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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교통 혼잡·교통사고·주차난·에너지난 등 자동차 사용에 따른 피해는 엄청나다. 게다가 골목길까지 자동차가 점령하면서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어다닐 권리마저 사라진 상태다. 과연 대안은 없을까? 오래 전부터 생태공동체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성미산 마을이 10월 7일 마을 단위로는 국내서 처음 시작한 '자동차 두레(카 셰어링)'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다섯 가구가 참여한 이 실험을 오마이뉴스가 4~5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말]
카 셰어링 차량. 미국엔 2006년 기준 36개 회사 5만여명의 카 셰어링 회원이 있다.
 카 셰어링 차량. 미국엔 2006년 기준 36개 회사 5만여명의 카 셰어링 회원이 있다.
ⓒ 임종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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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 7일 서울 성미산 마을이 마을 단위로선 처음으로 '카 셰어링(자동차 함께 쓰기)'을 시작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카 셰어링'은 이미 유럽에선 20년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와 일본에서도 카 셰어링 회사가 적지 않다. 그런데 한국의 자동차회사도 카 셰어링을 한다. 이미 4년 전부터 진행된 사업이다.

국내에 처음 카 셰어링을 시작한 곳은 SK에너지 카티즌(Cartizen) 사업팀. 카티즌 사업팀 임종율 과장이 2001년 미국 카 셰어링 1위 업체인 집카(zipcar)를 방문한 뒤, 2002년부터 본격 사업을 시작했다.

사내 시범사업에 27대1 경쟁률.... 사업 벌이자 단말기 2500대 팔려

2002년 도입 당시엔 카 셰어링은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시범 개념이었다. 회사 공용 차량을 사서 주중엔 회사가 쓰고, 저녁 시간과 주말엔 임직원이 사용토록 한 것. 아반떼 기준으로 한 달 사용료를 10만원만 받았다.

당시 그 공용 차량은 업무용 차량이었기 때문에 주차비(당시 하루 기준 3만원)도 면제였다. 먼 거리에서 출퇴근하거나 주말에 주로 승용차를 사용하는 사원들 사이에 이 공용 차량은 큰 인기를 끌면서 27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용 차량이지만 주행거리·연료사용·사고 여부가 모두 자동 정산돼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청구되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없앴다.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카 셰어링이 성공을 거두자 자신감을 얻은 사업팀은 2003년 카 셰어링 서비스를 특허출원하고 법인고객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 현재 카 셰어링 단말기 2500여대가 팔렸다. 카티즌 사업팀 쪽에선 "승용차 개인 소유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지난 15일 사업팀 임종율 과장을 만나 '카 셰어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카 셰어링은 이미 세계적 추세, 우리도 바람 불 것"

국내에 카 셰어링을 들여온 SK에너지 임종율 과장
 국내에 카 셰어링을 들여온 SK에너지 임종율 과장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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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카 셰어링' 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우리는 공용 승용차를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단말기를 팔고 있다. 공용 승용차를 쓰면 여러 문제가 일어난다. 범칙금 문제, 기름 사용 문제 등.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용 승용차는 성공할 수 없다. '남 탓' 하다가 결국 깨질 수밖에 없다. 누구든지 수긍할 수 없는 기록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첫 주행시간·주행거리·범칙금 발생 시점과 장소 등을 기록한다. 예를 들면 기름을 어느 정도 넣었고, 어디에 얼마나 머물렀는지까지 알 수 있다."

- 미국 '집카'가 모델이라고 들었다. 미국 '집카' 모델이란 어떤 모습인가.
"카 셰어링이 시작된 곳은 유럽으로, 8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미국은 90년대 중반이다. 공용 자동차라는 기본 개념은 유럽이나 미국이나 같다. 2001년 카 셰어링 회사로 유명한 미국의 '집카'를 찾아갔다.

회원들은 IC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IC카드를 대고 자동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고,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다. 회사에서 엄격한 회원 관리를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연봉 7만 달러 이상 대졸자가 주 고객이었다. 1대당 대략 15명 정도가 회원이었다. 디지털 기술에선 우리나라가 가능했기 때문에 미국 방식이 가능하다고 봤다."

- 현황은 어떤가.
"2003년 7월 카 셰어링 회사가 13개에 회원수 2만5000명 정도였는데, 지난해엔 36개, 5만여명 정도로 늘었다. 꾸준히 늘고 있다."

- 미국에선 왜 카 셰어링이 시작됐나.
"미국은 승용차 문화가 강해서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또한 택시를 타고자 해도 비싸다. 승용차가 있으면 편리할 때가 있지만, 불편할 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이 '카 셰어링' 승용차를 찾기 시작했다."(25㎞ 이동하는 경우 미국 내 비용 계산에 따르면 카 셰어링은 10달러, 대여차는 32달러, 택시는 15달러, 대중교통은 3.15달러, 차량 소유는 2달러다. 차량 소유는 구입비·세금·보험을 뺀 순수 기름값만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카 셰어링은 대중교통을 빼곤 가장 싸다고 할 수 있다.)

