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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환경

 

동해안은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내륙에 살더라도 몇 시간 안에 바닷가에 도착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도착을 하면 바로 비치 다이빙으로 들어가거나 보트 다이빙을 한다고 해도 몇 십 분 안에 포인트에 도착을 할 수 있다.

 
 
남해는 다르다. 다도해다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섬들을 지나 외해로 한두 시간을 나가야 다이빙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장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와 시간적인 문제이다. 배를 전세내야 하고 일박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같이 갈 사람을 모으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남해는 아무래도 지역민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수중환경도 당연히 다르다. 동해는 거의 해안선을 끼고 다이빙을 한다. 물론 동해에도 울릉도라는 천혜의 섬이 있고, 육지와 울릉도의 중간쯤에는 수면 가까이 있는 거대한 수중산맥이 있다. 바로 '왕돌 짬'이다. 그리고 '독도'가 있다. 하지만 이는 동해 다이빙으로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그래서 이는 제쳐놓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가장 큰 다른 점은 역시 어류의 종류와 그 수이다. 오해하지 말 것은 이는 어디까지나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지역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미 해군 잠수표에 따르면 스포츠 다이빙의 한계 수심을 40m로 잡는다.

 

그러니까 다이버가 가는 바닥 다이빙의 바닥깊이는 30m 안쪽이어야 좋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이버들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벽 다이빙(Wall Diving)이야 물론 바닥의 깊이는 상관이 없다. 절벽에 붙어서 일정수심을 유지하며 절벽을 보려고 하는 다이빙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동해에는 벽 다이빙을 할만한 장소가 거의 없다.


수중사냥

 

다이빙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다이버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첫째 이유는 물론 마음대로 바다 속을 드나들 수 있다는 스쿠버의 매력을 든다. 다음이 수중사냥이다. 그러니까 물속이니까 들어간다는 당연한 답을 뺀다면 거의 수중사냥을 그 이유로 드는 것이다.

 

프랑스의 청년 잭 이브 쿠스토와 에밀 가냥이 1943년 6월 스쿠버 장비를 만들어냈다. 그가 그 장비로 제일 처음 한 것도 바닷가재의 사냥이었다.

 

나 역시 수중사냥이 스쿠버를 시작하게 된 동기였다. 그리고 그 시절 나는 스쿠버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당연히 그것밖에 없는 줄 알았다. 작살을 들고 처음으로 고기를 잡던 날의 흥분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작살로 전해오던, 그 죽음의 떨림으로 전해오던 삶의 희열과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수중사냥꾼들에게 표적이 되는 고기가 우럭, 광어, 숭어, 감성돔, 돌돔, 농어, 혹돔, 청새치, 방어,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실 자주 만날 수 있는, 우리가 흔히 잡어라고 표현하는 물고기가 아니다. 그냥 희망표적일 뿐이다. 작살을 들이댈 수 있는 30, 40㎝급의 돔이나 우럭, 혹은 놀래기를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꾼들 중에는 아주 대단한 집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평생 대물을 찾아 깊은 바다를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한 가지, 오로지 대물이다. 이들이 말하는 대물이란 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크기가 최소 1m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1m 이상이 나간다고 해서 갈치를 찾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실제로 대물을 찾아서 바다 한복판 (제주도와 목포 사이)의 수중 여를 찾아 떠난 사람을 알고 있다. 그들은 목표로 한 대물을 잡아 수면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대기하고 있어야 할 배는 조류를 따라 흘러가 버리고 없었다. 그때부터 표류가 시작되어 6시간 동안 상어 6마리의 추격을 받으며 버티다가 선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헬기에 구조되었다.

 

안타깝게도 그들 중 한 다이버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구조된 다른 다이버들은 애도의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바다를 찾았다.

 

대물에 대한 꾼들의 집념은 이처럼 집요하다. 물론 인생의 목표가 그리 대단할 필요는 없다. 그가 무엇을 목표로 하든 간에 그것이 순전히 주관적인 것이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대물에 대한 열망으로 나도 한 시절 온갖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꾼도 그 자질을 조금은 타고나야 하는 모양으로 한동안은 1m는커녕 50㎝를 넘는 물고기를 만나본 적도 없었다. 물론 그러다가 울릉도에서 어느 날 나는 잠수함만한(내 눈에) 혹돔을 한 마리 만나서는 감격에 휩싸였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다 어느 날 나는 작살에 맞은 물고기가 내뿜는 시퍼런 액체( 깊은 바다 속에서는 빛의 흡수로 인하여 물고기의 피가 푸른색으로 보인다)를 붉은 피로 느끼기 시작한 순간부터 한 번씩 생각을 거듭하다가 서서히 카메라를 잡는 빈도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는 물론 나이가 들어간다는 반증이었지만,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기도 했다.

