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관중들의 야유가 들렸다."

 

오랫동안 침묵에 빠져있던 이승엽의 방망이가 모처럼 불을 뿜어내며 4번 타자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은 2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홈경기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천금 같은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최근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4번 타자의 자리를 위협받던 이승엽은 이날 승부를 가르는 3타점 3루타를 기록하며 중심 타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상처받은 이승엽의 자존심

 

 이승엽

이승엽 ⓒ 요미우리 자이언츠

앞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1,2차전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이승엽은 이날 경기에서도 역시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 연속 삼진으로, 세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는 등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1타석 연속 무안타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이어나갔고 급기야 홈팬들로 가득 차있는 관중석에서는 야유까지 들렸다. 요미우리 역시 이날 경기 막판까지 요코하마의 선발투수 미우라 다이스케에게 철저히 공략당하며 0-2로 끌려갔다.

 

이승엽의 수모는 8회말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요코하마가 1사 2, 3루의 위기를 맞이하자 타석에 들어선 3번 타자 오가사와라를 고의사구로 피하고 최근 부진에 빠진 '만만한' 이승엽과의 승부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오히려 요코하마에게 독이 됐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이승엽은 1사 만루의 상황에서 미우라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걷어 올려 우중간을 시원하게 가르는 안타를 쳐낸 것이다.

 

공이 담장을 맞추고 굴러 나오는 사이 앞선 세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고 이승엽은 3루까지 달려갔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진 이승엽의 3타점 3루타로 요미우리는 순식간에 3-2로 역전했다. 이것이 바로 요미우리 홈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4번 타자 이승엽'의 활약이었다.

 

이승엽은 계속되는 1사 1, 3루의 기회에서 상대 투수가 1루로 견제구를 던지는 사이 과감하게 홈으로 달려들었지만 아쉽게도 아웃됐다. 그러나 이승엽의 결승타를 끝까지 잘 지켜낸 요미우리는 결국 3-2로 역전승을 거뒀고 이승엽은 이날의 수훈 선수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제는 주니치와의 '운명의 3연전'   

 

이로써 요미우리는 이날 히로시마에 0-5로 완패한 주니치 드래곤스를 1경기차로 밀어내고 센트럴리그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경기가 끝난 뒤 열린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이승엽은 "세 번째 타석에서 땅볼을 치고 나서 관중들의 야유가 들렸다. 그래서 네 번째 타석에서는 좀 더 집중해서 칠 수 있었다"며 홈 관중들이 보낸 야유가 큰 자극이 됐음을 밝혔다.

 

이로써 이승엽은 그동안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당장 24일부터 26일까지 센트럴리그의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주니치를 상대로 '운명의 3연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4번 타자의 저력을 과시하며 자존심을 되찾은 이승엽이 이날의 활약을 주니치와의 대결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7.09.24 10:56 ⓒ 2007 OhmyNews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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