- 왜 한국에서 셰어링이 가능하다고 보았나.
"세계 추세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시작한 이 시스템이 미국으로 건너갔고, 다시 일본에 전해졌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승용차 적게 타는' 효과가 있는 카 셰어링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주일에 한번 쓰면서 보험내고 세금내고? 뭐하러"

카 셰어링 회사인 집카 포스터.
 카 셰어링 회사인 집카 포스터.
ⓒ 임종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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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효과가 있었나.
"물론이다. 미국 내 3위 카 셰어링 업체인 시티 카셰어(City Carshar)의 경우 회원 중 30%가 자기 차를 없앴다. 회원의 67%가 세컨드 카(1가구 2차량시 보조차)를 사지 않았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률이 증가했고, 이산화탄소 수치가 많이 줄어들었다. (자동차 공동이용 블로그 자료에 따르면 플렉스카(Felxcar)의 경우 자가용 감소 18%, 자가용 구매 연기 43%, 카셰어링 포틀랜드는 자가용 감소 22%, 자가용 구매 연기 24%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 카 셰어링 효과를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
"효과 이전에 환경에 대한 국제 규제를 봐야 한다. 기후협약·탄소배출권 등을 봤을 때 승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카 셰어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낭비가 너무 많다. 나만 해도 아이들 병원에 데려갈 때 등 1주일에 한 번쯤 승용차를 쓰는데 보험금·세금 등 꼬박꼬박 나간다. 대중교통 연계도 카 셰어링이 쉽고, 회사가 꼼꼼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배기가스도 줄어든다.(유럽 연구조사에선 자동차 공동이용 결과 연도별 자동차 주행거리가 30~70% 줄어들었다고 나왔다.)"

- 카 셰어링 단말기를 법인 대상으로 팔고 있다. 반응이 어떤가.
"좋다. 대형 법인의 경우 부서 한 대당 업무용 차량을 한 대씩 갖고 있다. 그런데 어느 부서는 많이 쓰고, 어느 부서는 아예 안 쓰기도 한다. 효율이 떨어지고 낭비다. 카 셰어링을 하면 10개 부서가 차량 다섯 대만 쓰면 된다. 차량 구입비, 주차비, 기름 값 등 여러 면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환경에도 이득이니 1석2조다."

- 카 셰어링 차는 기록이 다 남으니 개인 용도로 몰래 쓰는 것도 사라지겠다.
"물론이다. 어떤 회사에서는 직원이 카 셰어링 비용을 내고 주말에 쓰기도 한다. 전엔 몰래 썼지만, 지금은 돈 내고 쓴다. '개인 용도 사용'을 양성화한다는 효과도 있다."

- 회사가 카 셰어링 제도 시행 이후 크게 효과를 본 곳이 있나.
"SK텔레콤 같은 경우 카 셰어링 이후 법인 차량이 25%가량 줄어들었다. 어떤 회사는 기름 값이 30% 정도 줄었다. 대체로 불필요 차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

"수익성 없지만 공공성 강해... 정부가 도와야 한다"


보스턴시 전철역 주변 카 셰어링 차량이 있는 곳.('P'라고 표시한 곳)
 보스턴시 전철역 주변 카 셰어링 차량이 있는 곳.('P'라고 표시한 곳)
ⓒ 임종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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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누라는 빌려줘도 차는 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불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을 텐데.
"맞다. 사소한 부분에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운전을 할 때 자기 몸에 맞게 운전대를 조절하고 양쪽 거울을 맞춘다. 의자 간격도 맞추고. 여러 사람이 나눠타면 탈 때마다 다시 맞춰야 한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차는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이동식 창고이기도 하다. 별것 다 놔두고 다닌다. 하지만 공용차량이라면 그게 힘들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차는 내 '위상'을 상징한다. 이 점이 큰 것 같다.

미국에선 덮어씌우기 행태가 문제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입 꾹 닫고 있으면 뒷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이럴 때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카' 쪽에 알아봤더니, 이에 대한 대책도 있었다. 당장은 힘들지만 3~4개월 자료를 쌓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수익은 나나?
"솔직히 말하면 수익성은 없다. 원래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업은 정부와 시민단체가 많이 도와줘야 한다. 미국에서는 카 셰어링을 한다고 하면 주차장을 정부와 지자체가 만들어준다. 주 의회도 관련 법 개정 등 지원을 한다."

- 장기 목표가 무엇인가.
"누구나 카 셰어링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대중교통과 연계하는 게 가장 큰 우리 목표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출장가는 회사원이 있다고 하자. 제일 편한 방법은 KTX를 타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 시내에서 돌아다닐 일이 있는 사람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타고 간다. 그 때문에 오고 가는 피곤함을 감당해야 한다. 카 셰어링을 이용하면 집에서 서울역까지 공용차를 이용하고, 부산까지는 KTX를 타고 간다. 다시 부산역에서 공용차를 이용해서 업무를 보면 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결국 해당 단체와 정부가 도움을 줘야 한다."

- 결국 카 셰어링이 성공하기 위해선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어떤 점이 필요한가.
"우리나라에서 차는 '사치품'으로 나눠져 있다. 하지만 카 셰어링 승용차는 공익 성격인 만큼 세제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주차공간 등에 대해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자동차 함께 타기를 하면 나는 잠깐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카 셰어링 시스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

국내 보급된 카 셰어링 단말기
 국내 보급된 카 셰어링 단말기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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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자동차 때문에 대기 오염, 주차장 문제, 교통 체증 등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자동차 감소 효과가 있는 카 셰어링은 이런 점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보스턴 시는 미국 1위 카 셰어링 업체인 집카(Zipcar) 회원에게 무료 주차공간을 제공한다. 보스턴 시의회 또한 집카 회원을 위해 주변 주차구획을 재정비했다. 브루클린 시와 섬머빌 시의회 또한 집카 회원을 위한 무료 주차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알링턴 시와 알렉산더 시는 시민을 위한 월회비와 가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뿐만 아니다. 보스턴 철도공사는 전철역과 지하철역 주변에 무료 주차공간을 제공하며 있으며 2002년 2월부터 지하철역 주변에 무료로 카 셰어링 홍보를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자동차 공동이용 서비스 통근자에 대한 세금 면제 혜택, 응급사태 자금지원(보험금) 등이 제안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카 셰어링 관련 문의 : 녹색연합(02-747-8500) 또는 SK에너지 카티즌 사업팀(02-2121-2422)



태그:#카셰어링, #자동차두레, #임종률, #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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