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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동북공정으로 한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중국이 이제는 MBC <태왕사신기>에까지 딴지를 걸고 나섰다.

 

13일 <서울신문>이 중국 <동팡자오바오>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태왕사신기>의 중국내 방영이 금지될 예정이라고 한다. <태왕사신기>가 역사 왜곡 문제로 중국국가방송국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란다.

 

중국은 벌써 24편에 달하는 <태왕사신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기라도 했다는 말일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역사왜곡 운운하며 <태왕사신기>에 딴지를 걸고 있는 속내는 뭘까. 최근 중국은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구려의 위대한 영웅이자 태왕 중 하나인 광개토대왕이 한국 드라마 전면에 등장해 고구려에 대한 한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것이 반가울 리 없을 것이다. 만약 중국이 그런 의도에서 역사왜곡을 운운한 것이라면, 그것은 억지 수준을 넘어 '적반하장'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결국  '고구려가 자국의 역사이니 한국은 고구려 관련 드라마를 만들지 말라'는 주장이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태왕사신기>의 역사인식 역시 유감  

 

이런 가운데 최근 첫 방영된 <태왕사신기>에서조차도 '아쉬운 역사 인식'이나 드라마의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방영 초기부터 혼선을 빚는 등 다소 문제점을 드러냈다.

 

<태왕사신기>는 이례적으로 방송에 앞서 <스페셜> 프로그램을 편성해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쥬신'이란 개념을 잠시 언급하고 지나갔지만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 일부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스페셜 방송 직후, 네이버나 미디어 다음 등 인터넷에는 "쥬신이라는 국가를 설명해주세요"라는 글들이 속속 올라 왔다. 쥬신은 광대한 영토를 지녔던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고조선)의 옛 발음이다.  

 

쥬신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을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일갈한 김운회의 책 <대쥬신을 찾아서>를 소개한 글에는 "쥬신이란 코리족(고리족) 즉 코리언, '범한국인'을 일컫는 말로, 천속족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태양을 숭배하고 금속을 잘 다루는 민족 집단을 의미한다. 지리적으로는 몽골ㆍ만주ㆍ한반도ㆍ일본 열도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적혀있다.

 

물론 <태왕사신기> 2회 방송에서 쥬신에 대한 설명이 있긴 했지만, 이에 앞서 스페셜 프로에서 '쥬신'을 언급했음에도 당초에 그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광개토대왕은 신화 아닌 역사적 실체

 

<태왕사신기>의 역사 인식 문제는 첫 방송에서도 그대로 노출됐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광개토대왕은 고구려 18대 고국양왕의 아들로 태어나 고구려 19대 태왕에 즉위한 인물이다.

 

왕중의 왕 '호태왕'이라고 적힌 광개토대왕비가 말해주듯 그는 즉위초부터 대규모 영토 확장 전쟁을 벌이며, 고구려 최대의 영토를 확보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신화속 인물이 아니라 역사적 실체가 분명한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방송 첫회 광개토대왕역을 맡은 배용준이 '전생의 환웅'으로 그려지면서 자칫 역사가 왜곡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아이디  friendate님은 인터넷 다음 게시판에 "역사를 사실성보다 신화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자칫 역사가 왜곡돼 보일 수도 있다"며 "앞으로 이 드라마를 보며 자랄 아이들이 (광개토대왕을) 역사적인 사실이 아닌 신화로 인식할까 봐 겁난다"고 썼다.

 

비록 위서 논란이 있긴 하지만, 한단고기에 따르면 환웅의 아들 단군이 세운 조선의 경우만해도 초대 단군왕검에서부터 마지막 고열가까지 총 47명의 왕이 등장한다. 또 <태왕사신기>의 주인공 광개토대왕의 고구려는 초대 동명성왕부터 마지막 보장왕까지 총 28명의 왕이 다스린 국가다.

 

일부 네티즌들이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그때문이다. 단군조선의 시조인 환웅에서부터 고구려 19대 광개토대왕까지의 '긴 역사'가 단 하나의 신화로 연결된다면, 이전 왕들의 존재 의미가 지나치게 축소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가 왜 우리의 역사인지도 담아 내야

 

물론 자료가 빈약한 상황에서 상상력으로 자료의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는 역사드라마의 특성상 왜곡 논란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가 왜곡 혹은 과장이 되더라도 그것은 부정이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적어도 그것이 고구려 관련 드라마라면, 호시탐탐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편입하려고 애쓰는 중국을 위해서라도 '고구려가 왜 우리의 역사일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설명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태왕사신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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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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