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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17일 미국 방문을 위해 인천공항 귀빈실에 들어서고 있다. 맨 오른쪽은 환송나온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 바쁘신 분들이 여기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7일 미국 방문을 위해 인천공항 귀빈실에 들어서고 있다. 맨 오른쪽은 환송나온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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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밭에 계셔야 할 분들이, 왜 여기 와 있냐?"(한승헌 전 감사원장)
"표가 여기에 있다기에…."(정동영 후보)
"도와주십시오."(손학규 후보)


17일 오전 10시 인천공항. 이날 귀빈실은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환송나온 김대중 정부 당시 각료들과 동교동계 인사들로 붐빈 가운데, 손학규-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가 여러 의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주말에 1차(제주-울산), 2차(강원-충북) 선거를 치른 두 후보는 추석 연휴 뒤에 광주-전남에서 치러지는 3차 선거가 이번 경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호남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두 후보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김동철·전병헌 의원, 설훈 전 의원(손 후보측), 이강래·채수찬 의원(정 후보측) 등을 대동하고 환송을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DJ "두 분은 먼저 가세요. 바쁘신 분들이"

그러자 늘 위트와 유머로 좌중을 즐겁게 하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왜 여기 와 있냐'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고, 두 후보 역시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최근의 경선 상황을 반영한 듯 정 후보는 다소 여유가 있어 보였으나 손 후보는 다소 간절해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들의 환송 인사에 밝은 표정으로 답례를 했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 및 경선 상황을 의식한 듯 적극적으로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다.

DJ는 귀빈실에 마련된 좌석에 앉자마자 정 후보가 먼저 "오늘 아주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두 후보를 향해 "두 분은 먼저 가세요, 바쁘신 분들이"라고 권유했다. 그는 또 대화 중간에 "바쁘신 분들이 여기(인천)까지 오셨는데 제가 집주인이 아니라서 차(茶)도 준비하지 못하고"라며 농담을 섞어서 미안함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후보는 DJ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한반도 주변정세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설명을 청취했다.

손 후보는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것이 국민에게 큰 위안이 된다,이번 방미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밖에서 엄호하는 의미라고 들었다"며 "'후보들이 바쁜데'라고 말씀하셨지만 말씀을 듣는 게 더 큰 격려가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제가 했으면 얼마나 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제가 힘이 없지만 잘 돼야죠, 모두 잘 될 것이다"라고 말한 뒤 "북핵 불능화 조치가 성공하면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안정되고 한반도 평화도 내년부터는 엄청난 속도로 잘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손학규(맨 오른쪽)-정동영(앞쪽) 두 후보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한반도 정세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설명을 청취했다.
▲ 두 분은 먼저 가세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손학규(맨 오른쪽)-정동영(앞쪽) 두 후보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한반도 정세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설명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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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후쿠다 부친은 탁월한 식견 가진 분... 부친 닮았다"

DJ는 이어 "우리나라는 미국와의 한미동맹을 확고히 하면서 과거 구한말에 우리나라를 염탐했던 일본-중국-러시아 3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래서 외교가 어려운 것"이라며 ‘독(獨)-소(蘇) 불가침 조약을 막지 못한 프랑스 사례 등을 들어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후보로서 나라를 맡으실 분들은 외교에 큰 관심을 갖고 과거 역사도 배워야 한다"면서 "한반도 주변 4대국의 파워 게임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손 후보는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외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 자체가 큰 격려가 된다"면서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DJ는 특히 최근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과 관련, "일본의 우경화를 걱정했는데 이번에는 최선의 결과인 것 같다"면서 후쿠다 전 장관에 대해 칭찬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후쿠다 전 장관의 부친은 탁월한 식견을 가진 좋은 분인데, 후쿠다 전 장관이 부친을 닮았다"고 말했다. 후쿠다 전 장관의 부친은 총리를 지낸 바 있다.

DJ는 이어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결국 성공할 것이며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도 그 분위기 속에서 잘 풀려 내년에는 한반도 평화가 올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 NPC(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할 연설 제목도 '한반도 평화, 서광이 보인다'로 잡았다"고 한반도 문제를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추미애 전 의원에 대해 "제가 듣기에 (예비경선 탈락을) 애석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비롯해 김옥두·윤철상·이훈평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김정길 전 법무부장관,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국민의 정부시절 각료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해찬 후보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전날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해 NPC 등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연설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 분데빅 전 노르웨이 수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3명의 정상급 인사 및 키신저·올브라이트·파월 등 3명의 전 미 국무장관과 대화 및 토론 시간을 갖고 29일 귀국할 예정이다.


태그:#김대중, #방미, #정동영, #손학규, #한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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