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향해 콜로라도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4승으로 장식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 우승을 향해 콜로라도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4승으로 장식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이제 대망의 '월드시리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백미인 월드시리즈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에서 열리는 첫 경기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막을 연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보스턴이 3년 만에 다시 왕좌에 오를지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의외의 팀' 콜로라도 로키스의 선전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콜로라도의 월드시리즈행

콜로라도는 정규시즌 막판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합류했다. 비록 포스트시즌의 필수조건인 지구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와일드카드(양대 리그 지구 우승 6개 팀을 제외하고 각 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2개 팀)를 따낸 것. 콜로라도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가까스로 와일드카드 공동 선두를 지키며 마지막 와일드카드 결정전(tiebreaker)에서 9-8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때만 해도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콜로라도는 '관심 밖'의 팀이었다. 최근 10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이 처음인 이들에게 큰 관심이 없는 건 당연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특히 콜로라도가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지구 4, 5위를 도맡아 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사실(1998년부터 2006년까지 지구 4위-5위-4위-5위-4위-4위-4위-5위-4위)은 이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적어도 2007년 포스트시즌의 콜로라도는 달랐다.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인 디비전시리즈에서 콜로라도는 쉽지 않은 상대였던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3연승을 거뒀다. 여기엔 모든 경기에서 선취점을 내며 기선을 제압한 사실이 컸다. 3경기 모두 필라델피아보다 두 배의 점수를 기록했다는 것(4-2, 10-5, 2-1)도 이들의 완벽한 승리를 말해준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콜로라도는 이어진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여전히 무서운 힘을 발휘했다.

콜로라도는 12일 체이스필드에서의 방문경기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자랑하는 에이스 브랜던 웹(28)과 마주쳐야 했다. 웹은 앞선 시카고 컵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7이닝 4안타 9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쳤기에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지만 기세가 오른 콜로라도를 상대로는 6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난공불락의 웹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콜로라도는 애리조나를 5-1로 이겼다.

그들은 다음날 벌어진 승부에서마저 연장전 끝에 11회 초 1점을 뽑아 3-2 승리를 거뒀다. 이어 홈에서 벌어진 나머지 2경기도 잡아냈다. 명실상부한 내셔널리그 리그에서 최강자로 군림했을 뿐 아니라 '꿈의 무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콜로라도, 객관적 전력은 열세

"수고했어." 클린트 허들 콜로라도 감독이 경기를 마치고 들어오는 외야수 브래드 호프를 다독이고 있다.

▲ "수고했어." 클린트 허들 콜로라도 감독이 경기를 마치고 들어오는 외야수 브래드 호프를 다독이고 있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콜로라도의 월드시리즈 맞상대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으로 손꼽히는 보스턴이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위치한 보스턴은 정규시즌 96승 66패를 기록해 최고의 승률(.593)팀으로 거듭났다. 보스턴과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상대를 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또한 보스턴과 최고 승률 공동 선두였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와 팬들은 객관적으로 보스턴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보스턴은 2004년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데다 이름값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타 데이빗 오티즈(32), 매니 라미레즈(35)를 중심타선에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선발과 불펜의 조화가 한 수 위라는 점도 거론된다. 특히 보스턴은 1차전부터 포스트시즌 통산 5승 2패 평균자책점 1.78을 기록하고 있는 에이스인 조시 베킷(27)을 쓸 수 있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제프 프랜시스(26)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베킷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3번의 등판을 모조리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언제나 '단기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즌 전 콜로라도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나 팬들은 극소수였다. 그런 팀이 월드시리즈까지 왔다는 사실은 그간 이뤄진 단기전에서 '의외의 선전'을 펼쳤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점은 월드시리즈에서도 유효하다.

콜로라도는 현재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22경기에서 21승 1패라는 경이적인 승리를 거뒀다. 11연승 뒤 1패를 당했고 다시 10연승이다. 정규시즌을 제외하고 포스트시즌에서만 따져보면 7승 무패다. 이 가운데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4홈런 7타점으로 분전한 맷 할러데이(27)와 같은 선수들의 역할이 컸다.

포스트시즌에서 분위기를 탔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다. 비록 8일이나 되는 휴식으로 감각이 무뎌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던 것처럼 콜로라도는 1993년 창단 후 첫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패배를 모르는 팀으로 변모한 콜로라도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남다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안도의 한숨
이번 월드시리즈는 자칫 '그들만의 잔치'가 될 우려가 있었다. 콜로라도가 철저한 비인기 구단이었기 때문이다. 1993년 창단으로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콜로라도는 지역 팬들을 제외하면 큰 지지 기반이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포스트시즌에 관중 동원 이외에도 흥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중계권이다. 전국구의 지지를 받는 팀일수록, 널리 알려진 스타가 많을수록 중계권은 올라 자체 수익을 늘릴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콜로라도는 크게 매력있는 팀이라 볼 수 없었다. 콜로라도는 이미 세대교체에 돌입했고 팀의 주축 선수인 토드 헬튼(34)을 제외하면 크게 유명한 선수가 없다. 중심타자인 맷 할러데이도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선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보스턴은 클리블랜드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승 3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나머지 3경기를 모조리 승리로 장식,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스타 선수와 전국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합류. 모르긴 몰라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는 않았을까?

덧붙이는 글 스포츠 케이블채널 Xports는 보스턴과 콜로라도가 격돌하는 이번 월드시리즈를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24일 현재까지 발표된 중계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1차전 25일(목) 오전 8시 50분 / 보스턴 홈구장 펜웨이파크
2차전 26일(금) 오전 8시 50분 / 보스턴 홈구장 펜웨이파크
3차전 28일(일) 오전 8시 50분 / 콜로라도 홈구장 쿠어스필드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콜로라도 보스턴 월드시리즈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