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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내륙인 차드에서 유전 개발에 한창인 중국 기술자.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석유 개발에 나선 중국기업과 중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프리카 내륙인 차드에서 유전 개발에 한창인 중국 기술자.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석유 개발에 나선 중국기업과 중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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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남동부의 말라위. 말라위는 196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젊은 국가다. 2004년 현재 인구 1190만 명, 국내총생산(GDP) 17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158달러, 대외무역거래 12억7000여 달러…. 가난한 아프리카에서도 남동부 내륙에 위치하여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중 하나인 말라위.

중국 푸젠성에서 온 양제(25)는 말라위 최대의 아이스크림 제조회사를 운영하는 청년 실업가다. 2001년 고향 사람들과 달리 미국·유럽을 택하지 않고 맨 손으로 말라위에 온 양은 6년이 지난 지금 친척과 친구까지 불러올 정도로 성공했다.

8월 18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처음 중국기업은 원유나 광물자원 개발을 위해 아프리카에 진출했다"며 "지금은 양제처럼 건설·무역·의료클리닉 등 각종 사업체를 운영하는 중국인 사업가를 아프리카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서부에서 가장 큰 나라인 나이지리아. 면적이 한반도 4.3배이며 1억4000여만 명의 인구가 사는 나이지리아는 하루 평균 250만 배럴의 원유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7위의 산유국이자 세계 10위의 천연가스 자원대국이다.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안정된 정치 기반을 지닌 나이지리아에는 한 외국인 추장이 있다.

먼저 진출하여 사업을 벌인 아버지를 따라 1972년 아프리카에 온 후제궈는 2001년 나이지리아 부족회의를 통해 추장으로 추대됐다. 나이지리아 의회의 상원에 해당하는 추장위원회의 일원인 후는 "나이지리아 정부에 여러 의견을 개진할 권리와 영구 사면권까지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후는 "추장이 된 것은 오랫동안 여러 기업을 경영하면서 나이지리아 경제에 공헌하고 지역사회에 많은 봉사활동을 벌인 결과"라며 "언제든지 주지사를 만날 수 있고 대통령도 접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유일한 중국인 추장인 후제궈. 나이지리아에서 손꼽히는 재벌 기업을 경영하는 후는 정관계 인사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고위직 요인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유일한 중국인 추장인 후제궈. 나이지리아에서 손꼽히는 재벌 기업을 경영하는 후는 정관계 인사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고위직 요인이기도 하다.
ⓒ 중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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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아프리카 8개국을 순방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후 주석은 지난 3년동안 3차례나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지난 2월 아프리카 8개국을 순방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후 주석은 지난 3년동안 3차례나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 중국석유뉴스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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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칸 드림' 이룬 청년, 나이지리아 추장이 된 기업가

21세기 지하자원의 보고로 희망의 대륙으로 거듭나고 있는 아프리카. 반 세기 전까지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고통 받던 검은 대륙에 75만 명의 중국인들이 곳곳을 누비고 있다. 아프리카는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체제 속에 미국과 구 소련, 유럽 식민제국의 각축장이었다. 중국은 1950년대부터 제3세계에 대한 외교 차원에서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1976년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갓 끝낸 중국은 다시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은 비동맹운동의 동지로, 전통적 우방으로 자리매김했다. 1982년 중국정부가 파견한 의료봉사단의 통역요원으로 탄자니아에 2년 동안 머물렀던 덩량(62)은 기자에게 "현지인들은 중국인에 대한 호감이 아주 높았다"고 말했다.

덩은 "탄자니아만 해도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와 수탈을 받아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열강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강하다"면서 "탄자니아인들은 중국을 서구의 침탈을 함께 받고 자신들을 도와주는 친구로 열렬히 환영했다"고 회고했다.

중국 경제가 비약적인 고성장을 구가하면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경제교류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30년 전 1000만 달러를 갓 넘었던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 규모는 작년 550억 달러로 천문학적인 성장세를 이뤘다. 중국은 1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앞세워 작년까지 66억4000만 달러의 자금을 아프리카에 투자했다.

작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은 아프리카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높은 위상을 보여줬다. 중·아 포럼에는 아프리카 전체 53개국에서 48개 국가 지도자들이 중국에 날아와 참석했다.

중국은 이에 화답하듯 아프리카 각국에 대한 원조증대와 2005년 만기 무이자 차관 및 채무 탕감, 지하자원에 대한 공동개발 및 장기구매 등을 약속했다. 최근 3년 사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14개국, 원자바오 총리는 7개국,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20개국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도 줄이어 아프리카를 찾으면서 정성을 쏟고 있다.

