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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뒹굴고 있을 필요가 없지요"라며 외부 언론들의 '건강 이상설' 보도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날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첫머리 대화에서 노 대통령은 "어제 (우리) 일행이 평양에 도착했을 때 평양 시민들이 따뜻하게 맞아줘 마음속으로 감사하다, 위원장께서 직접 나와주시고 해서…"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제가 뭐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뒹굴면서 있을 필요가 없지요"라고 답했다.

 

다시 보여준 김 김위원장의 '솔직 화법'

 

김 위원장 특유의 유머, 그리고 직설적이고 솔직한 화법을 다시 한번 보여 준 것. 한편 그의 발언은 외부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나돌고 있는 '건강 이상설'을 겨냥한 면도 있어 보인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심장이 좋지않아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심장의 혈관을 넓히는 바이패스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가 많이 나돌았다. 특히 2일 4·25 문화궁전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7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노쇠해 보여 '건강 이상설'을 증폭시켰다.

 

외부 언론을 항상 관심깊게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당연히 이같은 보도를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환자도 아닌데..."라며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부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외부의 비판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자신의 입으로 거론하면서 인정하는 태도로 '열린 생각'임을 과시하거나 반전을 노렸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은 6월14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둘째날 정상회담에서 "구라파 사람들이 나를 은둔생활한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김 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는 한마디로 외부에 형성된 '은둔 이미지'를 벗기는 효과를 거뒀다.

 

그는 남쪽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어때요? 제 키가 난쟁이 똥자루 만하죠?"라고 말해 그의 키가 작은 것을 빗대는 외부 소문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특유의 유머로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줬다.

 

그의 이 같은 발언 내용은 당초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내용에는 없었으나, 뒤늦게 송출된 방송화면을 통해 확인됐다.

 

다음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 모두에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나눈 대화 녹취록.

 

김정일 국방위원장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평양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아주 훌륭한 행사를 했다고 들었는데 만족하십니까?"

노무현 대통령 "예."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대중 대통령께는 ....돌파구를 만들어 놓고, 이번에 육로로 이렇게 오신데 대해서는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육로로 올 수 있게 돼서 저도, 감동이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넘어올때 아주 감동이 있었습니다만 넘어오는 모습 지켜본 우리 국민들이 큰 감동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시켜 나가는데 도움..."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번에 평양 올라오실 때 ...주변 정비가 잘 되지 않아서 불편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노무현 대통령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 경관이 참 좋았죠. 어제 평양에 도착했을 때 평양 시민들이 나와서 우리 일행을 아주 따뜻하게 아주 성대히 맞아 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또 위원장께서 직접 나오셨었죠. 감사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제가 뭐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뒹굴면서 있을 필요가 없지요."


태그:#남북정상회담, #김정일 ,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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