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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BBK 의혹'의 재점화와 함께 전면전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이 최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BBK 의혹을 집중 제기한 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 의원을 24일 고소할 뜻을 밝히자 신당도 맞고소로 대응할 방침이다.

 

BBK 의혹 제기로 인한 고소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8월 <한겨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나라당은 최근 <한겨레>의 BBK 의혹 보도 또한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검찰이 이번 고소 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경우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국내 송환과 맞물려 사건의 진실 규명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수차례에 걸쳐 허위 사실을 반복 유포한 박영선 의원을 상대로 민사상 10억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고, <한겨레>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박 의원이 김경준의 주가조작 범행에 이용된 MAF 펀드를 이명박 후보가 실질적으로 지배했다. LK이뱅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 MAF 펀드에 투자했고, 이 후보는 순환출자를 통한 자금 세탁을 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소송에는 이 후보가 아니라 안상수 원내대표가 고소인을 맡기로 했다. 이는 지난 이 후보가 당 대선후보가 된 다음날(8월21일) <한겨레>에 직접 소송을 건 것과 대조적인데,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 후보를 소송전의 '유탄'으로부터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 의원의 새로운 의혹제기가 일으키는 논란의 핵심은 2001년 2월 이 후보가 대표이사를 맡은 LK이뱅크가 MAF에 보낸 1250만달러(약 150억원)가 '단순투자금'(한나라당)이냐 아니면 '전환사채(CB)와 주식'(대통합민주신당)이냐는 것이다.

 

전자가 맞다면 "이 후보가 김경준씨의 말만 믿고 투자금을 잃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만, 후자가 사실이라면 "이 후보가 MAF의 지배권을 얻으려고 지분을 인수했다"는 신당의 의혹 제기가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단순투자" - 대통합민주신당 "전환사채와 주식"

 

 

박형준 대변인은 "이 후보가 MAF에 가입했다고 해서 이것이 김경준이 대주주로 있던 MAF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MAF의 펀드관리계약서에 김경준이 대표이사로 기재되어 있고, MAF 사업설명서에 들어있는 이사회 명단에도 이 후보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 점으로 비추어 모든 것이 김경준의 '자작극'이라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박영선 의원이 불순한 경로로 MAF의 자금 흐름을 뒤져 이 후보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한다"며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MAF 투자금이 미국의 또 다른 유령회사 A.M. 파파스를 통해 LK이뱅크로 다시 흘러들어오는 순환출자 형태의 '돈세탁'이 일어난 것 같다는 게 박영선 의원의 주장인데, 박형준 대변인은 "박 의원이 MAF의 자금 입출금 내역을 입수한 것만 보더라도 김경준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며 정보의 입수 경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 후보 측이 1월 5일 미국 법원에 직접 제출한 소장에 나온 내용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24일 "김경준이 2000년 8월 김백준과 이명박에게 LK이뱅크의 자본금을 MAF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 계획은 이사회에서 승인됐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고소장을 공개했는데, 이는 "김경준이 이 후보 몰래 LK이뱅크 인감으로 계좌를 개설한 뒤 MAF에 투자했다"는 한나라당의 종전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박 의원은 "이 후보 측이 MAF 투자계획이 이사회를 거쳤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이 후보 스스로 (사기 행각에) 관련됐음을 고백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일을 맡은 미국 변호사들이 국내 상황을 잘 모르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자기들의 착오로 소장을 여러 번 쓰는 경우가 있다. 여러 개의 소장 중 최근의 소장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사무 착오로 만들어진 소장을 부각시킨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형준 "박영선 의원, 사무착오로 만들어진 소장 부각시켰다" 

 

이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 후보의 LK이뱅크 투자금이 MAF에 어떤 형태로 유입됐는지를 보여주는 투자계약서의 확보가 시급한데, 현재로서는 계약서의 존재가 '오리무중'이다. 박 대변인은 "투자계약서는 법률지원단에 요청해 보겠다. 그러나 (LK이뱅크 부회장이었던) 김백준씨도 전환사채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더라"고 전했다.

 

박영선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죄로 맞고소를 할 의사를 내비쳤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이 처음에는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이 후보가 투자한 것은 사실이라고 자꾸 말을 바꾸고 있다"며 "우리 당에서 박형준 대변인을 고소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미국 법원의 기록을 번역해서 그대로 얘기했을 뿐인데,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빼도 박도 못하는 궁지에 몰리니 위기를 모면하기에 소송을 걸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검찰이 수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 이 후보 측이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BBK와 관련해) 많은 문제가 나왔지만 저는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고 그런 일을 하지도 않았다"며 "그 문제가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 자체가 참으로 안타깝다"며 자신의 '결백'을 거듭 확인했다.


#BBK#김경준#박영선#박형준#김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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