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06년 1월, MBC에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라는 휴먼다큐가 방영되었다. 많은 이들은 그 방송을 보고 가슴 시림을 느꼈고 동시에 고통받는 이들은 희망의 싹을 틔웠다. 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희아(21)는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4개였다. 게다가 한쪽 손가락은 관절까지 없다. 또 다리마저 잘려 무릎으로 걸어다닌다.

 

6살 때 피아노 선생님께 희아를 데려간 어머니에게 피아노 연주는 불가능하다는 선고가 떨어졌다. 하지만 어머니 우갑선(51)씨는 희아가 피아노를 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희아가 태어난 뒤 주변에서는 기를 수 없으니 캐나다로 입양 보내야 한다고 강권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희아의 손가락 4개가 정말 예쁘게 보였던 어머니는 피아노를 선택하여 당당한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피나는 훈련을 시킨 것이다.

 

이제 희아를 손가락 4개라고, 장애인이라고 감히 흉보는 사람은 없다. 아니 누구나 희아가 연주하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사람에겐 마음의 장애가 문제이지 몸의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란 걸 희아는 증명해낸 것이다.

 

그 희아가 이번에 신나라(회장 김기순)를 통해서 <희아(喜芽)>라는 이름의 두 번째 음반을 냈다. 이름처럼 음반은 희망의, 기쁨의 싹이 되려는 것인가? 희아는 음악을 통해 '희망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도를 자처한다.

 

음반을 틀자마자 나오는 음악은 베토벤이 청각 장애를 이겨내고 만들었던 '환희'다. 그리고 파헬벨의 캐논, 희아의 인생을 바꾼 쇼팽의 즉흥환상곡,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쇼팽의 왈츠, 마르티니 사랑의 기쁨, 열네 손가락이 연주하는 피아노 연탄 2중주-리스트 사랑의 꿈 같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그밖에 전권 편곡의 아리랑, 도라지 등의 민요가 있고, 문소연 작곡에 희아가 편곡한 '히아송'도 들어있다. 또 어메이징 그레이스, 월량대표 아적심(중국), 유상렬 작사작곡 사랑의 노래를, 희아는 가냘프면서도 고운 천상의 소리로 변화시킨다.

 

특별한 것은 음반에 영어와 중국어 번역을 담아 영어권과 중국어권 나라의 어려운 이들에게도 감동과 희망이 되기를 바란 점이다. 또 희아가 보도자료의 수록곡 해설을 직접 써서 순수하고 소소한 감정이 전해지도록 했다. 그리고 휴먼다큐인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를 재구성하고 영어∙중국어∙일본어 자막을 넣은 디브이디(DVD)를 같이 담았다.

 

가수이며, 뮤지컬 제작자인 유열씨는 말한다.

 

 "음반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냈다. 좋아하는 곡을 거침없이 연주해낸 것이 참으로 놀랍다. 특히 아리랑 전반부나 즉흥환상곡, 어메이징 그레이스, 연탄 2중주-리스트 사랑의 꿈 등은 어떻게 이러한 연주가 가능한 것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희아를 보면 본인이 얼마나 내공을 쌓고 어려움을 극복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주위 사람들을 잘 배려하고, 우스개가 풍부하며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자세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뉴에이지 음악도 해보았으면 하고, 작곡에도 더욱 도전했으면 하고 바란다. 나는 희아를 10년 전에 처음 만났다. 그 희아가 섬세함이 깊어지고, 음악적으로도 익어가는 것을 보면서 10년 뒤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리란 꿈을 꾸어 본다."

 

아무 정보 없이 음반만 들으면 장애 없는 가냘픈 천재 피아니스트의 연주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말이 필요없다. 그저 희아의 연주를 즐기면 된다. 그다음 우리는 아름다움과 희망을 얘기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희아 , #피아노 연주 , #신나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