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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오후 두 시 정도. 내일 이 맘 때 쯤이면 강의를 듣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렵지 않게 들 정도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2박 4일의 일정으로 온 종규와 영호 형은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1박 3일의 일정으로 온 나, 성경, 국희, 예은 등은, 비록 짧게 갔다 온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음에도 어딘가 아쉬워지는 기분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마음에 살짝 차가운 기분이 보일 무렵에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그러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 보기 위해 'Crystal Jade Garden'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된다. 사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 '심플하면서도 격이 있고 깔끔한 레스토랑' 이라는 평을 들어왔기에 약간의 기대를 했다. 그 기대는 어긋나지 않게 되었다.

'Crystal Jade Garden'에서의 깔끔한 퓨전중화요리

홍콩섬과 카오룽반도를 통틀어 홍콩 내에 몇 군데의 직영점이 있는 유명 레스토랑인 'Jade Garden'의 하버시티 내 직영점이 'Crystal Jade Garden'이다. 원래 Jade Garden 계열의 식당의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하지만, Crystal Jade Garden은 바닷가에 접한 음식점으로서 홍콩의 아름다운 해경(海警)을 보며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윗쪽에서부터 고기요리, 춘권, 마파두부 요리.
▲ Crystal Jade Garden에서 맛본 요리들 윗쪽에서부터 고기요리, 춘권, 마파두부 요리.
ⓒ 김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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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Crystal Jade Garden에서 총 8가지 음식을 주문하게 된다. 딤섬, 고기요리, 새우요리, 마파두부, 춘권 등으로 스테이크, 달팽이, 비둘기, 바닷가재를 주문했던 전날 밤의 GoldPinch Restaurant에 버금갈 정도의 다양한 음식으로 테이블을 장식한다. 그리고 그 테이블의 장식이 젓가락에 의해 입에 접하게 된 순간, 홍콩에 좀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은 더욱 더 극대화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GoldPinch Restaurant에 비해 Crystal Jade Garden과 차이가 나는 점은 다양했다. 어두운 조명의 식당과 밝은 조명의 식당, 접시를 가득 채울 정도로 푸짐한 양을 중시하는 점과 양은 적지만 시각적 측면을 매우 중시하는 점 등 찾아보면 끝이 없을 정도로 두 곳은 확연히 달랐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물 컵을 대하는 종업원들의 자세이다.

위에서부터, 고구마딤섬, 생선요리, 새우요리, 디저트로 나온 고구마튀김.
 위에서부터, 고구마딤섬, 생선요리, 새우요리, 디저트로 나온 고구마튀김.
ⓒ 김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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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큰 규모의 레스토랑 상당수가 그러하듯, Crystal Jade Garden 또한 벽 등을 통해 자연스레 여러 곳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각 구역을 전담하는 전담 종업원이 있다. 우리가 있던 테이블 5세트가 있는 공간 또한 전담 종업원이 한 명 있었고 음식을 가져오고 다 먹은 접시를 치우는 등의 일을 담당했다. 그러나 그 종업원의 큰 업무 중 우리 모두에게 가장 인상 깊게 각인된 것은 '차 채우기'였다.

술을 마실 때의 '첨잔'과 물을 마실 때의 별도로 부탁 않은 경우의 '첨잔'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아직 남아 있는 우리와 달리, 최근에는 그 강도가 많이 약해졌지만 중화문화권은 물이나 차가 있을 경우 항상 가득해야 하는 것이 예의라고 말한다. 그래서 식당에 갔을 때 물 컵에 물이 반 정도 차 있다고 하더라도 종업원은 계속 물을 채워주곤 했다.

