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좌)와 신기성의 매치업

주희정(좌)와 신기성의 매치업 ⓒ 서민석

 

"우리는 항상 전문가 평가랑 반대로 가는데..."

 

지난 시즌 KTF 관계자들은 ‘전문가 예측 징크스’라는 것을 자주 언급했다. 전문가들이 시즌 전 ‘잘해봐야 6강’이라는 야박한 평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PO)등에서도 KTF는 항상 전문가들의 예상과 반대로의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올 시즌을 앞두고 KCC-동부등과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힌 것이 KTF관계자들은 내심 이 불안한 징크스가 깨지길 바랐다. 하지만, 개막 이후 치른 4경기에서 보여준 KTF는 또다시 이러한 징크스에 발목 잡인 듯한 모습이다.  

 

물론, 이제 고작 54경기 중 4경기. 즉, 7.4%경기만을 치른 시작점이라 남은 경기에서 얼마든 만회할 기회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많은 KTF 입장에선 초반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섣부른 낙관론을 펼칠 수도 없다.

 

개막전 승리 이후 3연패라는 부진에 늪에 KTF가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골밑 자리 싸움을 펼치는 타이론 워싱턴

골밑 자리 싸움을 펼치는 타이론 워싱턴 ⓒ 서민석

기대에 못 미치는 외국인선수

 

사실 KTF가 강호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추일승 감독 이하 프런트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영입했던 뛰어난 외국인 선수의 몫이 컸다. 게이브 미나케-애런 맥기-나이젤 딕슨-필립 리치 등으로 이어지는 KTF 외국인 선수들은 언제나 제 몫을 해주며 팀의 전력을 배가시켜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KTF에게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자유 계약제에서 드래프트제로 바뀐 것은 유리할 것이 없는 제도 변화였다. 여기에 1R 10순위라는 제일 후순위를 얻은 것 역시 ‘재앙’에 가까운 일이었다.

 

결국, 드래프트를 통해 세드릭 웨버와 타이론 워싱턴을 뽑은 추일승 감독은 “그 순번에서 뽑을 수 있는 선수 중 가장 좋은 선수를 뽑았다고 자부한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두 외국인 선수의 기량은 그동안 봐왔던 KTF 외국인선수들 중에서 가장 떨어진다고 봐야하는 상황이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타이론 워싱턴이다. 지명 때부터 스피드는 다소 떨어진다는 것은 어느정도 감수하고 뽑은 선수지만, 골밑 플레이에서 외국인선수다운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26일 KT&G와의 경기에서는 14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긴 했지만 전 3경기에서 그가 기록한 성적은 평균 7득점에 4.67리바운드에 지나지않는다. 외국인선수라는 이름값이 아까운 상황이다. 비록, 무릎 부상 수술 경력이 있어 아직까지 부상 재발에 대한 공포감 때문인 듯하지만, 외국인 선수로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워싱턴보다야 났지만, 웨버 역시 그 동안 KTF 외국인선수들이 보여준 활약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선수다. 그는 개막 이후 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5.25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 기록에서 알 수 있듯 득점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분명 갖춘 선수임에 틀림없지만, 기복이 심하다보니 결정적인 순간 믿고 맡기기에는 다소 불안하다.

 

사실 자유계약제 시절 KTF는 ‘웨이트가 좋아 몸싸움에 능하고,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선수’를 중심으로 선발했었다. 결국 KTF에 딱 맞는 선수들을 영입한 것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그런 선수를 뽑지 못했다. 웨버의 경우 몸 싸움에 약하고 워싱턴의 경우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국인선수들의 실망스런 기량때문에 KTF 홈페이지 '팬들의 수다공간'에는 이미  "기량미달인 워싱턴을 퇴출시키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팬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한 것이다.

 

과연 올시즌 KTF의 가장 큰 약점이 되어버린 '외국인선수 듀오'는 남은 경기에서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시즌 초반의 시련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고향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지 주목된다.

 

 골밑슛을 시도하는 허효진(가운데)

골밑슛을 시도하는 허효진(가운데) ⓒ 서민석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조직력

 

외국인선수 못지않게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은 조직력 역시 KTF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물론, 아직까지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손발이 안 맞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면서 상대적으로 팀 전술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신기성과 워싱턴이 경기 중간중간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것이나 지난 SK전에서 같은 포지션인 송영진과 박상오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아직까지 뭔가 맞지않은 KTF의 조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위치 선정이나 콤비 플레이 등에 있어서 경기 중간중간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러한 임시방편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셈이다.

 

결국, 지난 시즌 주축멤버 중 신기성과 송영진을 제외하고, 외국인선수 듀오는 물론 양희승, 최민규, 조동현, 박상오 등 상당수 멤버가 새롭게 합류한 KTF 입장에선 지난 시즌 준우승이라는 쾌거 달성의 밑거름이었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하루빨리 회복하지 않는다면, 올 시즌 힘겨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KTF가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외국인 선수와 불안한 조직력을 경기를 거듭하면서 매워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문제로 번질지 주목해보자.

2007.10.27 09:10 ⓒ 2007 OhmyNews
부산 K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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