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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해주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해주지역', 좀더 넓히면 '서해'까지 들어간다. 이 곳에 '평화협력특별지대'가 생긴다. 4일 남북 정상들이 합의한 경제협력 부분 가운데 핵심이다.

 

내용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특별지대에 경제특구가 들어선다. 해주 인근의 강령군 등이 검토되고 있다. 남북한 민간 선박이 해주항을  직접 이용하게 된다. 또 남북 어민들이 함께 어로작업도 한다. 그리고 한강 아래쪽의 모래채취 등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대로 평화협력특별지대가 개발된다면, 경제와 평화를 한꺼번에 잡는 새로운 '평화경제'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경협 키워드, '공리공영과 유무상통'

 

이날 선언문 가운데 경제협력을 다룬 부분은 다섯번째항. 모두 7개항목으로 돼있는 이 부분에서 남북 경협의 새로운 원칙도 제시됐다.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이다. 공동의 이익과 발전을 추구하는 것과 이를 위해선 남북이 서로 교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향후 남북경제협력 사업의 새로운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남북 경제의 균형발전과 공동 번영을 이루고, 경제공동체로 가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경협을 통해 향후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가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이를 위해 관심을 끌었던 것이 이른바 '경제특구'였다.

 

문제는 이 경제특구를 어디에,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관심거리였다. 또 새로운 특구와 개성공단 등 기존 경협 사업들과 연계시키는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남북 정상은 이를 위해 '해주'를 택했다. 이곳에 경제특구를 개발하고, 북쪽 선박의 해주직항로도 이용할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서 개성-해주-남한의 산업을 연결시키는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군사긴장 완화와 경제협력 강화, 해답은 "해주"

 

남쪽에선 그동안 해주 특구개발을 우선 순위로 추진해 왔다. 해주 특구를 통해 경제 뿐 아니라 군사적 긴장을 동시에 풀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쪽 관계자는 "해주를 비롯한 서해 쪽은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양국 해군력 집중 등으로 매우 민감한 지대였다"면서 "정치적으로 풀려면 풀리지 않지만, 남북의 경제적 공동이익 차원에서 접근하면 오히려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주항은 항상 남북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늘 잠복해 있는 북방한계선(NLL)에서 그리 멀지 않다. 또 이쪽엔 북한의 서해함대가 주둔하면서, 해군전력이 집중돼 있는 곳이다.

 

따라서 과거 현대그룹이 북쪽에 해주쪽 개발을 요청했을 때, 북한 쪽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하지만 이번에 남북 정상은 해주항을 비롯해 해주지역 일대를 '평화협력특별지대'로 개발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이다.

 

해주항이 열리고 주변지역이 경제특구로 개발될 경우, 서해안 일대는 군사적 긴장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해주특구는 개성공단에 이어 다시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우수한 노동력이 결합하는 남북 상생모델이 될수 있다.

 

또 서해상 특정구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는 것이나 한강 아래쪽 모래채취 등을 공동 추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갑우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해주항 개방은 남북 관계속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서 "북한 해군력의 상당부분이 밀집해 있는 이곳이 개방되면서 서해상의 군사적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할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변과 남포 등에 조선소 짓고, 개성공단 3통 문제도 해결

 

북한 남포와 안변 쪽에 조선소를 짓기로 합의한 점과 함께 농업·환경분야에 협력을 넓히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조선소 건립의 경우 최근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이 크게 늘면서, 중국으로 투자처가 옮겨가는 상황이 반영됐다. 중국을 대처할 만한 새로운 투자처로 북한을 주목한 것이다. 조선소는 수심이 깊고 남쪽 조선소와 가까운 동해안 지역의 안변에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곳에 선박블록 공장 등이 들어설 경우 북한은 2000명이상의 고용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구 교수는 "조선소 건립 등은 최근 국내 조선업계 입장에선 가까운 입지에 우수한 노동력과 양질의 제품을 확보할 수있는 좋은 기회가 될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와 환경보호 등에 대해 남북 정상간 합의를 이룬 점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그는 밝혔다.

 

또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개성공단의 이른바 '3통'(통신·통행·통관)문제도 이번 양국 정상이 해결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개성과 신의주 사이의 철도와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공동 이용 등에도 합의를 이뤘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서해평화지대와 경제특구 건설, 해주항 활용 등은 상당히 의미있는 진전"이라며 "경제와 평화를 연계한 것으로 남북이 서로 '윈-윈'하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한미FTA 등과 충돌, 재원 마련 등의 과제 남아

 

앞으로가 문제다. 남북간 '윈-윈' 합의라고 하지만, 이 내용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당장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 세계무역기구(WTO)나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충돌될 가능성도 있다.

 

남북 정상은 선언문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투자를 장려하고, 기반시설 확충과 자원 개발을 적극 추진하며 민족내부협력사업의 특수성에 맞게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기로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한다'는 부분이다. 한미FTA에선 이같은 조건과 특혜가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미관계가 정상화 돼서 다른 국가가 북한에 협력 사업을 할 때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남쪽에 특혜를 주면 WTO에 제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갑우 교수도 "현재 한미FTA 등 FTA 상황에선 이같은 특혜가 '투자자 국가소송제'와 같이 소송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이같은 협정이 남북 경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한 마디로 남한쪽에서 어떤 돈으로 북쪽의 철도와 도로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투자할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선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에 정부 재정만으로 충당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부에선 시간문제와 연속성을 꼽기도 한다. 현 정부 임기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후속 뒷처리는 차기정부가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태그:#정상회담, #해주특구, #남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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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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