Crystal Jade Garden에서 음식을 다 먹고 쉴 무렵의 상태이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의 구역담당 종업원은 계속 차를 채워주었다. 중화문화권에서는 이러한 차를 가득채워주는 것이 하나의 예의로 알려져 있다. 결국 우리가 식당을 나올 무렵에는 차를 나오기 직전에 먹은 필자의 찻잔을 뺀 다섯 찻잔은 차로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가 되었다.
▲ 음식을 모두 먹도록 가득 채워진 찻잔 Crystal Jade Garden에서 음식을 다 먹고 쉴 무렵의 상태이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의 구역담당 종업원은 계속 차를 채워주었다. 중화문화권에서는 이러한 차를 가득채워주는 것이 하나의 예의로 알려져 있다. 결국 우리가 식당을 나올 무렵에는 차를 나오기 직전에 먹은 필자의 찻잔을 뺀 다섯 찻잔은 차로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가 되었다.
ⓒ 김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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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엄청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다량의 음료를 마시는 내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함께 갔던 친구들 상당수는 나중에는 부담도 되고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나는 차를 계속 따라주는 것에 아랑곳 않고 물 대신 나온 차를 계속 마셨지만, 친구들은 어느 순간부터 차를 마시지 않거나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결국 Crystal Jade Garden을 나올 때 우리의 찻잔은 가득 차 있었다.

값비싼 경험, 애프터눈 티

홍콩에 오기 이전부터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이야기는 상당히 많이 들었다. 그리고 홍콩에서 애프터눈 티가 가장 유명한 곳으로 홍콩의 최고급 호텔인 '페닌슐라 호텔(Peninsula Hotel)' 이야기 또한 매우 많이 들었다. 물론 엄청나게 비싸다는 이야기 또한 빼놓지 않고. 하지만 우리는, 홍콩에서 가장 잘 나오는 애프터눈 티를 접해보고 싶었고, 약간의 과소비를 무릅쓰고 페닌슐라 호텔로 가게 된다.

'애프터눈 티'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문화이다. 그렇기에, 친숙하게 들리지 않는 데다, 혹자는 그 이름이 거창하게 들리기까지 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특별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섞인 추측과 달리 막상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것이 '애프터눈 티'이다. '애프터눈 티'를 설명하자면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사이에 먹는 간식' 정도로 표현하면 적당할 것이라 생각된다.

페닌슐라 호텔은 고전적인 외관과 고급스러운 내부가 돋보이는 호텔로 자타가 공인하는 홍콩 최고 호텔이다. '애프터눈 티'로 유명한 호텔답게 1층의 경우 타 호텔보다 여백의 공간이 극도로 좁은 대신 식당 공간이 크게 자리 잡고 있으며, 최고급 호텔로 유명한 곳답게 2층의 페닌슐라 호텔 아케이드의 경우 지갑 열기가 두려울 정도로 비싼 물건을 판매하는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다수 위치해 있다.

고급스러운 내부의 페닌슐라호텔
 고급스러운 내부의 페닌슐라호텔
ⓒ 김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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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눈 티' 오픈 시간보다 좀 늦게 간 우리. 페닌슐라 호텔에 도착하여 30분은 족히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페닌슐라 호텔의 고급스러운 내부 곳곳을 찍다 잠시 화장실에 가고자 했다. 미로 같은 2층 쇼핑아케이트 구석에 위치한 화장실. 하지만 카메라를 켜 둔 상태에서 세면대에 잠시 올려놓음이 잘못이었다. 카메라는 영문도 모르는 이유로 세면대에 빠졌고 결국 고장이 났다.

(한국에 와서 카메라를 본사 A/S 센터에 맡겼지만 엄청난 수리비 견적이 나왔다. 4개월 전에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11만 5천원에 주고 구입한 카메라인데, 이상하게도 수리비 견적으로 13만 5천원이 나온 것이다. 결국 수리는 포기했고 현재는 새로운 카메라를 구입한 상태이다. 그래서 둘째 날 오후 사진은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 없다)

'맛이 간' 카메라. 친구들은 다들 '좀 말리면 시간 지나면 다시 될 거에요'라면서 위로하지만 왠지 불길했다.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 침수됐기에 더욱 그랬다. 이러한 불안감은 '애프터눈 티'를 먹을 때도 계속되었다. 우리는 5인 이상의 단체 테이블이 몇 개 없는데다 사람들로 이미 가득 차 있어 가게 된(웨이터는 1시간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3인용 테이블로 가서 앉게 됐다.

