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악재가 찾아 들었다. 전국 지역신문들이 다 모인 가운데 열린 우수사례 경연대회에서 최초로 영예의 대상을 받고도 기쁨을 나누기는커녕 태풍으로 윤전시설이 침수돼 정상적인 신문제작을 하지 못하는 <한라일보> 처지가 딱하게 됐다.
    
<한라일보>는 17일 "제11호 태풍 '나리'로 인한 제주시 병문천 범람으로 윤전시설이 침수피해를 입음에 따라 당분간 외주 인쇄제작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한라일보>는 태풍 피해로 17일자 신문도 4면으로 축소해 긴급 외주 제작해 내보낸데 이어 <제주일보>와 외주제작 계약을 맺어 12면으로 축소 발행할 예정이다.

 

침수시설이 복구되는 대로 점차 지면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한라일보>는 태풍피해로 수십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게 됐다. <한라일보>는 17일 인터넷 신문을 통해 "전 임직원은 복구에 최선을 다해 제주지역 대표신문으로서 정상적인 신문 발간을 위해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널리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태풍 나리로 윤전실 침수피해 당한 <한라일보>

 

 

불과 이틀 전만 해도 <한라일보>는 24개 전국 지역신문들이 모인 가운데 대전에서 열린 '2007 전국 지역신문 컨퍼런스'에 참가해 펼친 우수사례 경연대회에서 '세계 자연 유산' 콘텐츠로 대상을 수상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재단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 <한라일보>는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24일까지 63개 신문사의 우수사례 가운데 1차 서류심사에서 통과된  24개 신문사들 가운데 영예의 대상을 차지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매주 수요일 '특별 자치마을 만들기'를 기획보도하고 있는 <한라일보>는 이날 '세계자연 유산 기획보도'라는 주제로 사례를 발표했다. 주민들의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지역밀착 연중기획보도가 호평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한라일보는>는 바로 다음날 불어 닥친 태풍 '나리'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전 직원들이 수해 복구 작업에 비지땀을 흘리는 신세가 됐다. 태풍 '나리' 때문에 피해를 입은 곳은 비단 <한라일보>뿐만 아니다. <제주타임스>도 내부시설이 완전 또는 부분 침수되는 피해를 입어 신문이 부분 발행되고 있다.   

 

16일 하루 500mm가 넘는 비가 내려 제주시내 병문천이 범람하면서 윤전기가 있는 지하가 완전히 침수된 <한라일보>는 17일 새벽에야 겨우 물을 완전히 빼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기예보를 매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언론사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라일보>는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지만 최소 10일 정도는 지나야 정상적인 가동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타임스>도 강한 비바람에 유리창이 파손되고 빗물이 사옥 안으로 들어오면서 전선이 끊겨 16일 오후부터 전력이 완전히 차단됐다. 다행히 편집기 등 신문제작 시스템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신문제작이 전면 중단됐다. 17일 오후까지도 <제주타임스> 인터넷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제주타임스> 전선 끊겨 인터넷 서비스 중단

 

<제주타임스>는 빗물이 완전히 마른 후에야 전력 복구공사가 가능해 빠르면 19일자부터 부분적으로 신문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라일보>는 17일 인터넷 신문을 통해 ''소형급' 보다 '강한'에 주의 했어야!'란 제목의 기사에서 일기예보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이번에 '나리'에 대해 '소형급인데도 불구하고 큰 피해를 입은 이유가 뭐냐'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며 "'소형급 강한' 태풍인 '나리'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작은' 태풍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나리'는 중심기압 960hpa, 순간 최대풍속이 46m/s으로 종전 명칭으로는 'b급'인 '강한' 태풍으로 결코 작은 피해를 입힐 만한 태풍이 아니었다는 것.

그러면서 <한라일보>는 다시 북상하고 있는 제12호 태풍 '위파'는 더욱 강한 '중형급 태풍'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제주지역 언론사들은 "엄청난 생채기를 남기고 간 11호 태풍 '나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12호 태풍 '위파'가 북상중이어서 내심 걱정이 크다.

 

지면과 화면을 통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피해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제주지역 언론사들로서는 <한라일보>와 <제주타임스> 사례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태그:#태풍 나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