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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다. 나이를 물었더니 올해 쉰 넷이란다. 언뜻 보기에 40대 중반, 많으면 후반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피부도 깨끗했다. 한여름 무더위를 보낸 데다 과일 수확으로 바쁜 철임을 감안할 때 농사꾼 얼굴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하얗고 깔끔했다.

 

“동안(童顔)이네요. 피부도 깨끗하고…”라고 했더니 대뜸 “사과 덕분”이라고 한다. 보통 하루에 한개 정도의 사과를 먹는데 피부뿐만 아니라 건강까지도 자신한다고 했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 모두 깨끗한 피부를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영갑씨. 13년째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농사꾼이다. 동악산 자락, 전라남도 곡성군 입면 만수리에서 ‘황금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1.5㏊. 생산량은 연간 60톤에 이른다.

 

 

그는 사과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환경친화적인 농사법을 도입, 과원에 풀을 심는 초생재배를 했다. 지난 6년 동안 저농약 품질인증을 받은 것도 그 덕분이다. 올해는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병해충에 노출되기 쉽고 잔손이 많이 가는 사과농사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정말 놀라운 일이다.

 

품질 차별화는 철저한 과원관리를 통해 이뤄졌다. 그의 사과가 언제나 최고 수준의 높은 가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가 사과전업농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게 지난 1995년. 벼와 수박 재배, 건축업 등을 하다가 사과재배로 바꿨다. 지리적으로 오염원이 없고 일교차가 큰 지역특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내로라 하는 사과연구소와 과수연구소를 찾아가고 전문서적을 뒤적이며 사과재배법을 익혔다. 이 과정에서 처음 그가 떠올린 게 유공관(구멍 뚫린 관)이다.

 

그는 사과농사를 짓기로 하고 땅속 1m 깊이에 유공관을 묻었다. 토양에 산소를 공급해 주고 배수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사과농사에 무슨 돈을 그렇게 투자하냐”며 ‘돈지랄한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공관 매설이 사과농사의 기본에 속한다.

 

 

가로 4m, 세로 2m에 묘목 1주씩을 심는 밀식재배도 시도했다. 대신 과일이 햇볕을 쬐는데 지장이 없도록 가지치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일반 농가보다 생산량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요즘 초밀식 재배가 일반적인 점을 감안할 때 그의 농사기법은 한 단계 빠른 조치였다.

 

나무마다 개별 지주대를 세우고 서리 방지에 도움이 되는 살수장치와 스프링클러, 방조망도 설치했다. 앞을 내다본 그의 농사법에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화학비료는 초생재배를 통해 없앴다. 풀씨(톨피큐스)를 사과나무 사이사이에 뿌렸고 그것은 무성하게 자랐다. 이것을 베어내면 그 자리에서 썩어 자연퇴비가 됐다. 깻묵과 골분, 죽순, 어린사과 등으로 액비도 만들어 뿌렸다. 과일의 착색을 돕기 위해 성숙기 반사필름을 깔아주고 과일 돌리기를 해주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다.

 

 

품질이 좋고 당도 높은 맛깔스런 사과가 열리는 것은 당연지사. 일손부족은 다품종 재배를 통한 출하시기 조절로 해결했다. 홍로, 요까 등 조생종과 중생종은 8월 하순부터 수확, 추석 전후까지 출하한다. 만생종(후지)은 수확 후 저온 저장해 설날을 앞두고 백화점 등지로 내보낸다.

 

김 씨는 “자식을 돌보듯 과원을 세심하게 관리하면서 양질의 발효 퇴비를 공급해 주고, 수세에 맞춰 적정 수량의 사과가 달리도록 하는 것이 고품질 사과 생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태그:#사과, #무농약 품질인증, #김영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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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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