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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어느 외국 친구로부터 버마에 관한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지난 1988년 있었던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30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이후 거의 볼 수 없었던 시위가 버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추석 연휴를 보내는 동안 시위는 점차 확대되어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연휴 마지막 날에는 군부가 폭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다는 소식마저 전해져왔다.

 

현재 버마에서는 경제 안정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민들의 시위에 군사정권이 폭력으로 대응하여 유혈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버마 정부는 9월 28일까지 1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공식발표했으나,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보도도 계속 나오고 있다. 또 스님을 포함해 수백 명이 폭행을 당하거나 군대에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인구 90%, 하루 수입 1달러 미만

 

이번 시위의 발단은 지난 8월 15일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을 이유로 연료 가격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면서 연료 가격을 갑자기 크게 올린 것에 있다. 버마의 연료산업은 군부정권이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데, 하루 아침에 휘발유는 1.67배, 경유는 2배, 천연가스는 5배나 가격이 상승했다.

 

버마는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1인당 국민소득이 약 200달러(한화로 약 18만3천원)밖에 안 되며, 1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90%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업률도 1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또한 매우 불안하여 2006년에는 물가상승률이 21.4%나 되었고, 연료 가격 인상이 있기 전 이미 물가는 올해 들어 평균 40%나 상승한 상황이었다. 8월 15일의 유가 상승 이후 식용유와 계란 등의 식료품 값도 덩달아 35%가량씩 올랐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버마의 근로자들은 소득의 절반가량을 출퇴근 교통비에 쓰며, 나머지 절반 정도를 식품 구입에 사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름 값 인상으로 버스 요금이 2.5배 이상 뛰어올라 버스에 의존해야 하는 대다수 일반 서민들이 소득의 70%를 교통비에 써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양곤의 경제구역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가운데 1시간씩 걸어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결국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군사독재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버마는 한때 세계 최대 쌀 수출국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또 구리와 철 등의 금속과 보석류, 석탄, 석유, 천연가스, 목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수출까지 하고 있는데, 2001년 이후 버마 최대의 수출 품목은 야다나-예타건 가스전에서 생산되어 태국으로 수출되는 천연가스로 전체 수출액의 30%를 차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버마에서 천연가스와 석유가 아무리 많이 생산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부분 외국으로 수출돼 군사독재정권의 배만 불린다는 점이다. 게다가 군사정부가 국민들을 총칼로 탄압하기 위해 예산의 40%를 군사비로 지출하는 사이, 국민들은 에너지난에서 허덕이게 됐다. 버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조차 하루에 몇 차례씩 전기가 끊긴다고 한다. 또 가스가 많이 생산돼 수출까지 한다는 아라칸 주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땔나무와 촛불을 이용하고 있고 전기는 제한적으로 공급될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한 가지 있다. 일부 한국 기업이 이러한 버마 군사독재정권에 빌붙어 버마 국민들의 피눈물을 짜내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말 현재 한국은 버마에 5번째로 많은 물품을 수출하는 나라다. 버마에 대한 투자액수로는 12위이며, 투자건수는 4위다. 현재 52개의 한국 기업이 버마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마에 무기 기술 수출한 대우인터내셔널

 

 

그 가운데 대우인터내셔널의 투자가 가장 눈에 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버마 서부 아라칸 주 해상의 '쉐 가스전'에서 대규모로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있다. 쉐 가스전에서 나오는 수익은 기존의 천연가스 판매수익을 150%나 증대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이 일대에서 확인된 가스 매장량만 4.5~8.5조 입방피트라고 하는데, 이것은 국내 연간 LNG 소비량의 4~8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며, 금액으로는 최대 90조원에 달하는 것이다. 버마 군부의 통치기구인 국가평화발전위원회(SPDC)는 가스 전체 판매대금의 10%를 로열티로 받으며, 3년간의 면세기간 이후에 순이익의 30%를 세금으로 받기로 했다.

 

이를 계산해보면 앞으로 20년 동안 해마다 미화 5억8천만 달러 가량이 군부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의 가스 생산량이 최대 14조 입방피트에 이른다면 이로 인한 군부의 수익은 연간 8억2400만 미 달러에 달할 것이며, 20년간 총수입은 170억 달러나 될 것이다. 이 가스 개발 사업은 현재까지 버마 군사정권에게 가장 큰 단일 수입원이다. 물론 이 계산에는 버마의 고위 장성들에게 주어졌을 검은돈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우인터내셔널은 200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버마 군사정권에 불법으로 포탄 제조 공장과 설비, 기술까지 수출했다가 당국에 적발돼 사장을 포함한 십여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군사정권에 대한 제재 움직임에 동참하자
 

현재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 정부는 평화적인 시위를 무력으로 탄압하고 있는 버마에 대해 다양한 제재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EU(유럽연합)의 경우 1996년부터 버마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버마 국영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금지하였으며, 원조와 개발 지원 사업에도 제한을 가하고 있다. 고위 관료의 유럽 방문을 제한하고 이들의 자산을 동결하였다.

 

미국의 경우에는 1991년부터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버마 물품의 수입 금지와 특정 인물의 자산을 동결했으며,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사무국(OFAC)이 발간하는 '거래 금지 국가 및 개인(SDN) 리스트'에 있는 어떠한 개인과도 사업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미국인에 의한 모든 신규투자가 1997년 5월부터 금지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지만, 세계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언제까지 버마 군사정권에 빌붙어 민중의 피를 빨아 먹으며, 군사독재정권을 배불리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같은 기업을 용인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총칼로 탄압하고 있는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태그:#버마, #대우, #가스, #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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