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기 안양시가 2008년도 안양시의원의 의정활동비와 여비 및 월정수당 등에 대한 지급기준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전달하여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으로 이이섭(63) 전 기무부대장을 선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의정비 책정을 놓고 부단체장급 금액을 주장하는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 차원의 대폭 인상 추진 요구와 지방의원들의 유급화에도 불구하고 명예직 당시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 등이 불거지면서 심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안양시의정비심의위원회는 시장과 시의장이 각각 5명씩 위촉한 10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들은 학계 2명, 법조계 1명, 언론계 1명, 여성계 1명, 시민단체 1명을 비롯 행정동우회 1명, 의정회 2명, 일반시민 1명 등이다.

 

기자가 입수한 안양시의정비심의위원 명단을 보면 한국희(안양과학대 교수), 문원식(성결대학교 교수), 최돈익(변호사), 박석희(경인일보 본부장), 박정례(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장), 김영희(전 안양YWCA회장), 최계로(전 만안보건소장), 김석한(안양시의정회 감사), 한삼석(전 시의원), 이이섭(예비역 육군대령) 등으로 확인됐다.

 

의정비심의위원 선정은 지자체가 공문으로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에 복수추천토록 요청해 그 중에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장이 5명씩 선정토록 되어 있으며 1회에 한해 심의위원을 할 수 있다.

 

또한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방자치법시행령 제15조에 규정되어 있는 의정활동비, 여비, 월정수당의 지급기준을 결정하며 이번 심의위의 활동시한은 10월 말까지로 지급기준을 결정해 시장과 시의회의장에게 통보한 후 해산된다.

 

심의위원들은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비와 여비는 지방자치법시행령에서 정한 금액 범위 안에서, 월정수당은 지역주민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및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실적과 당해 자치단체 재정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이번에 구성된 안양시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2008년 안양시의회 의원 의정비를 어떻게 결정할지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안양시는 오는 10월 25일까지 5차례 정도 심의위원회를 열고 의정비를 결정하는 논의 과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안양시는 위원회에서 결정금액이 통보되면 행자부 지침에 따라 주민공청회 또는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하여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한 다음 결정금액을 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11월 중 조례 개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안양시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의정비 심의라는 막중한 책임에 대한 중압감 탓인지 심의위원들로 부터 시의원들의 출석현황과 평가 등 심의 관련 자료 제출 요구가 많았다"면서 심의후 최종 결정은 여론조사기관을 통한 주민의견 수렴을 검토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지자체는 재정 여건이 비슷한 지자체에서 얼마를 책정할 것인가 벌써부터 정보탐색에 나서고 있는 반면 이를 공개하기를 서로 꺼리고 있을뿐 아니라 심의위원들 조차 이를 근거로 책정할 움직임을 보여 막판까지 눈치보기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의위원에 선정된 모 대학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대폭 인상에 나선 지자체에 언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어 올 의정비 심의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사실상 인구와 재정력이 엊비슷한 타 지자체 사례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얼마를 책정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이 첫 시작된 지난해 안양시의정비심의위원회는 안양시의원 의정비로 의정활동비 110만원에 월정수당 196여만원을 합쳐 307만원을 결정했다. 이는 연봉으로는 3천681만원(의정활동비 1천320만원. 월정수당 2천361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전국 234개 기초의회 중에서 지난해 최다 의정비는 3천804만원을 결정한 서울 서대문구의회이며 2위는 성남시의회(3천799만원), 3위 서울 마포구의회(3천783만원), 4위 수원시의회(3천780만원), 5위 노원구의회(3천756만원) 순이며 안양시는 10위를 차지했다.

 

안양시의원은 유급제 이전인 2005년 명예직 의원으로 매월 의정활동비 110만원에다 회기수당 평균 66만6000원 등 매월 176만6000원을 받던 것에 비해 131만원이 늘어났다.

 

물론 여기에서 소득세 등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당비, 상조회비 등이 공제되나 지방자치법상 이미 규정된 여비로 철도(1등급), 선박(2등 정액), 항공(정액), 자동차(정액), 현지교통비 1만원, 숙박비 4만6000원, 식비 2만5000원씩을 지급받는다.

 

특히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은 별도의 업무추진비를 받아 안양시의장의 경우 연간 3천만원으로 이를 월별로 환산시 250만원을 사용하며 부의장은 연간 1천500만원, 각 상임위원장은 각각 연간 1천920만원을 사용하는 등 업무추진비는 모두 8천868만원에 이른다.

 

또한 겸직에 따른 의원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명예직 당시에는 해당되지 않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50% 지원도 개별적으로 받게 되면서 국민연금은 1인당 평균 12만6천원 정도, 건강보험은 6만1천150원 정도를 지원받는 등 각종 혜택 또한 늘어났다.

 

하지만 지방의원 유급제 이후 1년하고 반 년이 훌쩍 넘은 현재 의원들의 겸직은 허용되고 있으며, 영리행위는 전혀 제한되지 않고 있어 의원 사무실에서 시의원들의 얼굴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것이 현실인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찾아간 안양시의회 의원사무실에는 각종 서류가 즐비해 열심히 의정활동에 임하는 일부시의원의 모습을 발견할 수 반면 대다수 의원들의 책상은 의회 사무국이 제공한 집기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을뿐 일한 흔적을 전혀 볼수 없었다.

 

지방의원 유급제는 전문성과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

지방의원의 유급화는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영리행위에 집착하지 않고 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에 충실하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유급화 이후에도 의원들의 겸직이나 영리행위가 전혀 제한되지 않는 등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가 해당 지역 부단체장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데 이어, 광역의회도 지난 10일 열린 전국시도의회 운영위원장단 회의에서 공무원 2급(이사관급.6천만원)수준의 인상 가이드라인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같이 지자체 살림을 누구보다 알뜰히 꾸려야 할 책무가 있는 지방의원들이 고을 곳간을 열어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챙기겠다고 나서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종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지경이다.

 

오죽했으면 행정자치부에서 의정비 인상 움직임과 관련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는 의정비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할 것과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하여 주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 등 의정비 인상에 책임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도록 주문하고 나섰을까 싶다.

 

행자부 지침에 따르면 '의정비 결정 방법 및 절차'에서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 등에서 추천 받은 자 중 자치단체장, 의장이 각각 5인씩 선정한 10인을 위촉해 심의위원회를 구성토록 하고 공청회, 주민의견조사 등을 통하여 최종 결정토록 하고 있다.

 

행자부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2006년에 지방의회 의정비를 자율화하면서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통제토록 조치하였으나, 이러한 주민자율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의 회의 출석, 조례발의와 내용 및 채택 여부, 적법절차 위배 여부, 윤리성 준수 여부(비위 부패 여부) 등 의정활동에 따른 객관적 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해야 마땅하다"며 법제화의 필요성 마져 제기한다.

 

이는 지방의원들의 유급화 이후에도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대다수 지방의원들이 겸직을 하고 시의회 의원 사무실에는 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책상들이 부지기수로 아직 명예직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지방의원의 의정비는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으로 지급된다. 의정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주민의견 수렴, 지방재정 형편 및 재정자립도, 주민 평균소득, 물가상승률, 공무원 전체의 보수조정 비율 등 책정 기준을 총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방의원 유급제가 지방의원의 전문성과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의정활동비 산정은 지방의원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정비심의위원회의 투명한 운영과 책임 또한 어느때보다 막중하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의정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