> 등의 소설, 여행기 <구름의 성, 운남>, <일생에 한 번은 몽골을 만나라>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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