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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뒤로 확 젖히고 고운 꽃잎을 게걸스럽게 먹는 방아깨비의 모습
▲ 방아깨비가 꽃잎을 먹는 모습 머리를 뒤로 확 젖히고 고운 꽃잎을 게걸스럽게 먹는 방아깨비의 모습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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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피운 꽃들을 찍기 위해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노란 장미, 빨간 장미, 아름답게 피어있는 장미꽃을 카메라에 담고 일어나 그 옆으로 앉았습니다. 빨간 채송화가 손짓하며 부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바라보니 꽃잎이 이상하게 찌그러진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둥글게 피어 있어야 할 채송화 꽃잎이 군데군데 잎이 패이고 무언가에 뜯긴 모습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작은 방아깨비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방아깨비의 입 모습
▲ 방아깨비의 입 모습 가까이에서 바라본 방아깨비의 입 모습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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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을 갉아 먹는 방아깨비의 입 모습
▲ 방아깨비의 입 꽃잎을 갉아 먹는 방아깨비의 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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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깨비는 사람이 가까이 온 줄도 모르고 야금야금 채송화 꽃잎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보았던 방아깨비는 일자로 늘씬한 모습이었는데 꽃잎을 따 먹는 모습은 고개를 뒤로 확 젖히고 이빨로 가냘픈 채송화의 꽃잎을 누가 볼 새라 허겁지겁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모습이라 당황이 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일자로 길은 모습이 평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네요.
▲ 평소와 가까운 모습의 방아깨비 일자로 길은 모습이 평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네요.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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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얌전하고 우아하던 모습은 어디다 숨겼는지, 볼품없는 모습으로 사냥개처럼 채송화 꽃잎을 사정없이 먹어대는 모습이 우습기도 합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저렇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꽃잎을 먹느라 온통 신경을 다 빼앗겨 버리는지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였습니다.

방아깨비에 의해 곱던 채송화 잎이 군데군데 뜯겨나 이상한 모양이 되었습니다. 오른족의 채송화는 온전한 모습인데 왼쪽 채송화는 여기저기 상처를 입었습니다.
▲ 채송화 꽃잎이 뜯긴 모습 방아깨비에 의해 곱던 채송화 잎이 군데군데 뜯겨나 이상한 모양이 되었습니다. 오른족의 채송화는 온전한 모습인데 왼쪽 채송화는 여기저기 상처를 입었습니다.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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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을 농촌에 살면서 매년 방아깨비를 보며 살아왔지만 오늘같이 직접 우아하고 아름다운 꽃잎을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도 꿈쩍하지 않으며 오로지 먹는 일에 목숨을 건 모양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는 일에 충실하였습니다.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먹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우아하고 곱던 채송화 잎이 볼품없이 뜯겨져 나가고 이상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방아깨비가 꽃잎을 먹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영낙없이 굶주린 사냥개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 사냥개처럼 꽃잎을 갉아 먹는 방아깨비의 모습 방아깨비가 꽃잎을 먹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영낙없이 굶주린 사냥개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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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방아깨비가 그냥 풀밭에 앉아 이슬만 먹고 자라는 줄 알았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꽃잎을 먹는 모습으로 보아서는 다른 작은 곤충들도 먹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사진을 찍으며 색다른 경험으로 즐거웠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밋밋한 모습보다는 꽃잎에 나비와 벌, 방아깨비가 앉아 함께 연출하는 모습이 훨씬 더 신나거든요. 방아깨비의 색다른 모습을 보며 점점 깊어가는 가을의 또 다른 매력을 느껴봅니다.


태그:#방아깨비, #채송화, #꽃,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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