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진한 둥글레 차, 한 잔에 자꾸만 손이 갑니다. 내리는 비와 함께 10월의 첫째주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주말을 보낸 뒤, 새롭게 맞게 될 또 한 주와 10월 한 달은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본격적으로 수확하는 계절일 것 같습니다. 추석도 지났고, 이렇게 한 달을 정리하다보면 쌀쌀한 한기와 함께 눈 내리는 겨울을 맞게 되겠지요.

혹, 크로스오버 테너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를 아시는지요. 많은 분이 알고 좋아하는 줄로 압니다. 저도 오늘 하루 종일 임태경이라는 소리꾼의 음악을 듣고 있고, 지금도 그가 발표한 1 집의 '옷깃'이라는 애절한 사랑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주로 실내 정경을 주제로 한 따뜻한 그림

두 해 전에도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Johannes Jan Vermeer, 네덜란드, 1632~1675)의  그림을 소개하고 지미라즈키(Henryk Hector Siemiradzki, 폴란드, 1843~1902)의 그림과 비교, 감상한 적이 있습니다. 더불어 그의 '델프트의 풍경(View of Delft, 1659~60)'이란 제목의 그림을 반 린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네덜란드, 1606~1669), 그리고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그림과 비교·감상한 적도 있습니다.

오늘 공개한 그림과 소개 글은 브리태니커 온라인과  Art Renewal Center(http://www.artrenewal.org), 그리고 보나르지기의 갤러리를 참고하였습니다. 오늘 다 싣지 못한 그의 다른 많은 작품들은 직접 방문하여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1665 .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1665 .
ⓒ Vermeer

관련사진보기


'실내 정경'이란 주제로 오늘 함께 감상하고 소개하려는 화가, 베르메르는, 피카소(Pablo Ruiz Picasso, 스페인, 1981~1978)나 반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만큼 대중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화가는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그리 친근하게 느껴지는 화가는 아닙니다.

책·영화·TV로도 제작·방영된 베르메르의 그림

그러나 '버지널(건반악기의 일종) 앞의 여인(A Young Woman at a Virginal, 1673)'이란 제목의 그림이, 지난 2004년 7월 7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3000만달러(약 345억원)에 팔린 것을 보면, 그 명성이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의 그것에 못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두 점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베르메르의 자화상, 1656 .
▲ 베르메르의 자화상, 1656 .
ⓒ Vermeer

관련사진보기

또한 그의 명성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애호가들이 그의 작품을 선호하고 있으며, 소장하고자 합니다. 특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란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책 표지와 영화로 제작, 소개되고 TV에서도 방영되면서 유명해졌으며, 2점만 남아 있는 풍경그림을 계기로 다양한 층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화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가 지나서야 그의 작품에 대한 진가가 발견된 탓인지,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17세기 북구 유럽화단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렘브란트와 함께 '네덜란드 사실주의 화풍'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가입니다. 죽은 후이기는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동안에 그의 작품이 독일로 팔려나가기도 하였습니다.

베르메르(Vermeer, 1632.10.31~1675.12.15)는 1632년 10월 31일, 네덜란드의 델프트 길드(Delft Guild)에서 출생하였습니다. 당시 미술교사였던 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1655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형제가 함께 그 직업을 계승하였습니다. 1653년에 델프트의 화가조합에 등록하여 본격적으로 활동하였고, 그리 길지 않은 43년의 짧은 생애 동안, 화가로서 보다는 거의 예술품 중개인으로서의 수수한 삶을 살다가 고향인 델프트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생전의 그는 매우 둔필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인지 각 그림들에 서명이 보이지 않는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편지를 읽는 여성'(드레스덴미술관)과 '우유 따르는 하녀'(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 '터번을 쓴 소녀'(헤이그국립미술관), 그리고 아래에서도 소개한 '레이스를 뜨는 소녀'(루브르미술관) 등이 있습니다.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Lady Writing a Letter and maid), 166 .
▲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Lady Writing a Letter and maid), 166 .
ⓒ Vermeer

관련사진보기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 세부그림  (Lady Writing a Letter and Maid Detail), 1665
▲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 세부그림 (Lady Writing a Letter and Maid Detail), 1665
ⓒ Vermeer

관련사진보기


  
편지를 읽고 있는 여인(Woman Reading a Letter), 1662 .
▲ 편지를 읽고 있는 여인(Woman Reading a Letter), 1662 .
ⓒ Vermeer

관련사진보기


열린 창가에서 편지 읽고 있는 소녀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 1657
▲ 열린 창가에서 편지 읽고 있는 소녀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 1657
ⓒ Vermeer

관련사진보기


오늘 소개하는 그림들을 포함하여 현존하는 그의 작품은 다 해봐야 채 40점이 넘지 않습니다. 위 네 그림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거의 소품들로서 하나나 두 인물이 등장하는 가정과 햇볕이 드는 실내 정경을 시원한 은색과 각 화폭을 분할하여 수리적으로 정확하게 계산한 듯한 맑고 투명한 빛으로 채색한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밖에 지난해에도 소개했던 종교를 주재로 한 작품도 있으며, 불과 2점이지만 거리를 그린 풍경화와 초상화도 함께 전해지고 있습니다.

