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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언제 저리도 붉어졌을까?”
  시멘트로 인해 도심은 삭막하다. 다정하거나 부드러움보다는 각지고 거친 느낌이 앞선다. 오관을 통해서 감지되는 메마른 느낌들은 그대로 삶으로 이어진다. 안으로 스며드는 건조함이 삶을 메말라가게 한다. 그래서 아예 포기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지는 가을의 얼굴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곱게 단장을 하고 유혹하고 있다.

 

 

 

  도로 양 옆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들이 곱게 물들여져 있었다. 가을의 마법은 시나브로 세상을 바꿔버린 것이다. 은행잎이며 느티나무가 어찌 그렇게 아름다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넋을 놓고 빠져들었다. 단풍의 마법에 걸려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바깥세상과 내 안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일치를 이루니 오묘한 가을에 빠져드는 것이다.

 

  날마다 같다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변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 또한 오늘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을 잡고 있었다. 오늘의 하늘이 어제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니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고 매사가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의지는 실종되고 피동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사는 것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니, 새로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날마다 확인되는 시멘트 문화 속에서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늘어나는 것은 세상에 대한 불만뿐이었고 마음의 여백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세상의 모습은 늘 회색뿐이었다. 경이로움이란 아예 있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을 딛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날마다 바뀌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아예 보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으니,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굴러가는 세월 앞에서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하늘이 결코 어제의 하늘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곱게 물든 도심의 단풍이 마음의 눈을 뜨게 만든 것이다. 꽉 닫아버린 마음을 열리게 만든 것이다. 주변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감았던 눈을 뜨고 나니,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보였다. 어찌 이리도 다를 수 있단 말인가. 믿어지지 않아 보고 또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심의 아름다운 모습이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가을의 마법은 위대하였다. 단조롭던 세상을 바꿔버렸다. 그렇게 지루하고 답답하였

던 마음이 뻥 뚫려버린다. 보이는 것마다 새로운 모습이고 도시의 향이 그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다. 왜 진즉 도시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을까? 왜 눈 감고 귀 막고 살았을까? 마음만 열면 보이는 것을, 귀만 열면 들리는 것을 왜 몰랐을까?

 

 

 

  도심의 가을에 취하는 욕구가 생긴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하고 싶은 일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편지도 쓰고 싶고 전화도 하고 싶어진다.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잡고 정겨움을 나누고 싶고 마음을 나눠주고 싶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조바심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어서 실천하고 싶어진다.

 

  ‘사랑이 하고 싶다.’
  이 가을이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오직 유일한 2007년의 가을이 아닌가.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무심하게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욱 더 사랑하여야 한다. 어머니를 사랑하고 아버지를 사랑해야 한다. 이웃들과 가을을 함께 노래하고 즐거움을 만끽해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다. 아 !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태그:#도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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