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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내가 운전 주행을 하는데 말야. 딱 떠올랐어."

 

노우진은 나타나자마자 김재욱에게 개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속닥거렸다. 김재욱도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디어 보따리를 풀어놓느라 바빴다. 이들 머릿속에 당최 뭐가 차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떻게 '뮤지컬'이 나왔는지 알만했다.

 

KBS <개그콘서트> '뮤지컬'이 지난 2일 방송으로 잘나가던 1년을 '쫑' 냈다. 그렇게 '개그 같기도 하고 뮤지컬 같기도 하고' 하면서 시청자들을 웃길 뿐만 아니라 울린 5인방 가운데 김재욱(이하 '김'), 노우진(이하 '노'), 신봉선(이하 '신'), 유민상(이하 '유')을 3일 KBS에서 만났다.(이동윤은 오전에 방송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2005년 KBS 개그맨 공채 20기로 같이 들어와 안 그래도  친한 사이였던 이들은 1년간 '사생활도 없이' 주 7일을 거의 붙어 산 바람에(잠만 따로 잤다) 허물이라곤 세탁소에 줘버린 듯했다. 서로 틈만 나면 티격대고 걸고 넘어지고 웃고 웃겼다. '뮤지컬' 하느라 약속을 하도 펑크 내서 친구들에게 '양치기 소년'으로 찍혔다며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뮤지컬'을 만들며 이동윤은 노래를 제일 잘했고, 유민상은 구성을 잘 짰고, 노우진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잘 냈고, 김재욱은 디자인 전공 아니랄까봐 뚝딱뚝딱 '뮤지컬'에 쓸 미술품을 만들어 나타나 다른 이들을 놀래켰단 이야기를 술술술이 아니라 중구난방 풀어놨다.

 

더구나 아직 '끝난 게 끝난 게 아니야'였다. 이번주 KBS 2TV<윤도현의 러브레터(토요일 새벽 0시15분~)>에 진짜 마지막 '뮤지컬'이 오르니까.

 

그런데 인기가 시들시들 무말랭이가 된 것도 아닌데, 왜 그만두지? 그들은 "짜는 게 너무 힘들어서"이자 "최고일 때 떠나라"는 말을 지킨 거라고 했다.

 

그러며 지난 1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걸로 신봉선은 '남자를 몰라'(기사에 '뮤지컬'이 나기 시작하고 관심을 받기 시작해서)을, 김재욱은 '태양을 피하는 방법'(특별출연한 '동방신기' 다음 순서로 나와서)을, 노유진은 '겁쟁이'('뮤지컬'의 첫 슬픔 시도작이어서)를 들었다.


유민상은? 그 때였다. 드디어 유민상이 허연 운동화를 손에 들고 '지각에 대처하는 미안함의 자세'로 나타났다. 아침 일찍 생방송을 하고, 집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였는데, 너무 많이 붙여왔다고 했다. 이어서 '거위의 꿈'을 꾸었다느니 너스레를 떨자 노우진이 씨익 웃으며 감쌌다. "거위 고기를 먹은 게 아니고?"

 

배역? 서로 '공유' 안 하려고 싸우는데?

 

- 배역 때문에 싸우지 않으세요? 이번에 <커피 프린스 1호점>을 했는데, 서로 '공유' 하려고 싸웠을 것 같은데요?
: "서로 '공유' 안 하려고 싸웠어요(웃음). 이건 완전 맞아죽는다. 다들 '공유' 안 하겠다고 했는데."
: "말하는 게 지금 웃긴데, 자긴 영락없이 윤은혜거든요. 하하하."
: "여자 역할이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 (유민상을 바라보며) 그럼 지신 거네요? '공유' 역할을 하셨잖아요? 제일 닮아서 그런 건가요?
: "제가 '공유' 역할을 하면서 한 첫 번째 대사가 그겁니다. "안녕 '공유'야. 미니홈피는 닫아놨으니까 들어올 생각 말고!" 이겁니다. 각오는 돼있었고, 개그 프로에서 제가 '공유'를 안 하고 다른 친구들이 '공유'를 한다 그러면 '어으, 지가 잘 생긴 줄 알아!' 이런 소릴 들을 수 있지만, 제가 '공유'를 한다면 '웃기려고 그러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일 것 같아서 그런 의미에서 제가 '공유'를 한 것 같습니다. 재밌게 보시라고. 얘기하다 보니까 참 비참해지는데? 그런 겁니다."