카메라 옵스큐라 방법을 통한 사실적인 묘사

화가로서는 렘브란트의 제자로서 그 양식에 영향을 받았던 카렐 파브리티우스(Carel Fabritius, 네덜란드, 1622~54)의 영향을 받았는데, 나이 차이가 그리 많지 않으므로 두 사람이 사제 관계였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파브리티우스는 1650년에 델프트에 도착, 1652년부터 델프트 길드에서 활동하였는데, 델프트에 머무는 동안 빛과 어둠의 자연적인 효과를 소개했습니다.

이런 영향은 위 그림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베르메르의 후기 작품(1660~70년대)에 특히 더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르메르와 파브리티우스는 오늘의 그림들처럼 '가정'이라는 주제 문제에서 공통된 접근을 하였으며, 구성적인 원근법과 빛에 의한 시각적 효과에 관심을 가져 실내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습니다.

특히 인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베르메르는 파브리티우스의 영향 아래,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라는 사진 도구를 통해 사물의 왜곡을 만들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소개한 그림에서는 볼 수 없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 한 화폭의 한 사물이 다른 사물보다 유난히 더 작거나 크게 변형되어 전체적으로는 실재보다 불균형인 것처럼 보이는 작품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법을 통하여, 볕이 드는 창가의 그림들에서 특히 더 돋보이는 것처럼, 빛과 어둠의 대조는 더 강하게 대비되었으며, 색채는 일반적으로 보는 것보다 마치 사진을 보고 있는 것처럼 더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베르메르의 여러 그림을 보면서,  "빛의 마술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렘브란트의 부드럽게 어우러진 빛과 색채, 명암이 저절로 연상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음악 교습 (The Music Lesson), 1662-65 .
▲ 음악 교습 (The Music Lesson), 1662-65 .
ⓒ Vermeer

관련사진보기


저울을 든 여인Woman Holding a Balance), 1664 .
▲ 저울을 든 여인Woman Holding a Balance), 1664 .
ⓒ Vermeer

관련사진보기


물주전자를 든 여인(Woman with a Water Jug), 1664 .
▲ 물주전자를 든 여인(Woman with a Water Jug), 1664 .
ⓒ Vermeer

관련사진보기


레이스를 뜨는 여인(The Lacemaker, 1632-1675) .
▲ 레이스를 뜨는 여인(The Lacemaker, 1632-1675) .
ⓒ Vermeer

관련사진보기


맑고 부드러운 은빛으로 가정의 평화로움을 강조

이 외에도, 베르메르는 렘브란트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갈색, 은색은 명암 대비를 위한 또 하나의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위 소녀와 여인의 작품들에서 보여지 듯이, 색조가 아주 뛰어나며, 적·청·황 등을 정묘한 대비로 함께 사용함으로써, 실내 풍경이 마치 비 개인 날 아침의 새벽 대기를 생각나게 합니다. 또한 맑고, 부드러운 빛의 조화로 한 가정의 조용한 정취와 가족 사이의 친밀감을 느끼게 합니다.

바로 위 네 그림 가운데 특히 세 번째의 '물주전자를 든 여인'과 마지막 네 번째의 '레이스를 뜨는 여인'에서 보는 것처럼, 빛을 이용한 미묘한 색조가 아주 돋보이는데, 붉은색·짙은 초록색·노란색의 정묘한 대비를 보여줌으로써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모든 그림들이 맑으면서도 부드러운 빛과 은은한 색채를 각 화폭마다 조화롭게 구성하여, 마치 한 편의 서정시처럼 평화로운 가정 풍경을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그는 색조의 진가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화폭 안에서의 공간표현과 구성의 거장이었습니다. 각 작품의 주인공인 인물이나 액자, 탁자, 의자, 과일, 창문, 커튼, 피아노, 악기, 거울, 주전자, 레이스 도구와 같은 사물의 배치와 구도 그리고 그 크기를 최전방과 중간, 그리고 먼거리와 최후방을 세밀하게 계산하여 배치함으로써 원근법을 강조하였으며, 안정감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빛의 가치를 기록한 객관적인 관찰과 예민한 통찰력

지금까지 감상하고 살펴본 것처럼, 베르메르는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가족 구성원이 책이나 편지를 쓰거나 읽는 모습,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또는 집안일을 하며 가재도구들을 다루는 모습 등을 햇빛이 비치는 창가를 배경으로, 온화하면서도 다정한 실내정경을 주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함으로써,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가 우리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17세기 네덜란드의 생활을 풍속화로 정밀하고 생생하게 제작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베르메르의 초기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뚜렷한 대비는 만년이 될수록 점차 완화되었으며, 정경을 더욱 풍부하게 감싸주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예민한 통찰력과 섬세함, 그리고 가정환경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으로 빛의 효과를 기록하였음을 확인하였을 것입니다. 이는 그가 네덜란드의 가장 위대한 화가들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앞에서의 그 어떤 다른 그림들보다도 마음 편안하고 여유롭게 감상하였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1600년대의 어느 집 품 안으로 들어간 듯, 또는 그 옆에 조용히 앉아서 바라하고 있는 듯, 기분 좋은 착각 속의 감상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그 시대의 그림이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당시의 사진 9점을 보고 있는 듯도 한, 따듯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주말도 가족과 함께 즐거운 일 가득, 평화로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는 한 주 내내 오늘 감상한 베르메르의 그림처럼 가족과 함께 잊지 못할 좋은 추억 만드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 앤 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베르메르#네덜란드#델프트#빛#가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