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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600만원 판결을 받은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해 너무 뜸을 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데 상당 부분 도지사의 '리더십'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관련 행정이 표류하는 등 혼란을 부추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심지어 대법원이 공직선거법에 적시된 강행규정까지 어기면서 뚜렷한 이유없이 확정 판결을 미루자 제주 사회에서는 "유죄이든 무죄이든 빨리 결정을 내려달라"는 여론이 높다.

 

대법원 '전원합의부'로 넘겨 판결 지연

 

김태환 제주 지사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과 선거 기획을 공모 또는 묵인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지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법정 기한보다 두 달을 넘겨 논란을 부르고 있는 것. 선거법 제270조는 항소심 선고 이후 3개월 이내 3심 판결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광주고법은 4월 12일 항소심 선고를 내렸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선고 후 3개월 이내(7월 12일)에 판결을 내려야 하는 '강행규정'까지 어겨가며 여태 심리를 끝내지 못해 '불신'과 함께 '정치적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지난 4월 12일 2심에서 이 사건을 6월 중순부터 원심 판결의 하자 여부를 놓고 검토를 벌여왔다. 그러나 그 동안 김 지사측의 변호인 추가 선임, 상고이유보충서 추가 제출과 더불어 검토사항이 많아 결정이 지연돼 왔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김 지사 사건을 '전원합의부'로 넘겨 오는 28일 첫 심리를 열 예정이다. 대법원측은 "이날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부에서 김 지사 사건에 대한 심리가 이뤄지고, 대법관들이 합의가 이뤄질 경우 10월에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지만 대법원 최종 판단이 올해 안에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고심 이유는 뭔가

 

대법원이 전원합의부로 김 지사 사건을 넘긴 것은 증거수집 절차를 놓고 이견이 있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원합의부는 반대나 다른 의견을 제시한 대법관의 의견을 해석할 필요가 있는 사건의 경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돼 구성된다. 따라서 1, 2심에서 논란이 됐던 김 지사 사건의 쟁점은 검찰 압수수색의 증거능력과 위법성 여부다. 김 지사측은 위법하게 이뤄진 압수수색에서 수집된 자료가 증거로 제출됐다며 항소심 판결 직후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마디로 검찰이 사건 발단이 된 제주도청 압수수색 당시 이른바 '조직표'와 문건 등을 압수하면서 영장에 기재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가져왔고, 압수 과정에서 영장 제시절차도 어겼다는 것이다.

 

또 김 지사의 변호인은 6월 현행 형사소송법 307조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인정하고 있다며 '독수독과'의 문제를 들며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한 상태다.

 

따라서 1·2심 재판부는 기존 판례를 들어 이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지만, 전원합의부에서 판례를 뒤집을 지가 최대 관심사다.

 

행정 불신 초래... 주민소환운동까지

 

현재 제주지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따른 1차 산업 피해대책은 고사하고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주민갈등조차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해군기지 후보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마을에 해군기지가 유치되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최종 후보지로 정해지는 바람에 4·3사건 때보다 훨씬 더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 할 정도다.

 

또 일부 대선 후보자는 중앙정부의 지역형평성 논리에 발목이 잡힌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 법률안이 김태환 지사가 선거법에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을 정도로 대법 판결 지연이 오히려 지역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처럼 재판이 지연되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 '아고라'를 통해 김태환 제주지사 선거법사건에 대해 대법원 조기판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네티즌 서명운동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제주도내 3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제주군사기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정부와 제주도의 해군기지 후보지 결정은 법적 구속력 없다"며 "편법으로 지출된 여론조사비용 1억여 원에 대한 예산환수소송은 물론 김태환 도지사의 직권남용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며 추석연휴가 끝나는 대로 곧 주민소환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현재 제주사회는 태풍 피해까지 겹쳐 상황이 말이 아니지 않는냐"는 한 지역 인사는 "최종 판결만을 남겨둔 채 질질 끄는 것은 재판부나 제주도나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유죄이든 무죄이든 빨리 판결을 내려 제대로 행정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제주, #김태환, #대법원, #전원합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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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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