페닌슐라호텔 레스토랑에서 애프터눈티를 접하는 사람들. 한 번쯤은 해 볼만한 체험이지만, 두 번째에도 이 체험을 하도록 권하기는 싫다.
 페닌슐라호텔 레스토랑에서 애프터눈티를 접하는 사람들. 한 번쯤은 해 볼만한 체험이지만, 두 번째에도 이 체험을 하도록 권하기는 싫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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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뒤집기로 테이블 짝을 정했다. 그 결과 나, 국희, 예은이 한 테이블, 영호 형, 종규, 성경이 한 테이블로 결정됐다. 메뉴는 단 하나 '애프터눈 티'(1인분에 HK248$)였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주문은 달랐다. 우리 테이블이 많이 먹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애프터눈 티 2인분에 커피 1잔(1잔에 HK50$)을 주문한 것과 달리,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둘인 종규 테이블은 애프터눈 티 1인분에 커피 2잔을 주문했다.

하지만 막상 음식이 나오고 나서는 모두 살짝 실망한 눈치였다. 다들 Crystal Jade Garden에서 점심을 먹은 지 2시간 밖에 안 되어 그런 것도 있지만(주 : 식사 후 하버시티 쇼핑 후 페닌슐라호텔로 이동) 사실 간식이라고 나온 메뉴가 썩 맛있다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비스로 1인당 하나씩 주는 티라미슈(간장통 같은 곳에 매우 작은 조각 형태로 담아 줌)에 열광했으니.

물론 2인분을 주문한 우리 테이블은 많이 먹었고 1인분을 주문한 종규 테이블은 남긴 양도 비슷하게 비례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다들 다음번에 홍콩에 오면 1인당 HK20$~HK70$ 정도의 비용이면 족한 시내의 레스토랑에서 먹겠다는 마음이었다. 여행가이드북에 '애프터눈 티 세트는 테이블당 1개만 시키고 나머지 사람들 몫으로는 차만 주문하면 족하다'라는 식으로 나와 있었는데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었다.

럭셔리한 티파니 접시를 3단으로 올려놓은 형태의 그릇에 샌드위치, 쿠키, 빵 등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비싼 가격에 대한 본전을 찾고 싶다면, 배고픈 상태에서 가기를 추천한다.
▲ 페닌슐라호텔 애프터눈티 럭셔리한 티파니 접시를 3단으로 올려놓은 형태의 그릇에 샌드위치, 쿠키, 빵 등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비싼 가격에 대한 본전을 찾고 싶다면, 배고픈 상태에서 가기를 추천한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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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걸어가보는 침사추이거리

애프터눈 티까지 먹고 나니 17시이다. 영호형과 종규는 아직 하루의 시간이 더 남았지만 나, 성경, 국희, 예은 등의 경우 이제 홍콩에서 남은 시각은 7시간 정도뿐이다. 그나마도 첵랍콕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시간부터 빼면 4시간이 채 안남은 셈. 마지막으로 다른 곳으로 가는 경우나 큰 일을 벌이기보다는 소박하게(?) 침사추이거리를 걷는 것으로 홍콩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페닌슐라 호텔을 나와 간 곳은 홍콩에서 가장 큰 음반매장인 HMV 침사추이점. 국내에는 아직 진출해있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음반매장체인인 HMV는 홍콩에도 몇 곳의 매장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매장이 침사추이에 위치한 2층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약간의 영상매체(CD, DVD), 관련용품, 잡지 등을 뺀 매장 전체가 음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시아권 매장답게 한국 음반과 한국 영화도 은근히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음반의 경우 1층에, 영화의 경우 2층에 한국전용 코너가 마련되어 있을 정도였다. 물론 한국에서 음반을 그대로 직수입해오는 형태라, 슈퍼쥬니어, 동방신기 등 아이돌그룹 음반이 2만원이 약간 안 되는 선에서 판매가가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가격은 한국에 비해 상당히 비쌌다. 하지만 유럽, 북미는 물론 일본에서도 한국 음반을 쉽게 찾을 수 없었던 터라(BOA 등 일부 제외) 홍콩에서의 한국 문화상품과의 만남은 반가웠다.

