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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째날인 지난 1일 오후 1시 충남학생회관 정보관 지하 다목적실은 엄마 품에 안겨 혹은 종종걸음으로 참석한 아기들과 엄마들로 가득 찼다. 아기와 엄마의 한바탕 체조에 이어 김경미 나사렛대 교수가 동화구연을 시작해 좌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김 교수의 구연동화에 엄마들은 중간중간 박수를 치며 호응해 아기들도 오감을 자극하는 구연동화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날 처음 행사장을 찾았다가 돌아가는 엄마들 손에는 충남학생회관 정보관이 증정한 예쁜 꾸러미 하나씩이 들려 있었다. 책 꾸러미에는 그림책 2권과 북스타트 추천도서 목록 등이 들어 있다. 아기를 책 읽는 아이, 도서관을 친숙하게 찾는 청소년으로 이끌 소중한 씨앗이 주어진 셈이다.

“책 가지고 놀아요”, 충남학생회관 정보관의 ‘북스타트’

가을은 예부터 독서의 계절로 꼽혔다. 중국 당대의 대문호인 한유는 아들에게 독서를 권장하느라 시 한 편을 지었다. 그 시에서 유래한 '등화가친'(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말로 학문을 탐구하기에 좋다는 뜻)에서 알 수 있듯 가을은 책 읽기에 좋은 시절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천안에 책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충남학생회관 정보관은 지난달 2일부터 북스타트 사업에 돌입했다. 북스타트 사업이란 영유아 부모들을 위한 독서육아지원운동. 아기와 부모가 그림책을 놓고 깔깔 웃고 이야기하는 풍경을 떠올리면 된다. 천안에 거주하는 24개월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 2천명이 대상이다.
충남학생회관 정보관에서 엄마아 아이가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다.
 충남학생회관 정보관에서 엄마아 아이가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다.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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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이 책과 친해지는 첫 번째 장인 북스타트의 일환으로 충남학생회관 정보관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시 보건소 3층 회의실과 충남학생회관 정보관 지하 다목적실에서 ‘북스타트 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북스타트 데이에서는 책꾸러미가 무료로 전달되고 자원봉사자들의 진행으로 동화구연 및 오감 자극놀이가 이뤄진다.

박순규 충남학생회관 문헌정보부장은 “북스타트 데이마다 공간이 꽉 찬다”며 “북스타트 회원으로 등록, 책 꾸러미를 갖고 간 시민들이 한달새 1천4백명을 넘어서는 등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북스타트 데이 말고도 충남학생회관 정보관은 10월부터 12월까지 독서교육 특강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독서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북스타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책 읽는 천안에 도서관 확충도 한 몫, 책읽는 천안네트워크 구성도 추진

천안의 책 바람에는 도서관 확충도 한몫하고 있다. 천안시는 지난달 9일 4번째 시립도서관인 아우내도서관을 지난 9일 병천면에 개관했다. 시비 83억원을 비롯해 총 공사비 99억원이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 아우내도서관은 1만여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아동열람실과 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공공도서관이 없었던 동면, 북면, 성남면, 수신면, 병천면 등 동부지역 주민들은 아우내도서관 개관으로 한결 책과 가까운 생활이 가능해졌다. 개관 한달이 경과하지 않은 지난 10월말 현재 도서관 회원으로 3백6명이 등록했고 도서대출권수도 1천9백50권을 기록하고 있다.

규모는 공공도서관에 미치지 못하지만 작은 도서관도 책 바람의 또 다른 진원지. 10월말 현재 천안의 작은 도서관은 2곳. 2005년 옛 원성2동 사무소 2층을 이용해 개관한 작은 도서관과 지난 4월 중앙동사무소 오룡별관 2층에 문을 연 작은 도서관.

작은 도서관은 올해 안에 4곳으로 늘어난다. 천안시는 12월에 성남면 주민센터와 일봉동 주민자치센터에 각각 작은 도서관 한곳씩을 추가로 설치한다. 내년에는 구 문성동사무소와 풍세면, 여성회관 등 3곳에 작은 도서관을 시설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독서문화의 인프라 확충을 위해 2010년까지 작은 도서관을 12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책 바람의 전진기지가 될 도서관을 확충하자는 운동은 민간에서도 활발하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천안환경련)은 2008년 완공되는 광덕산 환경교육센터내 ‘광덕산 풀꽃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책읽는천안만들기시민네트워크(추)가 주최한 '책 읽는 천안 만들기' 시민워크숍
 책읽는천안만들기시민네트워크(추)가 주최한 '책 읽는 천안 만들기' 시민워크숍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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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및 환경전문도서관을 목표한 풀꽃도서관은 2백17평 면적에 생태 및 환경도서 5천권을 구비할 예정이다. 천안환경련은 지난 6월에는 북 콘서트를 개최해 도서구입비용으로 800만원을 마련했다.

