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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차려입은 가을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에 농촌 들녘에서는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황금벌판을 자랑하던 논에는 싹둑 잘린 벼들이 나란히 누워 키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길가에는 노란 산국이 다복다복 피어나 가을 향기를 한아름 전해줍니다.

 

오늘날의 농촌 들녘에는 어르신들이 낫을 들고 벼를 베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계가 논을 한 바퀴 빙 돌고 나면 바른 자세로 공손히 인사를 하던 벼들이 가지런히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꿈에 부풀었던 모습을 회상하듯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토요일이던 지난 10월 24일, 국도를 타고 충북 진천을 지나면서 잠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막 탈곡이 끝난 논에서 파리채를 들고 다니는 할머님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리지 않고 국도를 이용하는 이유는, 지나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자연경관과 삶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국도를 이용하여 차를 달리곤 합니다. 국도를 타고 달리면서 만나지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는 일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파리채로 무언가를 열심히 잡고 있는 할머님들께 가기 위해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넜습니다. 단풍이 곱게 물든 느티나무 아래로 머리에 물건을 이고 걸어가며 정담을 나누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앞서 보였습니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두 분의 모습이 고향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진기로 몇 번을 연속하여 할머님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단풍든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 향하는 할머님들의 모습에서 정겨움이 느껴집니다. 두 분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시야에서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는 제 얼굴에 들국화를 닮은 웃음이 피어납니다.

 

논으로 다가가자 할머님 두 분이서 파리채로 무언가를 열심히 잡고 계셨습니다.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파리채를 들고 지푸라기가 누워 있는 논바닥을 툭툭 치며 연방 무언가를 잡아 비닐봉지에 담고 계셨습니다. 다른 한 할머님께서는 앞치마를 두르고 그 안에 작은 비닐봉지를 넣고는 무언가를 잡아서 비닐봉지에 담으십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보자 메뚜기를 잡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자 사방에서 메뚜기가 팔딱팔딱 뛰며 할머니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을 때 많이 보았던 메뚜기가 이곳에서 대량으로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농약을 안 하고 농사를 짓느냐고 묻자, 지금은 농약을 별로 안치고 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메뚜기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서 소일 삼아 나왔는데 이제 나이를 먹어서 예전처럼 잘 잡지 못한다고 합니다.

 

무릎 가까이 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파리채를 들고 메뚜기를 잡는 모습을 이곳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할머니들이 메뚜기 잡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멋진 작품이 나와 주길 바라면서 찍고 또 찍고 수십 번을 찍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냥 나오기 뭐해서 몇 마리를 잡아서 할머니께 드렸습니다. 맨손으로 폴짝거리며 뜀뛰기를 하는 메뚜기를 살금살금 다가가서 손으로 움켜지자 손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느낌이 징그럽게 느껴졌습니다.

 

어렸을 때 많이 보아왔던 모습이기 때문에 그래도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메뚜기들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굳이 묻지 않았습니다. 포장마차에서 술안주로 사용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메뚜기는 수분이 23.6%이며, 당이 100g, 단백질이 64.2g, 지질 2.4g, 회분 3.5g, 칼슘 25mg, 인 585mg, 철 42mg, 비타민 A 92 IU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주로 영양식이나 술안주등 간식 및 약용으로 사용되는데 주로 포장마차에서 술안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농촌에서 농약을 사용하여 농사를 짓기 때문에 메뚜기 떼가 흔치 않습니다. 운 좋게 메뚜기 떼를 만났던 곳처럼 산간지역의 유기농으로 쌀을 생산하는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가을이 활활 타오르며 무르익어가는 농촌 들녘에서, 파리채를 들고 가족과 함께 정담을 나누며 메뚜기 한번 잡아보는 것은 어떠세요?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회를 놓치기 전에 가을 벌판에서 메뚜기와 함께 뛰어보세요. 멋진 추억이 될 것입니다.


태그:#메뚜기, #농촌,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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