HMV에서 DVD 타이틀로 즐기는 장난
 HMV에서 DVD 타이틀로 즐기는 장난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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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반은 좀 비싼 편이었지만, 중화문화권, 영미문화권은 물론 일본,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출시된 다양한 종류의 음반을 한국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클래식과 중국고전음악부터 현대 대중가요까지 음반의 종류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우리는 클래식 음반, 대중가요 음반, 잡지 등 각자의 살 것을 구입한 후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제 18시. 아쉬운 마음에 그냥 거리를 걸으며 저녁식사를 간단히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침사추이 일대는 구석구석 골목도 사람들과 상점들이 매우 많았다. 건물들에 둘러싸여 빛도 잘 안 들어올 것 같은 곳도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경우가 아닌 한 인파로 가득했다. '홍콩 주민등록인구는 700만이지만, 실제 홍콩 유동인구는 1500만 정도도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저녁식사는 침사추이 옆 블록인 Chatham Road 쪽의 저렴한 슬로우푸드 식당에서 먹었다. 2편이나 4편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듯 저렴한 음식가격이 강점인 홍콩. 홍콩의 특성상,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 쉽게 발붙이지 못하는 홍콩이어서 그런지 슬로우푸드 식당의 수는 패스트푸드 식당의 수와 비슷했다. 샌드위치, 파스타 등을 먹었는데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고 맛도 깔끔해 괜찮은 느낌이었다. 저녁식사를 먹고 우리는 호텔로 갔고 21시 30분까지 남은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동안 짐을 싸고 잠시 쉬었다.

영국의 관할에 있던 '영국령 홍콩' 이었으나, 1997년 7월 1일자로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SAR :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로 변화된 홍콩은, 점점 중국 색채가 강해지고 있으나 아직 영국의 색채 또한 매우 강하게 남아 있다. 사진을 살피며 가장 영국답게 생긴 사진을 찾던 중, 종규가 직접 고른 사진
 영국의 관할에 있던 '영국령 홍콩' 이었으나, 1997년 7월 1일자로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SAR :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로 변화된 홍콩은, 점점 중국 색채가 강해지고 있으나 아직 영국의 색채 또한 매우 강하게 남아 있다. 사진을 살피며 가장 영국답게 생긴 사진을 찾던 중, 종규가 직접 고른 사진
ⓒ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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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홍콩

침사추이 정류장에서 나, 성경, 국희, 예은은 전날 입국해서 탔던 A21 공항버스에 다시 탔다. 1박 3일 일정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렇기에 아쉬운 점이 많았던 여행이었다. 당초 소지했던 디지털카메라가 페닌슐라 호텔에서의 침수로 인해 고장 나서 아름다운 '카오룽~란타우~첵랍콕' 구간의 해안, 교량 등 아름다운 풍경을 찍지는 못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살폈던 홍콩의 아름다운 풍경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첵랍콕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수속을 마친 후에 우리는 각자 흩어져 공항에서의 각자의 개인시간을 보냈다. 면세점을 간 친구도 있지만, 나는 공항 내 서점에서 소장용․선물용 잡지를 샀다. 토목전공이기에 건축설계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지인들이 많아 잡지 선물이 괜찮다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8월 초 파리-프랑크푸르트-쾰른 여행에 다녀왔을 때에도 독일의 건축잡지를 12권 사 들고 들어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호평을 받았던 적도 있는데다, 한국에서는 잡지에 인쇄된 가격에 비해 2~3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그것도 대형서점에서만 판매함)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우리는 홍콩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함께하며 지냈다. 코스를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길을 잃었다 싶을 때에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것이 젊은 사고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홍콩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함께하며 지냈다. 코스를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길을 잃었다 싶을 때에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것이 젊은 사고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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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한국으로, 일상으로 되돌려 줄 CX412 비행기의 출발 예정시각은 홍콩 시각으로 00시 20분. 올빼미여행족에게는 '완소급 항공편'으로 유명한 이 항공편에는 역시나 젊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다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었으리라. 비행기 또한 우리처럼 아쉬운지 꾸물럭꾸물럭 거렸다. 결국 00시 40분에 비행기는 홍콩을 벗어나 북동쪽으로 기체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의 여행은 여기서 마쳤다.