 

- 통 편집(촬영은 하고 편집돼 방송에 안 나오는 것) 됐을 때도 있지 않았나요? 초반에도 한 번 그랬고, 중간에도 한 번 그래서 난리가 나지 않았었나요?
: "야구! 첫 회 때요."
: "신해철의 '그대에게'에게로 야구 스토리를 짰는데, 그게 통편집 됐어요."
: "'캔디'도요. HOT 노래 '캔디'요. 그걸로 할아버지들 이야길 만든 게 있는데, 현장에서 저희끼리 '정말 재밌게 잘 한 것 같다' 그랬는데 감독님이 녹화 끝나고 하시는 말씀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봉선이가 울었죠. 우여곡절이 있거든요. 전날까지도 이거 바꾸자 바꾸자 하고 우리끼리 막…."
: "문안까지 짜고 무대 리허설까지 내려 와서도 계속 수정을 하고 그랬거든요."
: "너무 허무했죠. 공을 많이 들였는데."


: "이런 얘기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3~4일 밤 새고 나서 통편집을 당하면 출연료의 60%만 지급돼요. 그냥 지나가는 역할로 나오면, 일단 방송 나가는 거잖아요. 그럼 출연료 전체가 다 지급되는 거예요."
: "잠깐 나와서 '뭐야?'하고 지나가는데, 얼굴 비췄으니까 나오고."
: "물론 돈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만."

 

시청자가 보지 못한 '뮤지컬'? 바로 HOT의 '캔디'

 

: "처음에 의도적으로 우리끼리 해보자 하는 건 아니었는데요. 저하고 친했던 이동윤하고 코너 하나 해보자. 그러다가 친하니까 노우진하고 같이 하자. 그러자. 그거 얘기하는데 김재욱씨도 같이 있었어요. '우리가 이거 하는데 같이 하자' '알았어' 그러고 같이 하고, 여자가 하나도 없는데, 친하니까 봉선이도 하자."

 

- 아니, 여자 한 명인데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노래도 잘 하고?
: "전 그 때 장을 보고 있었어요. 전화가 왔어요. '야. 봉선아. 너 지금 뭐하냐?' '아. 나 지금 장 보고 있어.' '8시쯤에 올래?' '왜?' '코너 같이 한 번 해보게. 우리가 대충 틀은 잡아놨는데 같이 한 번 해보자.' '어. 알았어.' 그러고 간 거죠."

 

: "별 생각 없이 뽑은 겁니다. 모여서 회의를 했을 때는요. 무슨 코너를 떠올렸냐면요. 'X맨!' 이러고 (손짓을 해보이며) 촤악촤악 이런 걸 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장난 치다가, '아 이거 재밌다' 해서 코너가 만들어진 게 이겁니다. 당연히 노래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 어? 다들 노래 잘하잖아요?
: "뽑아놓고 보니까 제법 하대요? (실은 다섯 명이 친한 관계로, 노래방에 수도 없이 가서 서로 노래 실력을 알고 있었음.) 단적으로 제가 껴있다는 거잖아요. 제가 노래 잘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 가장 만족스러웠던 배역은요?
: "물론 주인공할 때 제일 만족스럽죠. 전 '아시나요' 할 때, 저 혼자 대기실에서 계속 대사를 연습을 했는데, 제가 혼자 하면서 조금 막 찡했거든요. 죽은 친구들을 절규하면서 부르는 노래거든요. (왜 혼자 연습?) 저희끼리 연습할 땐요. (애절한 목소리로) "재욱아!" 그럼 크크크 웃고 있고, 막 간지러워요. 하는 게."
: "'너를 원해' 인가 경찰 역할을 했는데…."
: "(갑자기 미친 듯이 웃는다) 푸하하하."

 

: "주인공 뒤로 암전 처리를 하셨더라구요. 화면을 이렇게 어둡게. 확성기에 호루라기까지 준비해서 '거기 서! 포르르' 불며 뛰어가는데, 나중에 보니까 목소리만, 다 까맣고 아무것도 안 보이게 나오고. ("몰랐어요?"라고 묻자) 몰랐죠. 그 땐 어두워도 이 정도면 나오는 줄 알았죠. 보니까 오디오만 나오고."
: "저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짜다보면요. 사람은 남는데 역할이 모자랄 때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엔 거의 그런 적이 없어요. 여자는 혼자잖아요. 여자 역할은 필요하니까."
: "다달이 여자를 네 명 정도 넣고 해야…."
: "제가 기억에 남는 건, '잔소리' 때 귀신으로 나온 거요. '사랑과 영혼'의 영혼 역할이요.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고 재밌었어요."
: "지현우 때문에."
: "하하하하."


