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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연루 의혹'과 관련, "할 말이 없게 됐다"며 난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연루 의혹'과 관련, "할 말이 없게 됐다"며 난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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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11일 오후 1시]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학위 위조' 연루 의혹에 대해 "무척 당황스럽고 힘들다"고 심정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15분께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변 전 실장에 대해 제 입장이 난감하게 되어 있다. 제가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문을 연 뒤, "믿음을 무겁게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 믿음이 무너졌을 때 그것이 얼마나 난감한 일인지는 여러분들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항상은 아니지만 대체로 제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 비교적 자신감을 가지고 처신해왔다"며 "지금까지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문제에 대해 제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자신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근거로 해서 일부 비서진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옳지 않으냐'고 건의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도 전반적인 상황을 알지 못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말하면 좋을지에 대해 역시 판단을 세우기가 어렵다"면서 대국민 사과 등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유보했다.

노 대통령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해서 (입장을) 표명하면 나중에 또 입장이 난감해질 것 같다"면서 "검찰 수사를 기다려서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정리를 해서 국민들께 입장을 말씀드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변양균 전 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 "소설 같다" "깜도 안된다" 등의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신정아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던 변 전 실장의 해명이 검찰 수사로 인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대통령이 정확한 확인 없이 신중치 못한 처신을 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전 호주 시드니에서 귀국하자마자 민정수석실로부터 변 전 실장에 대한 보고를 받고 "원칙적으로 철저히 조사 내지 수사하고, (변 전 실장이) 신분을 유지할 경우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사표를 수리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변양균 전 실장 사건 등으로 권력누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초법적 권력을 행사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권력누수라는 개념이 법치정부에 와서도 그냥 쓰이고 있는데 대해선 정리했으면 한다. 법치정부에서는 권력누수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좀 사고가 있었다고 해서 권력누수라고 하는데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지금도 공직사회는 법에 따라 자기할 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믿고 있고, 국회나 정당에 대한 통제력은 임기 초부터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수될 권력도 없다"고 말했다.

"정윤재, 부적절한 행위이고 유감"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청탁'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제일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입장을 표명했다.

우선 노 대통령은 정윤재 전 비사관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지난 87년 이전부터 잘 아는 사람이고 88년 국회의원 입후보했을 때, 연설 기법에 관해 저를 도와주었던 그런 인연에서부터 지금까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면서 인연이 깊은 사람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결국 정 전 비서관이 주선한 자리에서 뇌물이 건네졌고, 고위공무원이 처벌을 받게 됐으니까 그 점은 부적절한 행위이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 점에 대해서 본인도 이미 사과했지만, 그러나 그 정도로 책임이 끝나는 일인지 숨겨진 무엇이 더 있는지는 저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결국 검찰수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만일 검찰 수사결과 그에게 심각한 불법행위가 있다면 이것은 측근 비리라고 이름을 붙여도 제가 변명하지 않겠다"며 "저와 그의 관계로 봐서 제가 사과라도 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아무 사실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 입장을 말하겠다"고 말했다.

"원칙없는 기회주의자들 싸움에 별 관심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고소한 것이 아니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제 정치 역정을 눈여겨 봐달라. 저는 제 선거에서, 승부가 걸려 있던 많은 국면에서 선거에 불리하더라도 원칙을 포기한 적이 없다"며 "원칙과 원칙적 가치를 위해서 어떤 불리한 상황도 감수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하물며 이번 선거는 제 선거판이 아니다"며 "어느 쪽이 이겼으면 하는 희망이 있지만, 이 상황에서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고소를 했다는 것은 저를 모르고 하는 얘기거나, 저를 고의로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후보 고소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우려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당신들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원칙있는 승리라야 승리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솔직히 말하면, 원칙없는 기회주주의자들 싸움에 별 관심 없다. 그냥 원칙이 승리하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 국정조사·특검 압박

한나라당은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과 관련 11일 "그 동안 모든 의혹을 축소하고 이 사건을 왜곡시키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정면 겨냥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변 전 실장보다 높은 차원의 권력 실세가 있지 않으면 이런 비상식적 특혜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변 전 실장은 속죄양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신정아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한나라당은 "당 차원의 조사와 검찰 조사의 결과가 다를 경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던 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면서 "노 대통령이 진노하고 변 전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동안 모든 의혹을 축소하고 이 사건을 왜곡시키려고 했던 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나 대변인은 또 "검찰은 '신정아 배후'가 변 전 실장이었다는 선에서 수사를 끝내려 해서는 안된다"며 "변 전 실장은 노 정부 들어 승승장구 했고 여기에는 이해찬 전 총리가 한 몫 했다는 얘기도 있고 노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태그:#노무현, #신정아, #변양균, #한나라당, #대국민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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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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