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선을 앞두고 상승 무드를 타던 한나라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돌출한 이른바 '3대 악재'를 한나라당이 넘지 못하면 이명박 후보를 내세운 정권교체가 수월하지 않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형편이다.

 

당 지도부는 29일 의원총회에서 BBK 의혹에 대한 '안이한' 대처와 당의 도덕성 해이, 계파 갈등 등의 현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지만 속시원한 해법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① '이회창 출마설'] 계파 갈등 다시 불붙을까

 

불교방송(BBS)은 29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오피니언리서치의 27일 ARS 전화 여론조사(2089명 조사, 95% 신뢰수준에 ±2.1% 포인트)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이명박(44.2%), 정동영(20.4%)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13.7%의 지지율을 얻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도 이 후보가 15% 안팎의 지지율로 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호각지세'를 이뤘다는 말이 당내에 돌고 있다.

 

ARS 조사는 일반 전화여론조사에 비해 응답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가 시중 여론을 어느 정도 반영했는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는 이 전 총재로 하여금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할 만한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회창 출마설은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당내 갈등에 다시 불을 붙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 전 총재가 최근 접촉한 정치권 인사들(서청원 전 대표·정인봉 변호사 등)이 하나같이 '친박근혜' 성향의 인사들이라는 점이 이 후보 측근들의 심경을 건드렸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29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 후보를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경선 중인 걸로 착각하는 세력이 당 내에 있다"며 "이제부터는 당 최고위원으로서 이 후보를 통한 정권 교체에 방해가 되는 어떤 잡음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간신히 봉합되는 듯 했던 당내 갈등을 자극할 발언이 나오자 강재섭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오늘 아침 이상한 기사가 나왔는데,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작은 언사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나 이재오 최고위원은 곧바로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층 거센 항변으로 이를 되받아쳤다.

 

"경선이 언제 끝났는데 아직도 경선하는 걸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이래서 당이 되겠느냐? 국정감사장에서 친박 의원들이 팔짱을 끼고 있으니 (신당의 이명박 공격에) 일사불란한 대응도 되지 않고 있다. …(중략)…한 쪽에선 출마한다고 하고 한 쪽에선 자파 모임 산행에 참석하고 있는데 지도부가 이런 것을 계속 방치하고 있어도 되냐?"

 

'친이' 성향의 이방호 사무총장도 "(몇 사람이) 자기들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가 조르고 하기 때문에 단합이 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라며 '친박' 의원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이에 이강두 중앙위의장과 김학원 최고위원 등 '친박' 의원들이 맞서며 회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러갔다는 후문이다.

 

이 후보는 최고위 '사태'를 보고받은 후 "당대표를 중심으로 화합하고, 서로 효율적으로 토론하여 선거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 최고위원을 필두로 한 '친이' 성향 의원들에게 '자제'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것이 당 화합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지는 미지수다.

 

[② 도덕불감증 논란] '차떼기 인사' 영입에 '피감기관 향응'까지 

 

국회 과기정위 소속 임인배 위원장과 김태환 의원이 연루된 '피감기관 향응' 사건은 한나라당을 다시 들쑤셔놓았다.

 

한나라당이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지 3일 뒤에는 보건복지위 소속 신당 의원들이 주축을 이뤄 국감 기간 중 유흥주점을 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지만, 구태정치의 오명은 대부분 한나라당이 뒤집어썼다.

 

한나라당으로서는 2005년 법사위의 대구 '술자리 폭언' 사건과 2006년 국방위의 골프 사건에 이어 매년 국감마다 여론의 질타를 받는 사건이 계속 터지는 바람에 "당이 총체적인 도덕불감증에 걸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일부 의원이 특정 언론사들을 겨냥해 "우리가 집권하면 <오마이뉴스>가 살아남겠냐", "XXXX 같은 친여매체는…"이라며 오만한 언사를 거침없이 내뱉는 것도 연초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방침에 맞서 "언론 자유를 수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정당이다.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술취한 여성에게 성폭행을 하려다가 당에서 제명당한 전직 당협위원장이 공천을 다시 신청한 사건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의 장본인 최돈웅 전 의원을 상임고문으로 모시려 하고,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당을 떠난 최연희 의원(무소속)의 지역구(강원 동해·삼척) 책임자를 여전히 '공석'으로 남겨놓은 것이 당에서 받아들여서는 안 될 사람에게 '헛된 꿈'을 심어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 후보는 '탈여의도 정치'를 얘기하지만 일련의 악재들이 "후보는 좋아도 당이 싫다"는 정서를 자극해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편, 과기정위 향응 건으로 내년 총선에서 피공천권을 잃게 된 임인배 의원이 결국 '재기'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임 의원은 지역구(경북 김천)에서 인기가 높아서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를 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당으로서는 대선이 끝난 후 정치개혁이라는 명분과 당선 가능성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

 

[③ 끝나지 않은 의혹] 이명박 끝까지 괴롭히는 BBK 공방의 끝은?

 

 
이 후보에게 BBK 사건은 대선기간 내내 안고 가야 할 '업보'가 되어버렸다.

 

이 후보가 한때 사업을 같이 했던 재미동포 김경준씨의 범법 행위에 대해 범여권의 주장처럼 자신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인정하자니 대통령후보의 도덕성 논쟁을 일으킬 게 뻔하고, "김씨에게 사기당했다"며 해명하자니 '무능한 경제전문가' 이미지가 덧씌워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선 후에도 총선이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검찰 수사의 방향에 따라 특검 실시 여부로 정치권이 '연장전'을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BBK 사건에 어려운 금융용어들이 등장하고 사건 관련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2002년의 병풍처럼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로 믿게 된다(안상수 원내대표)"며 신당의 공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이회창 출마설'도 따지고 보면 BBK 사건으로 인한 이 후보의 낙마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으로서는 BBK를 잠재우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신당의 BBK 공세에 맞서 정동영 후보를 '패륜아'로 몰아세우고 정 후보 처남의 주가 조작설로 맞불을 지피지만 한나라당의 공격이 짜임새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이 후보가 BBK 사건에 대해 '소이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에도 "솔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기자들이 'MAF 펀드 회장설'을 묻자 이 후보의 입에서 "지금 (마포) 해장국집 얘기를 하는 것이냐?"는 반문이 나왔다.

 

나경원 대변인이 "후보가 기자의 질문을 '마포 해장국'으로 잘못 듣고 한 답변"이라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이 후보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에 대해서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다.


태그:#이명박, #이회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