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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습지에 곱게 물들어 가는 여뀌의 단풍잎이 립스틱을 바른 여인의 입술처럼 너무나 아름답다.
▲ 청계천의 여뀌 청계천 습지에 곱게 물들어 가는 여뀌의 단풍잎이 립스틱을 바른 여인의 입술처럼 너무나 아름답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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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잎을 볼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붉은 립스틱을 짙게 바른 아름다운 여인의 입술처럼 여뀌 단풍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엎드려 여뀌의 붉은 단풍잎에 입맞춤을 하고 말았다.

여뀌단풍은 빌딩너머로 지려고 하는 석양의 가을 햇빛을 받으며 붉은 빛을 더욱 강렬하게 발산하고 있다. 여뀌는 냇가나 습지에 무리지어 자라는 한해살이 마디풀인데, 줄기에 어긋나는 피침형 잎이 가을이 되면 이렇게 붉은 색으로 변한다. 빨간 줄기 끝에는 분홍빛을 띤 연녹색 꽃이 촘촘히 달려 있어 그 아름다움이 더해지고 있다.

도심의 한 가운데서 이렇게 아름다운 여뀌 단풍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꼭 설악산에만 가야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낮은 습지에도 아름다운 단풍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름다움은 그냥 걷기만 하며 지나쳐 버린다면 절대로 발견을 할 수가 없다. 발밑에 널브러져 있는 잡풀들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그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청계천의 수크령 너머로 보이는 가을하늘이 너무라 푸르러 파란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다.
▲ 청계천의 수크령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청계천의 수크령 너머로 보이는 가을하늘이 너무라 푸르러 파란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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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의 가을 하늘을 더욱 푸르게 하는 것들
수쿠령, 구절초, 갈대, 달뿌리풀, 쑥부쟁이...

여뀌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청계천의 하늘이 너무나 푸르러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서울 도심에서 이토록 파란 하늘은 보기란 또한 처음 있는 일이다.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수크령 사이로 사이로 비추어 보이는 하늘이 너무나 푸르러 금방이라도 파란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소음공해 속의 도심에서 가을 하늘이 이토록 파랗게 보이는 것은 가을바람에 춤을 추는 저 수크령의 유희 때문이리라!

청계천 돌담위에 핀 수크령이 파란 가을하늘과 함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 돌담과 수크령 청계천 돌담위에 핀 수크령이 파란 가을하늘과 함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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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기 또 구절초의 청초한 모습은 또 어떠한가? 높은 빌딩보다 더 높게 가을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구절초! 내 생전에 또 이렇게 아름다운 구절초를 보기란 처음이다. 삭막한 빌딩 사이로 함초롬히 피어난 그 빼어난 자태.

오늘이 마침 음력 9월 9일 중구날이다. 이날 구절초를 채취한 것이 약효가 좋다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구절초'이다.

"꽃 있고 술 없으면 한심스럽고/술 있고 친구 없으면 또한 딱한 일/세상일 하염없으니 따질 것 무엇이랴/꽃 보고 술잔 들고 한바탕 노래나 부르세."(조선 고의후 '영국(詠菊)').

이렇게 예부터 사람들은 9월9일 날 딴 구절초로 술을 담구어 마시며 근심을 접기도 했다. 지금 구절초는 서울 도심의 한 가운데인 청계천에서 약효를 발산하며 시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돌담에 피어 있는 깨끗한 구절초의 모습도 너무 아름답다.

청계천에 함초롬히 피어오른 구절초가 빌딩보다 높게 가을 하늘에 피어나며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청계천의 구절초 청계천에 함초롬히 피어오른 구절초가 빌딩보다 높게 가을 하늘에 피어나며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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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양지바른 휴식처 청계천

이제 바야흐로 따스한 햇볕이 그리운 계절이다. 청계천엔 갈대달뿌리풀의 꽃들이바람에 흔들거리며 가을정취를 한 껏 더 품어내고 있다. 쑥부쟁이의 작은 꽃들도 가을향기를 듬뿍 발산하고 있다. 

청계천의 돌담, 양지바른 곳엔 사람들이 걷다가 앉아서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다. 사람들은 바람 흔들거리는 갈대와 들국화를 바라보기도 하고, 푸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어떤 여인은 뜨개질을 열심히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흘러가는 물을 그저 무심코 바라보고만 있다.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시월, 청계천은 이제 소음공해에 시달리기만 하던 사람들이 다리를 쉬며 시름을 달래기에 아주 좋은 양지바른 휴식장소가 되어 가고 있다.

따스한 햇볕이 그리운 계절, 청계천의 돌담 양지바른 곳에 사람들이 한가로이 앉아 쉬고 있다.
▲ 청계천 돌담 따스한 햇볕이 그리운 계절, 청계천의 돌담 양지바른 곳에 사람들이 한가로이 앉아 쉬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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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9월 9일, 중구날 청계천을 산책하면서)


태그:#여뀌단풍, #청계천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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