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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신문 만평에 가장 자주 등장한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신정아씨 사건일 거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새로 창간한 <시사인>과의 독점 인터뷰, 갑작스런 귀국, 검찰에서의 조사, 구속영장의 기각… 연이어 터져 나오는 새로운 소식에 신문이 온통 신정아씨 관련 기사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만평은 달랐다. 예상 외로 신정아씨가 등장하는 만평이 적다. 전 주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조선일보>만 그 전 주에 이어 네 편의 만평에 신정아씨를 등장시켰을 뿐 다른 신문들은 한두 편에 그쳤다. <한국일보>의 경우엔 아예 신정아씨 관련 만평이 한 편도 없다.

신정아씨로 도배를 했던 그 전 주와는 분명 다르다. <문화일보>의 누드 사진 게재가 여론의 지탄을 받은 후, 타 언론사들도 신정아씨 사건에 대해 접근하는 태도가 많이 조심스러워졌음이 만평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라 판단된다.

신정아씨 사건으로 인해 청와대가 <조선일보>로부터 연일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 <조선일보> 20일, 21일 만평 신정아씨 사건으로 인해 청와대가 <조선일보>로부터 연일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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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씨 사건을 소재로 한 만평이라 해도 신문사마다 그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신정아씨 사건을 청와대와 관련된 부적절한 애정 행각으로 규정하고 조롱하고 있다. 신문 만평의 본령은 조롱이 아니라 비판이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은 신정아씨와 관련된 보도의 홍수 속에 이명박 후보의 부적절한 여성비하 발언이 묻히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국민일보>는 신당의 경선이 관심 밖으로 밀려 났음을 지적했다. 신정아씨에 쏠린 관심을 다른 곳에도 돌려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신정아씨 사건으로 인해 다른 뉴스가 묻히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 <국민일보>, <경향신문> 만평 신정아씨 사건으로 인해 다른 뉴스가 묻히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 국민일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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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씨 사건 외에 만평의 주된 소재가 된 사건은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수사다. 임기 말까지 '레임덕' 없이 제 목소리를 내 오던 노무현 대통령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고 있는 사건이다. <조선일보>는 올 초 노무현 대통령의 캐릭터에 억지로 씌웠다가 슬며시 지웠던 오리 모자를 다시 씌웠다. <경향신문>은 노 대통령이 휠체어에 실려가는 모습을 그렸다. 레임덕이 시작되었다는 표시다.

지난 주 신문 만평은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 <경향신문>, <조선일보> 만평 지난 주 신문 만평은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 <경향신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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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후반에는 신당의 경선 과정에서 손학규 후보가 이틀간 잠적한 일이 톱뉴스를 차지했다. 경선 과정에서 잠적했다가 다시 나타나는 모습에서 5년 전 이인제 후보의 모습을 떠올린 이들이 많았다. 주 중에 민주당 내 경선에서 1등을 차지한 사실보다 5년 전 후보를 사퇴한 모습이 더 크게 기억되는 건 이인제 후보로서는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손학규 후보의 잠적이 이인제 후보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
▲ <경향신문>, <한국일보> 만평 손학규 후보의 잠적이 이인제 후보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
ⓒ 경향신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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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동일 사안에 대한 해석이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 준 만평이 있다. 국방부가 발표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 허용'을 두고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정반대의 입장에서 만평을 내 놨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대체 복무에 대해 정반대의 만평이 나왔다. 독자들은 어느 것에 더 공감하는가.
▲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만평 대체 복무에 대해 정반대의 만평이 나왔다. 독자들은 어느 것에 더 공감하는가.
ⓒ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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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주 가장 큰 사건은 태풍 나리로 인해 제주도가 물에 잠기고, 13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어서인지, 13명의 인명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시절인지 신문들은 제주도에 불어 닥친 재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중요하고, 어떤 일이 덜 중요한 일인지에 대한 판단을 신문 편집국이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해야 하게 생겼다.

끝으로 정부와 신당의 모습만을 만평에 담아 비평하여 일명 '가자미 만평'이라 불리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만평이 이번 주에는 어떠했는지 확인해 보자. 이번 주 역시 같은 모습이다.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수사, 신정아 사건, 신당의 경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늘 같은 방향만 바라 보고 있다.

'한 놈만 패'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쪽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두 신문의 만평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서운해 하지나 않을 지 모르겠다.


태그:#신문만평, #노무현,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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