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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1일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DJ 납치생환' 34주년 기념미사에 참석한 박지원 비서실장이 상념에 잠겨 있다.
▲ DJ 납치사건에 '입' 열까? 지난 8월 11일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DJ 납치생환' 34주년 기념미사에 참석한 박지원 비서실장이 상념에 잠겨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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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김대중 납치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2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교토 리츠메이칸(立命館) 대학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이에 따라 일본 현지에서 이뤄지는 언론 인터뷰와 기자간담회 등에서 납치공작 및 은폐의 책임소재 문제가 자연스레 부각될 것으로 보여 김 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을 끈다.

박지원 실장, “일본 언론, DJ 납치사건에 대한 DJ 견해에 큰 관심 갖고 있다”

국정원 진실위는 지난 24일 김대중 납치사건 조사결과 발표에서 이 사건을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국가정보기관(중앙정보부)이 저지른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일본 내에서 납치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혀 사실상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했다.

국정원 진실위는 그러나 “일본 정부 또한 한국의 공권력 개입사실을 알고 있었으며서도 외교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합의해줌으로써 결국 사건 발생 초기에 진상이 규명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면서 “30여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던 납치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작업을 했다는 것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정립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점을 일본당국도 인식을 같이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김대중 납치사건 조사결과가 발표된 24일, 한국 정부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요구하면서도 납치공작 은폐의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통령의 방일 기간에 어떤 식으로건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대통령의 방일을 수행하는 박지원 비서실장도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의 준비된 강연 원고에는 그(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질의응답에서 질문이 나오면 답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해 기자들이나 청중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자연스레 견해를 밝히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박 전 실장은 “일본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견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3박 4일 동안의 방일 기간에 ▲교토 리츠메이칸 대학 명예법학박사 학위 수여 및 ‘한반도 평화와 한일관계’ 주제 특별강연 및 질의응답 ▲일본 TBS-TV 및 <세카이(世界)>지 등 일본 언론과의 회견 ▲동포인사 오찬 등의 공개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일본 정부, 진상규명 위해 ‘DJ 조사할 수 있다’고 압력

73년 8월 당시 납치에서 풀려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생환 직후의 망중한 73년 8월 당시 납치에서 풀려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김대중도서관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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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해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는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일본 총리에게 “우리 대통령(박정희)께서 당신이 난처하지 않게 배려하실 것이니 앞으로 ‘김대중 사건’은 완전히 잊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다나카 총리는 “김 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끝을 맺기로 하자. 이제 이 문제는 ‘파(par: 골프 용어로, 여기선 서로 손해 보지 말고 끝내자는 뜻)로 합시다. 일본측 수사본부를 서서히 눌러 가면서 없애겠다”며 일본측 수사를 종결하고 한국에 수사를 일임하는 데 동의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겉으론 ‘주권 침해’ 사건이라며 DJ를 일본으로 돌려보낼 것을 요구했으나 양국 총리의 대화 내용을 기록한 ‘면담 요록’(3급 비밀)에 따르면 다나카 총리는 “그 사람(DJ)은 여기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국정원 진실위가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하려하자 양국 정부가 사건을 덮기로 했던 ‘비밀각서’의 존재를 내세워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으로 심지어 진상규명을 위해 ‘김 전 대통령을 조사할 수도 있다’고 압력을 행사한 바 있다.

국정원 진실위가 의욕적으로 진상조사를 해놓고도 일본의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기록하는 데 그친 것은 검은돈 4억엔을 수수한 ‘매수외교’의 원죄를 잘 알고 있어 부담을 느낀 한-일 양국 정부가 끝까지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24일 “김 전 대통령께서는 34년 동안이나 진상규명을 기다려왔다”고 전제하고, “뚜렷한 범죄의 증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사를 포기한 일본 정부와 이를 은폐한 한국 정부 모두가 양국 국민과 세계 앞에 큰 과오를 저질렀다”면서 “양국 정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 김대중선생 납치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의모임(공동대표 한승헌, 윤순녀)도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 정부는 범행 및 범인 탈출을 방임했거나 또는 막지 못한 과오 및 한국정부와 공모하여 사건의 진상을 은폐해 온 데 대하여 피해자와 한국 국민에게 사죄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국정원 진실위 발표 이후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직접 표명한 적은 없다.

김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씨는 29일 출국해 30일 교토의 명문사학 리츠메이칸대학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받고, ‘한반도 평화와 한일관계’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갖는다. 김 전 대통령의 퇴임후 방일은 2005년 4월 도쿄, 2007년 2월 오키나와에 이어 세 번째다.


태그:#김대중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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