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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시장이 활기차다. 대부분의 재래시장이 새벽에 바쁜데 비해 진남시장은 오후가 되면서부터 분주해진다. 21일 오후 4시 무렵 찾은 여수의 진남시장. 도로의 차량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시장입구 차도와 인도는 장보러 나온 차량들과 행인들로 북적인다.

 

인도에서는 난전이 열렸다. 독특한 채소가 눈에 띈다. 할머니는 양애갓이라며 초고추장에 무쳐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땅에서 나는 건디 소금간해서 밥반찬해먹어도 좋고, 여름 한철 잠깐 나오는 고급반찬"이라고 한다. 
 

"태풍이 와서 이렇게 못쓰게 되부렀어"

 

양애는 요즘은 보기 드문 채소로 해독과 해열제로 쓰이며 주로 제주와 남해안 일대에서 많이 자라는데 양하 또는 양애갓으로도 부른다. 밭섶의 박토나 담벼락 아래 일단 심어놓기만 하면 절로 자라는 양애는 줄기와 잎 모양이 생강과 흡사하다. 향이 고급스러운 양애는 음식의 풍미를 살려내며 입맛을 당기게 하는 특성이 있어 부잣집 요리에 많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새벽 4시경에 나와 물건 받아와서 정리하고 나면 아침 먹을 새도 없다는 임아무개(64)할머니는 쪽파를 다듬으며 푸념을 한다. 또 "태풍이 와서 이렇게 못쓰게 되부렀어"라며 "값도 비싸서 안 사가"라고 한숨이다. 

 
쪽파 한 단에 5천원, 애호박 한 개에 3천원이다. 이따금씩 손님이 지나가며 가격을 묻기만 하고 그냥 지나친다. 대추는 한 바구니에 3천원, 햇밤은 1되에 4천원이다. 쪽파가 쌀 때는 한단에 1천원이었다고 하니 비싸긴 비싼 편. 할머니네 채소는 "약을 안 친께 안 깨끗하단 말이요. 약을 치면 때깔이 좋은디"라며 볼품없어 보여도 이게 '진짜배기'라고 말한다.

 

 
어물전은 역시 항구도시답다. 물이 다르다. "바지락 한 대접에 3천원, 달라는 대로 드립니다." 싱싱한 바지락과 넘쳐나는 해산물 "이런 데는 싱싱한 거 아니면 안 묵어요." 생선의 신선도가 다른 곳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생선가게 아주머니는 여수 사람들은 싱싱한 해산물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 본다고 한다. 깐 바지락은 대접에 담아 3천원, 6천원어치씩 판다.

 

반찬가게는 반찬만 파는 줄 알았는데 온갖 전이 다 있다. 서대를 얇게 포 떠서 만든 서대전, 조기전, 명태전, 돼지고기를 다져 만든 동그랑땡, 깐 새우를 계란에 버무려 때깔도 고운 새우전, 쪽파와 당근 돼지고기에 맛살까지 더 넣은 산적, 이렇게 다양한 전은 포장해서 각각 5천원에 판다.

 

"자~ 맛보세요, 언니! 한과, 유과, 약과... 다 있어요"

 

형형색색의 떡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민속 떡을 만드는 떡 방앗간은 물 만난 고기처럼 퍼덕인다. 제일 바쁘다. 쑥개떡 2천원, 송편은 1kg에 6천원이다.  진남시장에서 떡을 파는 장을남(45)씨는 "추석에는 뭐니 뭐니 해도 송편이 우선이죠"라며 그 다음으로 기정떡과 시루떡, 인절미를 제사용으로 많이 사간다고 한다.

 

 

해마다 명절 2~3일 전이면 가장 바쁜 곳이 떡집이다. 모든 과일이 제철이 있듯 송편은 추석 때만 많이들 찾는단다. "자~ 맛보세요, 언니! 한과, 유과, 약과… 다 있어요."

 

또 다른 떡집. 이곳은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송편 빚기에 열중하고 있다. 쑥과 모시 잎을 넣어 만든 송편 피에 녹두고물을 넣어 빚는다. 송편이 큼지막하다.

 

재래시장, 한 바퀴 돌고나면 추석상차림 준비 끝

 

23년간 양념류를 팔았다는 서영희(65)씨. 마늘 한 접에 1만3천원, 고추 한 근에 6~7천원, 태양초는 한 근에 8천원이다. 달천에서 나는 참고막은 1kg에 5천원, 찐쌀은 1kg에 6천원, 당연히 햅쌀이다. "처음 나온 거여." 자식 키우고 밥 먹으면 그만이지 뭔 돈을 얼마나 더 버냐는 서 할머니는 인심 또한 넉넉하다.

 

재래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면 추석상차림 준비 끝이다. 없는 게 없다. "고구마줄기, 토란나물, 도라지, 취나물, 박나물, 여러 가지 많이 있어요."

 

 

채소 값이 갑절을 넘어 3배나 뛰었다. 안맹순(54)씨는 "채소장사 15년째인데 올처럼 비싼  건 처음"이라며 "물건도 흐물흐물하고 안 좋아요. 상추 한 박스에 5만원이니 옛날 같이 팔리지도 안 해요"라며 대목인데도 손님이 평일 수준이란다. 깻잎 4묶음에 1천원, 배추는 한 포기에 5천원이니 손님들이 값을 물어보기만 하고 구입을 포기하고 돌아선다.

 

"깻잎은 싸네요"라고 묻자 "적게 묶어졌잖아요. 시세에 따라 묶음이 달라져요"라고 답한다. 달랑 무도 한단에 5천원이다. "물건이 좋고 싸야 많이 팔릴 것 인디, 들었다 놨다 그냥 물어만 보고 가요"라며 안타까워한다.  

 

"뭐~ 필요하세요."
"양파, 꼬사리, 좋은거여."
"가져가소."

 

 

횟집. 싱싱한 활어를 즉석에서 회를 떠 준다. 전어 만원어치 양이 제법 많다. 양념과 풋고추, 마늘까지 챙겨준다. 전어회를 써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이 바쁘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푸짐한 재래시장. 올 추석 장보기는 대형마트 바코드의 냉정함이 아닌 인심 좋은 에누리에 덤까지 얹어주는 재래시장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재래시장, #진짜배기, #에누리, #추석, #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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