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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3일 오후 5시 30분]
 
 
"이번 시도위원장 선거는 선거를 통하지 않고 합의추대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첫 지역인 경남도당위원장이 합의추대 되었다. 충청권에서도 당 운영위원장들이 모여 가능하면 선거 없이 합의에 의해 시도당위원장이 선출되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 이제는 더 이상 어떠한 캠프의 소속이다 말해도 소용없고 오직 한나라당 하나만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2일 당 시도당 위원장 경선과 관련해 한 말이다.

 

한나라당은 19일까지 각 지역의 대선 운동을 지휘할 16개 시도당 위원장을 선출해야 하는데, 13일 현재 8개 지역에서 '친박근혜' 대 '친이명박'의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당 내분을 우려한 이 후보가 공개석상에서는 화합을 주문하지만, 실제로는 당내 비주류를 감싸는 데 인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오전 한나라당 서울시당 운영위원회의 설전은 당내 경선 이후에도 앙금이 가시지 않은 양대 계파의 신경전을 그대로 보여줬다.

 

서울시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운영위원회에서 '친이' 성향의 주류세력과 '친박' 성향의 비주류가 19일로 예정된 시당위원장 선출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두언·이군현 의원과 정태근·현경병 당협위원장이 공성진 의원을 추대하려고 하자 맹형규 의원과 이혜훈 의원, 이성헌 당협위원장 등이 3선의 홍준표 의원을 옹립하자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명박측 "이 후보와 호흡 맞는 사람이 시당위원장 맡아야"

 

공 의원은 이명박 캠프의 대통령후보 경선 서울지역 책임자였고, 홍 의원은 이 후보에 맞서 당내 경선에 출마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이군현 의원이 "이명박 후보와 호흡이 더 맞는 사람이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비주류의 감정을 자극했다.

 

'친박' 진영의 이성헌 위원장은 "진정으로 당 화합을 생각한다면 경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함께 안고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16개 시도위원장을 전부 호흡이 맞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얘기냐"며 항의했다.

 

보다 못한 맹형규 의원이 "홍 의원이 3선 의원의 체면도 포기하고 서울시당 위원장을 해보겠다는데, 왜 그런 뜻을 몰라주냐"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등 회의 분위기가 뒤숭숭했다는 후문이다.

 

'친박' 진영이 "홍 의원처럼 경험 많고 신뢰할 만한 인물이 위원장을 맡으면 우리도 따르겠다"는 얘기까지 했지만, '친이' 진영은 "홍 의원이 시당위원장을 하고 싶다면 경선을 안할 수 없으니 후보 등록을 하라"고 맞섰다. 서울지역 48개 당원협의회 중 '친이' 성향 위원장이 약 2/3를 차지하기 때문에 경선을 치를 경우 공 의원의 당선이 유력하다.

 

양측의 합의로 시당위원장에 자연스럽게 추대되길 기대했던 홍준표 의원도 낙담하긴 마찬가지다. 12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홍 의원은 "공 의원과 경선까지 해서 시당위원장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이명박 후보, 여의도 정치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

 

그러나 이 후보 측이 당 운영에서 '독주'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양쪽을 화해시키려고 시당위원장으로 내려가겠다는 건데, 자기들끼리 다 하겠다고 한다. 허허, 이 후보 측이 왜 저렇게 억지로 당을 운영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후보와 호흡이 맞아야 된다'는 해괴한 논리나 들이대고…. 나는 이 후보와 호흡이 안 맞나? 서울지역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데, 경험 없는 초선의원에게 시당위원장을 맡긴다는 게 말이 되나? 이재오 최고위원도 참…."

 

- 경선 직후에는 홍 의원도 '이 후보 중심으로 당을 잘 꾸리자'는 생각이 아니었나?
"이러저러하게 걱정되는 게 많아서 내가 '하방'하겠다는 건데, 하방할 자리도 안 주려고 한다. 자기들만으로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지 않나?"

 

- 이런 갈등이 대선 이후에도 계속 갈 것으로 보나?
"대선 전에 한번 터질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여의도 정치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그러다보니 측근들이 다 알아서 하는 것 같은데 당이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

 

홍 의원은 이 후보 측근들에 대한 분이 안 풀렸는지 "홍위병이 준동하고 있다", "나를 죽여야 자기들이 산다고 생각하는 것같다"고 격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친이' 진영은 "시당위원장 자리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당 대선준비팀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시당위원장은 지역의 실무총책을 맡고 경험 많은 다선의원들은 선대본부를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당위원장 문제는 이런 것을 감안해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고, 이군현 의원은 "박진과 공성진 중 한 사람이 시당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논의가 되고 있었는데, 홍준표 의원이 갑자기 출마 의사를 밝혔다"며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측의 이 같은 신경전에 대해 내년 총선 공천의 주도권 다툼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당을 제외하고 부산(안경률-엄호성), 인천(조진형-이경재), 광주(안재홍-김정읍), 대전(김칠환-이재선), 울산(윤두환-정갑윤), 충북(심규철-송광호), 충남(홍문표-이진구), 경북(이병석-이인기) 등지에서 '친이' 대 '친박'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한 당직자는 "이 후보 측의 '당직 싹쓸이'에 불안감을 느낀 친박 진영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 의원은 자신이 속한 환경노동위에 출석해 홍준표 의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홍 의원님이 그렇게 (서울시당 위원장을) 하시겠다고 하는데... 당이 이렇게 위계질서가 없어서야 되겠냐"고 말했다고 홍 의원이 전했다.


태그:#홍준표, #공성진, #이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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