중국 내 석유 생산량 및 소비량 추이.
 중국 내 석유 생산량 및 소비량 추이.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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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아프리카 원유수입 현황.
 중국의 아프리카 원유수입 현황.
ⓒ 재정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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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로 가는 중국... "시장도 석유도 그 곳에"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석유자원 확보와 새로운 시장개척 때문이다. 고도 경제성장에 따라 중국 내 석유 소비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2005년 3억2535만t의 석유를 소비하여 15년 만에 3배나 늘어났다.

1993년 석유 수입국가로 돌아선 중국은 2020년에는 수입량 비중이 68%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공세를 벌이는 데에는 자국 내 에너지 수급 문제에 있다.

중국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아프리카의 석유자원 확보에 나섰다. 1995년 수단과의 유전개발 협정을 시발로 최근까지 나이지리아·앙골라·기니 등 20개국과 유전 탐사 및 개발 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정유시설을 자국의 자본으로 설비해 주면서 공장 가동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까지 제공해 주고 있다.

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의 집념은 집요해서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내전이나 인권 탄압을 일삼는 국가에 대해서도 경제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내정불간섭 원칙을 내세워 지원 국가의 민주주의·인권·부패 등을 문제삼지 않는다.

저렴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앞세워 중국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가정까지 침투하고 있다. 8월 28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프리카에서 중국 차는 유럽산 중고차 가격으로 공격적인 시장 공략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올해 들어 중국 차의 대 아프리카 수출은 5월까지 6만1천대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아프리카 소비자들은 중국산 차의 안전성과 신뢰도보다는 낮은 가격과 일본·한국 차 못지않은 외관에 더욱 주목한다"고 전했다.

9월 22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700여 개의 중국 기업들이 모든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해 있다. 올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액은 65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저우야빈 상무부 아프리카국 국장은 "중국정부는 실력 있고 믿을만한 중국기업이 아프리카에 투자하고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적극 장려한다"고 말했다. 저우 국장은 "올 7월까지 중국은 아프리카 33개국의 채무 168건을 전액 면제했다"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상품에 대한 무관세도 늘릴 것"이라며 일방적인 진출만이 아님을 강조했다.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서 식당을 열어 일하는 한 중국인 요리사. 중국인들은 아프리카에 진출한 뒤 고향의 친척과 지인들을 불러 들여 일한다.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서 식당을 열어 일하는 한 중국인 요리사. 중국인들은 아프리카에 진출한 뒤 고향의 친척과 지인들을 불러 들여 일한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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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의 반발과 강대국들의 견제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환영만 받는 것은 아니다. 르노 딩겜네알 차드 상공회의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기업은 아프리카인을 고용하는 대신 중국인 노동자들을 데려오고 돈은 본국으로 보낸다"면서 "앞으로 수년 간 적어도 4만 명의 중국인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윌프레드 콜린스 우나니 잠비아 상공회의소장은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천연자원을 싹쓸이하고 값싼 자국 상품을 팔아먹고 있다"면서 "아프리카 자원을 중국에 보내 다시 완제품을 들여오는 것은 발전이 아닌 또 다른 식민지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차별적인 중국의 진출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저항은 거세지고 있다. 4월 24일 에티오피아 오가덴에서 유전 탐사 작업을 벌이던 중국 석유회사를 무장 반군이 습격하여 중국인 9명이 살해되고 다른 7명이 납치됐다. 앞서 1월과 3월에는 나이지리아에서 석유회사 노동자와 통신사 직원 등 중국인 16명이 납치되기도 했다.

영국 <BBC>는 "잠비아에서는 중국기업 경영진들이 노동환경에 신경을 쓰지 않고 최저임금도 못 미치는 임금에 노조활동도 탄압한다"면서 "중국인 상점을 습격하는 등 현지인들의 반중 감정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냉전 이후 아프리카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국의 견제도 만만찮다. 미국 국방부는 내년 가을 아프리카 사령부를 창설하여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 행사를 감시할 예정이다.

냉전시 아프리카의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했던 러시아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재벌 총수들을 대동하고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러시아 광산업체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50억 달러를 투자했고 석유기업은 나이지리아·알제리·앙골라·이집트 등에서 30억 달러가 넘는 석유 탐사 계약을 따냈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패권을 다투는 일본은 지난 20일 앙골라에 대해 엔 차관을 처음 제공했고, 마다가스카르 등에도 차관 지원을 재개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내년에 도쿄에서 '아프리카개발회의'를 개최하여 적극적인 아프리카 지원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남미의 브라질도 룰라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치면서 "아프리카의 개발과 성장에 어울리는 투자를 실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미·러 양국에서 신흥 강대국까지 잇따라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의 움직임은 거칠 것이 없다. 지난달 25일 중국 국영상업은행 공상은행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은행인 스탠더드뱅크그룹의 지분 20%를 55억 달러에 인수·계약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가 금융서비스 등 제3차 산업에까지 진출하는 신호탄인 것이다.

ⓒ 산업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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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국,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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