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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게의 으뜸 단골은 고물을 수집하는 김철수(47)씨. 그는 리어카 하나로 생계를 유지한다. 거리를 돌면서 내버려진 플라스틱·가전제품·고철 등을 수집한다. 나의 가게는 그의 영업라인의 초입에 있다.

 

그는 가게 앞에서 두세 개비의 담배를 피워야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그와의 대화는 대부분 고물이야기. 어제는 커다란 철판 문을 2개나 주웠다거나 어느 집에서는 냉장고를 차에 싣다가 내려 주었다는 등 자신의 영업내용을 들려준다.

 

고물을 한 리어카 가득 싣고 돌아가는 길에도 가게에 들른다.

 

"오늘 많이 했네요?"

"얼마 안 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만 오천원쯤 되나?" 하고 물으면, 페트병을 담은 마대 자루를 가리키며 "덩치만 컸지 천원도 안돼" 하면서 발로 툭툭 찬다. 그래도 리어카가 수북한 날에는 보는 사람도 뿌듯하다.


아침 일찍 가게에 오는 날은 그의 목소리가 힘이 차다.

 

"최 사장, 새끼치게 고물 하나 줘."

"개시도 못 했는데 아침부터 뭘 달라고만 해요. 저녁 때 와요."

"아무 거나 하나 줘. 이 집에서 새끼 쳐야 고물이 좀 생긴다니까."

 

농담처럼 실랑이를 하다가 창고 뒤에서 헌 자전거 차체라도 하나 실어주면 좋아한다. 그의 하루 벌이는 평균 8000원. 한 달에 25만원 정도 된다. 한 달 내내 고물을 모아서 차로 실어내면 한 차에 8만원. 플라스틱은 덩치만 컸지 돈이 안 된다.

 

자루에 한가득 담아야 70원. 고철값과 같다. 빈 리어카로 돌아올 수 없어 세제와 기름을 담았던 통을 모아 온다. 아무 플라스틱이나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물에 뜨는 것, 휘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딱딱한 것은 안 된단다.


종이는 취급하지 않는다. 부피가 커서 1톤 트럭으로 한 차를 모아야 1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트럭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뭐니 뭐니 해도 고철이 최고다. 그중에서도 구리와 알루미늄. 다음이 '신주', 구리가 젤 좋아."

 

구리를 모은 날에는 자랑이 대단하다.

 


김씨와의 만남이 잦다 보니 가정사도 조금은 알게 됐다. 태백의 통리재 중간에서 탄광 인부로 10여 년을 보내고, 석탄산업이 사양화되면서 이사 온 강릉. 교통 사고로 불편한 몸이 되어 제대로 된 벌이를 할 수도 없다. 재활용품이 나오는 수요일은 새벽 2시까지 고물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다음날은 몸살로 하루 앓기를 반복한다.

 

고철 수집으로 버는 25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건축현장에 막일을 나가는 동생, 대관령 고랭지 밭일을 나가는 노모의 수입을 보태 살아간다고 한다.

 

장마가 끝나고 배추작업을 다니는 어머니는 최근에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벽 5시 집앞에 오는 봉고차를 타고 대관령으로 태백으로 일을 나간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오전 8시~9시. 칠순을 넘긴 나이에는 버거운 일이다.


오늘도 빈 리어카를 끌고 나타난 김씨. "저축해 놓은 것 빨리 내놔" 한다. 조를 때마다 다음에 준다고 한 것이 내게 맡겨 놓은 '고철예금'이다. 폐자전거 한 대면 3000원, 그의 하루 수입의 절반 가까이 된다. 그의 꿈은 하루에 1만원씩 버는 것이다.

 

자전거 한 대 사가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큰 단골이다.


태그:#고철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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