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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 해수욕장과 함께 서해안의 관광 중심지로 각광 받는 곳이 대천항이다. 청주에서 출발해 조치원, 공주, 청양, 보령을 거치는 36번 국도를 2시간 넘게 달려 대천항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작은 포구들과 달리 큰 항구들은 언제나 활기가 넘쳐흐른다. 큰 항구들이 다 그렇듯 대천항에 가면 부두를 가득 메운 어선과 부지런히 오가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해산물을 하나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과 싱싱한 해산물을 값싸게 사려는 관광객들이 싱싱한 활어를 앞에 두고 흥정하는 소리는 또 어떤가? 일상을 닮아 어판장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소리가 정겹고 고무장화를 신은 아낙네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각종 해산물을 고무대야에 담아놓고 좌판을 벌이던 예전의 대천항이 아니다. 항구 옆에 번듯한 어시장을 새로 지어놓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왠지 재래식시장에 비해 정겨움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시장에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도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나 처음처럼’이라고 어떤 것이든 처음이 중요하다. 다른 관광지와 달리 호객행위가 심하지 않다. 새로운 건물, 깨끗한 환경에 걸맞게 상도덕을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게 좋은 이미지를 계속 이어간다면 어민들의 장밋빛 꿈은 반드시 이뤄지게 되어있다.

남해안에서는 전어, 서해안에서는 대하가 넘쳐나던 게 예전의 가을 바닷가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천 북쪽의 남당항에서는 대하축제, 남쪽의 무창포에서는 대하·전어축제, 더 아래쪽에 있는 흥원항에서는 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앞바다가 전어와 대하가 잡히는 경계선인가보다.

새로운 건물과 깨끗한 환경에 걸맞는 넉넉한 인심
▲ 현대식 어시장 새로운 건물과 깨끗한 환경에 걸맞는 넉넉한 인심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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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항에서 먹어보는 대하 맛은 어떨까? 36호 국도를 타고 이곳으로 달려왔는데 이번에는 마음씨 좋게 생긴 주인아저씨가 36호 부경상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주인아저씨에게 설명을 듣고 보니 대하 값이 다른데 이유가 있다.

크기가 커도 값이 싼 것은 원양어선에서 잡아 냉동했던 것이고, 크기가 작은 것은 양식한 것이란다. 크기가 크면서 가장 값이 비싼 자연산은 1㎏에 2만원인데 20여 마리나 되었다.

자연산 대하의 소금구이
▲ 대하 자연산 대하의 소금구이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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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서 꽃새우 혹은 보리새우라 불리는 오도리가 헤엄치고 있는 게 보인다. 1급수에서만 살고 있어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게 오도리다. 값을 물어보니 1㎏에 4만원이란다. 어느 곳이든 정가표 붙여있는 물건이 아니라면 흥정을 하게 되어있다. 1만7000원에 0.5㎏을 샀는데 무려 9마리나 된다. 후덕하게 생긴 주인아저씨의 인상을 칭찬하자 1마리를 덤으로 준다. 다른 항구에서는 3마리에 10000원정도 하니 오도리는 많이 싸다.

음식을 먹는 장소는 2층에 있다. 사람 수와 관계없이 회의 무게로 돈을 받는다. 회 1㎏에 7000원인데 매운탕까지 끓여주는 값이다. 대하는 1㎏에 10000원이고 오도리와 같이 본인들이 그냥 먹는 것은 돈을 받지 않는다.

가운데 윤기가 흐르고 더 붉게 빛나는 것이 오도리다
▲ 오도리 가운데 윤기가 흐르고 더 붉게 빛나는 것이 오도리다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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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친구들과 남해안으로 놀이 갔을 때 오도리를 먹지 않던 아내를 생각하지 않았다. 혼자서 9마리나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아내에게 맛보이려고 1마리는 소금구이를 했다. 역시 오도리는 소금구이를 해도 대하보다 때깔이 좋았다. 대하보다 껍질도 얇고 속살도 부드러워 생으로 9마리나 먹은 것이 미안했다. 우리가 대하를 먹은 한우리회센타 주인마저 천사표였다. 아내가 그날 담았다는 김치를 맛있어하자 숙소에서 먹으라며 비닐봉지에 김치를 담아서 건네준다.

바닷가에서  화려하게 불을 밝힌 상가 풍경
▲ 상가 풍경 바닷가에서 화려하게 불을 밝힌 상가 풍경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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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항 바닷사람들의 인심을 만끽하고 숙소인 충북학생종합수련원 대천 임해수련원으로 갔다.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 수련시설답게 숙소의 풍경도 색달랐다. 여행길의 감흥 탓인지 벽에 매달려 있는 빗자루와 쓰레받기까지 정겹게 느껴진다. 화려하게 불을 밝힌 상가들이 바닷가가 근처에 늘어서 있는 풍경도 볼거리다.

이른 아침 바닷가로 나갔다. 비가 내려 서해안 최대의 휴양지라는 대천해수욕장에 사람이 없다.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 파란 바다, 수평선 너머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빗방울에 가려 희미하게 보인다.

비가 내려 사람이 없는 대천해수욕장 앞 서해 바다에 홀로 떠있는 배 한척
▲ 대천해수욕장 풍경 비가 내려 사람이 없는 대천해수욕장 앞 서해 바다에 홀로 떠있는 배 한척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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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과 지는 해 때문에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곳이 서해바다다. 초가을에 생뚱맞게 내리는 비와 바다에 홀로 떠있는 배 한 척이 오히려 집 떠나온 나그네를 서해바다의 분위기에 빠지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과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천항, #어시장, #대천해수욕장, #대하, #오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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