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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이월에 뜨는 저 달은 동동주를 먹는 달
삼월에 뜨는 달은 처녀가슴을 태우는 달
사월에 뜨는 달은 석가모니 탄생한 날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오월에 뜨는 저 달은 단오 그네 뛰는 달
유월에 뜨는 저 달은 유두밀떡 먹는 달
칠월에 뜨는 달은 견우직녀가 만나는 달
팔월에 뜨는 달은 강강수월래 뛰는 달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구월에 뜨는 저 달은 풍년가를 부르는 달
시월에 뜨는 저 달은 문풍지를 마르는 달
십일월에 뜨는 달은 동지죽을 먹는 달
십이월에 뜨는 달은 님 그리워 뜨는 달        - 우리민요 '달타령'

 

한가위 '팔월에 뜨는 달은 강강수월래 뛰는 달'이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에 나오는 이태백은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뛰어난 시인이다.

 

혼란스러운 현실을 초월한 낭만적인 시를 지은 이태백을 어떤 이는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술을 너무나 좋아해 술과 더불어 산 그가 강에서 뱃놀이를 즐기다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고 전해진다.

 

달은 신비롭고 낭만적인 존재다. 우리 민족은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추수철인 가을밤, 추석의 밝은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면 더 잘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 모두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보자.

 

와온 해변 가는 길

 

25일, 전남 순천 와온 해변 가는 길은 황금들녘이다. 벼이삭은 고개 숙이고 고추의 붉은 열매도 익어간다. 율촌 상봉리 두렝이길 너머로 해가 진다. 와온은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하얀, 분홍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두렝이길에서 여인이 노을 지는 와온 해변을 화폭에 담고 있다.

 

광주에서 어제 왔다가 너무 멋있어서 또 다시 찾아왔다는 김미선(36)씨는 "이 시간이 너무 예뻐요"라며 와온의 노을을 스케치한다. 달을 그려보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달 그림은 그려본 적이 없지만 딸 이름이 달이라고 했다. 딸아이는 달샘(달에 있는 샘)이고 아들은 태양이란다. 달과 태양, 참 멋진 이름이다.

 

 

산자락에 달님이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그림을 그리면 재미있어요."

 

이런 풍경을 그릴 때는 화폭에 다 담을 수 없어서 안타깝다는 김미선씨는 그래서 거의 기억으로 그린단다.

 

"봤던 느낌을 스케치해요."

 

순간에 사라지는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나중에 보고 그리면 어쩌겠느냐고 하자 "사진을 보고 그리면 재미없어요"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와온 마을 아이들이 바닷가에 쌓아둔 대나무더미위에서 뛰논다.

 

"우리 뭐하게요. 꽃게 잡아요"라며 묻고 답까지 한 아이들은 기다란 장대를 가지고 밀려드는 물결을 헤집고 있다.

 

이 가을이 벌써 외롭고  쓸쓸한 걸까. 어둠에 잠긴 솔섬은 말이 없다. 바다는 쿨럭 쿨럭 헛기침을 해대고 하늘은 아직 노을빛이 가시지 않았다. 오후 7시 30분 와온의 달은 산마루에서 한 뼘쯤 올라왔다.

 

 

달은 구름과 숨바꼭질이다. 구름과 달이 번갈아가며 술래가 된다. 눈이 부시도록 환한 달빛. 와온에 뜨는 달은 차마 눈이 부셔 바라볼 수가 없다. 검은 산자락에 두 뼘 남짓 떠오른 보름달에 하늘도 푸른빛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산은 아직 어둠에 잠겨있다.

 

구름은 갖가지 모습으로 변해간다. 서서히 달덩이가 구름 속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눈이 부시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와온 하늘에 떴다. 우리 모두 달님에게 소원을 빌어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와온, #보름달, #화가, #황금들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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