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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 대통합민주신당이 그 꼴이 되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후보 예비경선 분위기도 뜨지 않고 여러 가지로 어수선하던 마당에, 예비경선 순위까지 틀리게 발표되어 망신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코가 깨진’ 이유로 ‘재수’ 탓을 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누가 보아도 넋을 빼놓고 있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득표순위 착오는 당 차원의 문제

 

유시민 후보와 한명숙 후보의 득표순위가 바뀌는 대형사고가 발생한데 대해 실무자의 착오 때문이었다고 해명하지만, 이게 어디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돌릴 일인가.

 

본선에 진출하게 된 다섯 후보의 득표율만 합해도 100%가 넘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검증조차 되지 않고 발표되었다면, 이는 당 차원의 문제라고 해야 옳다. 이렇게 중대한 개표와 발표과정에 제대로된 검증과 확인의 절차조차 없었다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당연히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따라야 할 일이다. 그러나 몇 사람이 물러난다고 한들 실추된 대통합민주신당의 위신은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2002년 국민경선의 흥행효과를 재현하려던 대통합민주신당의 구상은 시작부터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사실 국민경선 하면 범여권의 특허상품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이제는 거기에서마저 한나라당에 밀려버리는 모습이다.

 

과연 대통합민주신당의 전국순회 경선은 공정하고 정확하게 관리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어버렸다. 국가경영은 고사하고 당 차원의 경선관리능력까지 의심받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잇따르는 악재들, 단순한 해프닝 아니다

 

어수선한 문제들은 이것 뿐이 아니다. 예비경선을 위해 1만명의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무효응답으로 처리된 비율이 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인단 가운데 유효투표자가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이야기인데, 동원경선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다.

 

이것은 단지 예비경선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본경선에서 재현될 수 있는 문제이고, 결국 경선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 자칫하면 대통합민주신당이 하는 국민경선 전체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당명을 둘러싼 소동도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넘기기 어렵다. 당명을 약칭으로 ‘민주신당’이라 부르기로 했던 것은, 굳이 민주당측의 반발이 아니었더라도, 사실 속보이는 행동이었다. 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도를 걷기보다, 얄팍한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데 따른 또 하나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 여러 가지의 일들은 우연적이거나 개별적인 일들로 해석되지 않는다. 신당을 만든 이후 스스로를 다잡지 못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일들이다.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기강도 이완되어 있으며, 그날 그날의 일들을 처리하기에 급급한 것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은 과연 국민경선을 성공시키고 국민의 지지를 새롭게 얻어나갈 수 있을까. 역시 열쇠는 국민경선에 달려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국민경선에 흥행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비경선에서 있었던 손학규 후보와 정동영 후보 간의 초박빙 승부는 본경선에서 양자대결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있다. 그리고 ‘친노후보’로 분류되는 이해찬·유시민·한명숙 후보의 후보단일화 여부에 따라서는 손학규-정동영-친노후보 간의 뜨거운 3자 대결구도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당초 예상보다는 뜨거운 한판 승부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시 경선룰 줄다리기? 이제 정신차려야

 

그러나 경선룰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식의 지루한 모습만을 국민들에게 보인다면 백약이 무효가 되고 말 것이다.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도입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것은 후보들간의 이해 차이에 따른 ‘그들만의 다툼’에 불과하다. 보다 큰 틀에서 민심의 흐름을 반영하는 길을 찾으면 되는 일이다.

 

언론들은 대선정국이 다시 ‘노무현 대 이명박’의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청와대의 고소방침으로 양측간의 전면전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이 한 축으로 위치하는 것은 대단히 왜곡된 대선구도이다. 대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지,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의 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이렇게 왜곡된 대선구도가 전개되고 있는 것도 결국 대통합민주신당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원내 제1당으로서, 대선경쟁의 한 축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이번 대선이 의미있는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특별히 예뻐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래야 우리 정당정치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인식한다면, 지켜보는 국민의 눈을 의식하여 더 긴장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남아있는 국민경선이야말로 이들에게는 대선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이다. 막판 후보단일화로 바람을 일으키려는 요행 기대심리를 버리고, 실추된 신뢰를 회복시킬 당 차원의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순위착오 소동은 단지 실무자 문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태그:#대통합민주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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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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