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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상징하는 흰색 홈 유니폼이 아니라 붉은 세로 줄무니가 인상적인 어웨이 유니폼을 입고 첫 선을 보였지만 스나이퍼 설기현은 나름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로리 산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풀럼 FC는 우리 시각으로 15일 늦은 밤 JJB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7-200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위건 애슬레틱과의 방문 경기에서 1-1로 아쉽게 비겼다. 9분간 맹활약, 풀럼의 왼쪽 날개 설기현 미국 출신의 공격수 뎀프시가 터뜨린 선취골을 지키지 못하고 80분에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준 풀럼은 그로부터 4분만에 승부수를 던졌다.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산체스 감독의 결정은 과감했다. 84분, 먼저 사이먼 데이비스를 빼고 노련한 미드필더 대니 머피를 들여보냈고, 곧바로 부아자 대신에 7번을 달고 나온 설기현이 뛰어들어갔다. 레딩 FC에서 처음으로 빅 리그 경험을 쌓았던 설기현은 런던을 연고지로 둔 클럽에 새 둥지를 틀고 처음으로 날갯짓을 펼쳤다. 비록 90분 경기중 9분만이었지만 매우 의미있는 동작들을 엮어냈다. 특히, 설기현보다 몇 초 먼저 들어간 대니 머피는 2003-2004 시즌까지 리버풀 FC에서 여섯 시즌(171경기 25골)을 뛴 베테랑 미드필더다. 아무리 세월의 흔적을 무시할 수 없다지만 그처럼 노련한 미드필더와 함께 의사소통하며 뛴다는 것만으로도 설기현에게는 큰 보탬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풀럼에서의 데뷔전에 그와 나란히 들어갔다는 것은 또 하나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설기현은 들어가자마자 큰 키를 이용해 높은 공을 따내며 가운데 공격수로서의 움직임도 보여주었고 상대의 오른쪽 수비수 멜키오트를 앞에 두고 날카로운 왼발 띄워주기를 골문 바로 앞으로 보내 안방 수비수들을 잔뜩 긴장시키기도 했다. 종료 직전에는 상대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회심의 오른발 돌려차기 발리슛을 시도하면서 매우 적극적인 공격 의지를 밝히고 나왔다. 이렇게 합쳐서 9분 정도만 뛰었지만 풀럼의 산체스 감독이 설기현에게 요구하는 움직임은 모두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까지의 부진한 팀 성적(1승 2무 3패, 5점 9득점 11실점, 리그 16위)을 고려하면 설기현은 측면 미드필더 이상의 공격적 역할을 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앤트워프, RSC 안더레흐트를 거치며 벨기에 생활도 견뎌왔고 울버햄프턴에서는 2부리그의 냉혹함도 경험했다. 지난 시즌에는 레딩 FC에서 돌풍도 이끌어 보았다. 어쩌면 앞으로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이 첫걸음처럼 길어질 수도 있다. 심리적인 면에서도 중요한 것이지만 설기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능동적인 변화 추구'가 아닐까 한다. 특히, 이는 경기중에 더욱 절실한 것이다. 띄워주기 실력이 수준급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옆줄 근처에서만 어슬렁거리는 설기현은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오는 23일, 한가위를 앞두고 한국인 설기현은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안방 경기에 나서기 위해 크레이븐 코티지에 우뚝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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