책 바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책 읽는 천안’을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자생적인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책읽는천안만들기시민네트워크(추) 주최로 ‘책 읽는 천안 만들기 시민워크숍’이 개최됐다.

불당동과 백석동 등 신흥 주거지를 중심으로 자리잡은 어린이전문서점이나 북카페도 천안의 책 바람에 힘을 싣고 있다.

책 읽는 천안, 어떻게 실현할까?
책 읽는 도시가 건강한 지역, 내실 다지고 네트워크 활성화 필요

군산과 김해 등 최근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은 살 만한 도시를 만드는 핵심사업으로 ‘책 읽는 도시’ 혹은 ‘도서관 도시’를 주창하고 있다. 천안도 분산적으로 이뤄지는 여러 곳의 책 바람이 ‘책 읽는 도시’로 자연스레 모아져 ‘건강한 지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작은 도서관, 수 늘리기보다는 질 도모해야

첫 번째는 ‘책 읽는 도시’와 인프라 문제. 책 읽는 도시를 만드는데 작은 도서관이 중요한 인프라임은 분명하지만 물량 늘리기에 치우치면 효과가 반감될 여지도 크다. 시는 작은 도서관의 건립공간을 공공청사로 한정하고 있다.

공공청사 외의 공간에서 소규모 문고 형식으로 운영되는 곳까지 작은 도서관으로 육성해 지원할 경우 수혜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작은 도서관의 인력은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고 전기세 등 운영비는 시가 직영체제로 지원한다는 방침.

문현주 중앙도서관 쌍용분관 사서팀장은 “한정된 정원에 작은 도서관까지 인력배치는 어렵다”며 “주민들의 책임성과 활동성을 유도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천안에서 유일하게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원성2동 작은 도서관의 운영단체인 ‘미래를 여는 아이들’ 김기연 사무국장은 “대출, 대납과 공간만 관리한다고 작은 도서관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작은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상근 활동가 수준의 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작은 도서관의 숫자 늘리기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재정과 인력을 충분히 지원해 한두곳이라도 내실있는 작은 도서관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로 더 커지는 '책 바람', 계층 편중도 해소 필요

책 바람을 책 읽는 도시로 상승시키기 위한 두 번째 과제는 네트워크. 책 바람을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민-관을 포함한 관련 기관의 효율적인 네트워크가 절실하다. 천안은 4곳의 시립도서관 외에 충남교육청 산하 정보관과 평생교육원 그리고 각 초중고 대학마다 학교도서관이 있다.

현재는 이들 도서관 간 네트워크가 부족해 상호대차 서비스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중복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중앙동 작은도서관의 경우 7천권의 장서를 갖추고 학교도서관이 이미 활성화된 중앙초등학교 옆에 조성돼 어린이들의 이용자가 기대와 달리 적다. 이 때문에 중앙동 작은도서관은 4천2백61권의 장서 중 3천권을 차지한 아동서 비중을 개관 후 10% 정도 낮췄다.

이유선 어린이도서연구회 천안지회장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경계 허물기를 제안했다. 이 지회장은 “학교가 학교도서관을 학교만의 것이 아니라 지역도서관으로 인식을 바꿔 개방한다면 책 읽는 천안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학교도서관 개방을 위해서는 학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자치단체의 지원과 관심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천안 풍세초는 11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학교도서관을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개방해 호평을 받고 있다.

네트워크 활성화와 중복사업 해소를 위해 장기수 천안시의회 의원은 통합적인 시스템 구축과 제도 정비를 언급했다. 장 의원은 “작은 도서관의 위상과 성격, 역할이 현재는 불분명하다”며 “별도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작은 도서관 관련해 별도 조례 제정이 아닌 중앙도서관 운영 조례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책 읽는 천안을 위해서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책 읽는 문화를 다양한 계층으로 확산시키는 노력도 요구된다. 북스타트 사업이나 작은 도서관은 아무래도 성인보다는 어린이나 청소년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쌍용도서관 김연숙 자원봉사자는 “노인정을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6개월간 동화책을 읽어드렸더니 반응이 좋았다”며 “아동뿐만 아니라 경로당이나 양로원 등 노인을 대상으로 한 책읽기 운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54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태그:#책읽는도시, #천안, #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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