: "그거 하고 나서, '잔소리' 노래 불렀던 '더 넛츠'에서 콘서트 때 그걸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자들은 자기네가 하겠다, 신봉선씨만 빌려달라'고 해서, 신봉선만 가서 했어요. '더 넛츠' 거기 가수 중에 지현우씨가 있잖아요? 꽃미남 지현우씨가. (신봉선을 흘깃 바라보며) 아주 좋아서 몸서리를 치더라구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 "아냐. 우리 꽃미남 넷이나 있는데, 왜 거기 가서 꽃미남을 찾아? (다들 무슨 소리냐는 듯이 하품나는 눈길로 신봉선을 바라본다) 하하하."

 

김재욱은 암흑 처리... 신봉선은 지현우와 노래를?

 

- 그런데 왜 이렇게 신봉선씨를 구박하셨어요?
: "민상이는 넘어간 건가요? (다들 웃음. 하하하.)"

 

- 아. 맞아요.
: "저희가 1년을 하면서 NG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유민상씨였습니다."
: "기술적인 실수야. 음악 감독님이 음악 하시는데 실수를 하셔서…."
: "성대적인 실수 같던데? 목소리가 막 갈라지고."
: "풀렸어요."
: "목소리가 갈라지고 그랬잖아요?"

: "이동윤씨 오면 상담하세요."

 

- 그게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 "(자세를 추스르며) 개인적으로 제가 기억에 남는 건, 어제(2일) 방송 나갔던 <커피 프린스 1호점> 패러디했던 거요. 맨 마지막에 제가 여자 복장으로 나왔던!"


- 아! 정말 기억에 남았어요. 너무 귀여워서.
: "아! 충격과 공포."

 

- 아뇨. 그야말로 다리가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어요.
: "어우. 농담하실 줄도 알고."

 

- 아뇨. 진짜에요. 두께만 신경 안 쓰면 너무 예쁜 다리였어요.
: "이제 뭐 폭주를 했고, 미니홈피에도 여러분들이 오셨지만 이미 닫아놨기 때문에. 아! 진짜로. 제가 제 모습을 방송에서 보는데…(진저리를 치며) 처음엔 방송에 제 모습 나오는 게 어색했는데 개그맨 생활 하다보면 안 어색하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어우! 보기 싫고, 내 모습이 나오는데 아우 때리고 싶고 끄고 싶고, 그러는 게."


: "등장하면 원래 저희가 '뭐야? 그런 복장이?' 이런 뉘앙스를 취하는 연기를 하기로 했는데요. 나오자마자 저희가 연기가 필요 없이 '어어어. 뭐야?' 저렇게 나오네? 그랬어요."
: "난 치마가 그렇게 짧을 줄 정말 몰랐어. 정말로."

 

- 그럼 앞으론 여장 안 하실 건가요?
: "어우. 안돼 안돼. 여자 다섯 명 이런 거 하지마. <작은 아씨들>…. 아우, 안 돼. 노우진씨 여장 하면 (노우진 엎드려 탁자를 치며 웃는다) 아아, 예쁩니다. 다리가 매끈하게…(뜸을 들이다가) 동그랗게 돼있어 갖고."

: "저는 (얼굴 위로 가리키며) 여기까지만 호감이고요. 밑으로는 안 좋아요."

 

- 같이 목욕탕이라도 가서 보셨나요? 그런데 다리가 미끈하다고 하셨잖아요.
: "녹화한 거 다시 들어보시면, 미끈하다 그 다음 말이 뭐가 있는데."

 

- 뭔데요? 못 들었어요.
: "미끈한데 다리가 동그랗게 돼 있어요. 다리 모양이."
: "말에 타면 안장 없이 딱 나오는."
: "저는 종아리로 말을 쓰다듬으실 수 있어요."
: "다리 모양이 말 타면 딱 나와요."

 

유민상, 내 개그 생애 첫 여자

 

이러다 끝이 없겠다 싶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쩌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신봉선에게 악플 달린 이야기와 운 이야기가 나왔다. 유민상이 말했다.

 

"못 벌었을 때 눈물 난 건, 그걸로 먹고살 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런데 막상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악플 보고 눈물이 나겠습니까? 그래 이런 것도 있으니까 내가 요걸로 먹고 사는 거지 하면 눈물이 안 납니다. 제가 뚱뚱한 것으로 먹고 살기 시작하면서 살 빼란 주변 이야기가 우습게 들리기 시작하고 그런 거죠. 못 생긴 사람이 그걸로 먹고 살기 시작하면 악플이 아니죠. 어차피 그런 거니까. 그런 거죠. 왜요? 맞잖아요.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앞으로 '뮤지컬' 많이 사랑해주세요."

 

▲ <개그콘서트>의 '뮤지컬'팀
ⓒ 조은미,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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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개그콘서트, #뮤지컬, #신봉선, #김재욱, #유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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