 

동해안의 물고기

 

일반적으로 연안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물고기가 놀래기이다. 비단 동해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해안 전역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물고기가 놀래기이다. 연안 수심 5m 이내의 해조류와 바위들이 많은 곳에 사는 정착성 물고기이다.

 

해안 가까이 사는 놀래기들은 그 크기가 10㎝ 내외가 많다. 종류에 따라 성체도 있지만 새끼들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끼들은 호기심이 대단하다. 거기다가 철도 없다. 그래서 다이버들이 들어가면 이들은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다이버 주위를 맴돈다. 그래서 철없고 자존심 없는 초보 사냥꾼의 작살을 맞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이런 고기를 잡아 나오면 이웃다이버들에게 욕밖에 들을 것이 없다.

 

물고기의 세계도 사람과 다를 것이 없어서 성체가 된 나이 든 물고기들은 조심성이 아주 많다. 그들은 새끼들과 달리 함부로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만약에 사람으로부터 한 번이라도 공격을 받았던 물고기는 절대로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육지의 사냥과는 달라서 사람에게 거리를 안 주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바다사냥꾼은 없다.

 

삼월이 되면 숭어의 눈꺼풀은 기름기로 덮인다. 장님이 된 숭어는 얕은 곳으로 모여든다. 얕은 바다에서 숭어를 볼 수 있는 시기이다. 계절에 따라 별미로 치는 것이 있다. 봄엔 도다리, 여름에는 멸치,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숭어를 친다. 과일도 제철과일이 맛도 좋고 값도 싸다. 물고기도 마찬가지다.

 

겨울에는 그 맛이 달아 별미로 치는 숭어도 “여름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 는 말을 듣는다. 비단 숭어뿐만이 아니라 산란기가 갓 지난 물고기는 기름기도 빠지고 그 살에 수분이 많아져 맛이 없기 때문이다. 숭어는 겁이 많고 그 행동도 몹시 빠르다. 산란기를 맞아 해변 얕은 풀밭으로 모이다가도 조금만 이상한 낌새를 채면 달아나는데, 그 빠르기가 비호와 같다.

 

또 삼월이 되면 도다리가 얕은 바다로 모여든다. 이들은 떼를 지어 모래사장에 엎드려 있다. 다이버가 가까이 가도 자신의 은신술을 믿는 이들은 눈을 굴릴 뿐 꼼짝을 하지 않는다.

 

거기에 비하면 문어는 꽤 지능이 높다. 그래서 주위가 조금만 불안해도 이들은 변신을 하든지 바위 틈새로 숨는다. 초보 다이버들은 바위 위에 앉아 있는 문어를 구분해 내지 못한다. 그러나 문어는 바위틈이 아닌 물속에서는 다이버보다 그 움직임이 늦다. 참고로 오징어는 무지 빠르다.

 

오월이 되면 동해안에 감성돔도 나타난다. 왜놈들은 이 물고기를 그 빛이 검다고 하여 ‘구로다이’라 부른다. 그러나 도미 중에서 검다는 말이지 내가 만난 감성돔들은 검은빛을 띤 찬란한 은빛이었다. 그 귀족적 자태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낚시꾼들이 아주 선호하는 물고기이다.

 

어쩌다가 재수가 좋은 날 이들이 회유하는 모습이나 방어떼 들을 만나 그 군무를 보고 있으면 다이빙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초원을 질주하는 천군만마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까.

 

수중 시야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감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수중 시야는 대략 5~8m 정도이다. 감포에서 부산 쪽으로 내려가면 시야가 더욱 흐리다. 감포 위쪽에서도 흐린 날은 1~2m 정도이다. 물론 ‘뻥’하고 2~30m 이상 터지는 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심 30m, 시야 1m, 보이는 것이라곤 전후좌우 상하 1m의 공간뿐일 때, 공포를 잊고 다이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사냥꾼들이 많은 것이다.

 

한 번은 필리핀에서 온 다이버들과 동해에서 다이빙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곧 떠올랐다. 자신들이 경험했던 바다, 그러니까 고개만 처박으면 30~40m가 보이는 자신들의 바다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마침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 내가 그들에게 물었다.

 

“왜 올라왔어?”

 

그들이 겸연쩍어하며 대답했다.

 

“무서워서요.”

 

그들은 자국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들이었다.

 

<다음으로 계속됩니다>


태그:#다이빙, #수중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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