가깝지만 올 기회가 드물었던 홍콩. 도전해 본다고 꾸준히 생각해 왔으면서도 처음 시도해 본 도깨비여행 및 또래 친구들과의 여행. 그리고 어설픔과 설렘이 더해져, 이번 여행은 참으로 유쾌하고 즐거웠던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비록 귀국 후 몸은 피곤했지만 애초 일정 수준의 피로는 감수했고 그 예상 치에 크게 밑도는 정도였기에 후회는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대학 졸업과 큰 시험을 눈앞에 놓고 있다. 일신의 안정이 찾아올 무렵 다시 동아시아 일대의 멋진 도시로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새벽 사이를 이용해 훨훨 날아갔다 오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 날이 아주 먼 훗날이 아니기를 빈다.

빅토리아피크의 피크타워에서 찍은 야경. 남쪽의 홍콩섬에서 북쪽의 카오룽반도를 보며 찍은 사진이다.
▲ 아름다운 홍콩아경 빅토리아피크의 피크타워에서 찍은 야경. 남쪽의 홍콩섬에서 북쪽의 카오룽반도를 보며 찍은 사진이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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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여행에 맞는 아시아도시들>


금요일 저녁 혹은 토요일 오전에 나갔다가 월요일 새벽에 들어오는 '1박 3일', '1박 4일', '2박 4일' 등의 여행을 가리켜 '도깨비여행'이라고 한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며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그 폭이 확대된 도깨비여행은, 이동거리와 소요시간상 아시아권 도시로의 여행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가깝게는 중국과 일본, 멀리는 동남아와 사이판 등으로 그 폭이 좁지만은 않다.

도깨비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출근에 지장이 없도록 월요일 새벽 06시 이전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실제 여행사들의 도깨비여행상품은 전술한 항공편이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홍콩, 마닐라, 하노이, 싱가포르, 방콕 등 06시 이전에 인천국제공항에 닿는 항공편이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하여 마카오, 호치민, 씨엠립, 자카르타 등 06시 대에 인천국제공항에 닿는 항공편이 있는 도시 정도가 도깨비여행이 발달되어 있다.

이러한 도깨비여행의 장점은 '최대한의 시간활용'과 '숙박 비용의 절약'에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새벽에 도착하는 항공편의 경우, 필자의 이번 여행처럼 자정을 전후한 시각에 해당 국가를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금요일의 늦은 저녁에 출발했을 경우 온전한 이틀을 보내는 '1박 4일'의 알찬 도깨비여행이 되지만 숙박비는 하루치만 생각하면 된다. 이는 도깨비여행의 엄청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 이번 도깨비여행에 있어 항공/숙박/여비 등 비용지원과 현지안내 등의 간접지원 등을 제공한 내일여행(www.naeiltour.co.kr) 측에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이 기사는 이 기사는 20대를 위한 지식정보포털사이트 영삼성닷컴(www.youngsamsung.com) 및 내일여행 투어호스트 홈페이지(www.naeiltour.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콩, #침사추이, #첵랍콕, #도깨비여행,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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