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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악기인 피아노 위에 목탁과 죽비가 가지런히 올려 있다. 은은한 풍경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분명 사찰이 맞는데 한 쪽에선 서양음악인 클래식이 우아하게 울려나온다. 누가 봐도 어울리기 힘든 조합이 분명한데 너무도 잘 어울린다. 완벽한 앙상블을 자랑하는 이곳은 바로 통도사 성보박물관 음악 감상회다.    

서푼짜리 오페라 작곡가 쿠르트 바일의 ‘9월의 노래’가  맑은 트렘펫 소리로 사찰을 휘감는다. 그 뒤를 이어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이 낭만적이면서도 숭고한 힘이 느껴지는 멜로디로 사람들의 귀를 촉촉이 적신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통도사 성보박물관 문화센터에서 열린 ‘박물관 음악감상회’ 1주년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 9월, 성보박물관 관장인 범하 스님은 박물관 운영에 봉사와 헌신으로 고생하는 자원봉사자들과 신도들에게 조그만 보답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평소 클래식 마니아로 고급 스피커와 진공관 엠프를 지니고 있던 스님이 하나둘씩 기기들을 문화센터로 옮겨 놓더니 어느새 그 속에서 클래식 음악이 솔솔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찰에서 서양클래식 음악을 듣는 특별한 음악 감상회가 시작됐다.

 


지난 연말특집 감상회 날에는 국내최고사찰이라 일컫는 이곳 통도사 박물관에서 예수님 탄생을 축복하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런 파격은 음악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며 진정한 종교는 벽을 허물고 화합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매월 넷째주 일요일 오후 1시에 열리는 박물관 음악회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홍보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흔한 초청장이나 벽보하나 없이 오직 참석했던 사람들의 입소문만으로 지금까지 진행해 온 음악회는 인연이 닿은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다.

 

거기다 10년 동안 경주 고전 음악동호회에서 활동해 온 베테랑 클래식 마니아인 유준하 해설사의 해박한 해설을 들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쉬는 시간에는 성보다회 회원들이 준비한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마시며 피로를 푼다.

 

박물관 음악회로 삶의 큰 변화를 경험했다는 조창섭씨는 “사업이 실패하고 2년 동안 실의에 빠져 마음을 추스르지 못할 때 이 음악회를 접했다. 독일의 세계적 지휘자 귄트 반트가 90세를 넘긴 나이에 슈베르트 교향곡을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는데, 그가 77세에 시카고 심포니를 지휘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내 나이 이제 겨우 60살을 넘겼을 뿐인데, 그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날 음악회는 1부 음악감상이 끝나고 1주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떡 절단식을 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맛있는 떡 한 조각을 먹으며 맞은 2부 영상음악회에서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10주년 기념 공연 실황이 나왔다. 

 

저마다 편안한 자세로 클래식 음악과 영상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모두 “이 곳에 있는 시간 동안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찰과 클래식의 절묘한 만남이 주는 마음의 평온함. 그 특별한 매력과 인연이 닿은 사람들의 발길로 박물관 음악회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터뷰

 

범하 스님(성보박물관 관장)      
 
 그 흔한 초청장이나 벽보 하나 없이 오직 입소문으로 소식이 전해지고 인연이 닿은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듣던 것이 어느새 1년. 범하 스님은 가슴이 벅차다며 그간의 시간을 되짚었다.

 

“3대 고찰인 통도사에서 클래식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땐 사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런 걱정들이 모여 어느덧 1년이 됐습니다.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대중과 호흡하며 살아 움직이는 문화공간이 돼야 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음악감상회로 대중과 교감하겠습니다.”

 

 

     
  

유준하 음악해설사

 

"고전음악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자연과 가장 닮은 것이 바로 클래식입니다. 그 감미로운 선율에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죠. 우리 음악감상회에 오셔서 클래식도 재밌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어요."

 

 

 

 

 

 

 

 

 

 

성보다회 회원들     

 

"저희는 성보박물관 봉사회 회원이랍니다. 좋은 차를 마시면서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이만수 후원회장      
 
"저희 후원회는 박물관 대학과 음악감상회 등 전반적인 면을 아주 조금 지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고생은 자원봉사자 분들이 더 많이 하시는데요. 자원봉사자분께 감사하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 201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통도사, #성보박물관, #음악회,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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