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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진안, 장수가 서로 만나는 곳, 전라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깊은 산골마을에 난데없는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성공적인 농촌체험마을로 잘 알려진 진안 능길마을을 중심으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한창이고, 옆 마을인 학선리에는 농림부의 전원마을 사업이 전국 최초로 첫 삽을 떴다. 잇닿은 무주군 안성면에는 2백만평이 넘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까지 들어선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덕유산 나들목을 빠져나와 무주군 안성면을 돌아 20분 쯤 이정표를 좇다보면 호젓한 산골마을이 나타난다. 황토, 통나무 등 친환경자재와 공법으로 폐교를 리노베이션한 산골체험학교가 이곳이‘능길마을’임을 알려준다.

전북 진안 능금리 능길마을
▲ 전북 진안 능금리 능길마을 전북 진안 능금리 능길마을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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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만 1만명이 넘는 도시민들이 이 마을을 찾았다. 주로 가족 단위의 도시인, 학교 단위의 각급 학생, 선진마을 견학 공무원과 마을 지도자들, 마을 캠프를 여는 문화예술인들, 현장사례 연구를 하는 농촌학자나 생태마을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다.

마을은 도농교류를 제대로, 잘 해보려고 이런저런 지원 사업들을 유치해 황토방 숙소, 친환경농산물 식당, 황토찜질방, 천연염색체험장, 목공방, 생태화장실 등을 갖추었다. 어느덧 마을 대문에는 농림부 녹색농촌 체험마을, 농협 팜스테이 마을, 산림청 아름다운 숲 가꾸기 시범마을. 환경부 자연생태 우수마을, 한국능률협회 녹색경영대상, 대체에너지 시범마을, 진안군 으뜸마을, 행자부 정보화시범마을, 농림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의 훈장과 간판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전국 마을가꾸기 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경제공동체로 나아가야…

“이제 좀 일이 되는가 싶어 힘이 납니다. 이제 마을은 도농교류를 하고 체험마을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농이 상생할 수 있는 소득공동체, 경제공동체로 가지 않고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올해 착수한 마을종합개발사업은 경제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소득기반확충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능길마을이 고향인 능길권역 경영위원장 박천창씨의 마을만들기 경영철학이다. 40대 후반인 박위원장은 젊은 날을 대도시에서 보내고 십수년전 귀향했다. 도시에서 지낼 때고 그랬지만, 고향에 돌아와서도 몸 고생, 마음 고생, 돈 고생, 사람 고생이 적지 않았다. 

“2001년에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며 마을만들기를 시작할 때부터 생태마을 컨설턴트 등 외부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습니다. 마을관광 활성화를 위해 건강관련 프로그램을 특히 강조, 친환경농산물을 식재료로 한 민박 식사, 찜질방, 마을 앞산 휴양산책로 트레킹 등으로 체험프로그램을 특화했습니다. 이게 능길마을의 경쟁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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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진안 학선리 '새울터' 전원마을 터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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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도자를 넘어 어느덧 마을경영자로 발전한 모습의 박씨는 무엇보다 차별화되고 특화된 마을 고유의 컨텐츠와 프로그램을 강조한다. 
“능길마을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마을지도자 박천창 권역경영위원장을 비롯한 선도 농업인들의 땀과 노력이 적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마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민들끼리 단합이 잘되고 선도 농업인에 대한 믿음도 강했습니다.”
일본에서 마을만들기 공부를 하고 진안군에서 마을만들기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구자인씨는 능길마을의 성공요인은 바로‘사람’에 있다고 거든다.  

지역공동체로 올라서야…

2006년에 선정돼 올해부터 착수한 능길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앞으로 3년간 61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능길마을을 비롯해 능길마을이 자리잡은 능금리, 앞산 너머 학선리의 7개 자연마을이 모여 한 권역의 지역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사업은 ‘지역과 함께하는 순환형 자립마을’을 표방한다. 기왕의 경관, 체험시설 투자에 치우쳤던 마을만들기 관행에서 남보다 앞서 벗어나보려 시도하고 있다. 전체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30억원 가량을 생산과 소득기반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이다.

권역내 학선리에는 1만8천여평 부지에 농림부 전원마을 ‘새울터’가 들어선다. 지난 6월말 전국 최초로 착공식을 가졌고 2008년초 31가구, 100여명의 도시민들이 새로 마을 주민으로 살러올 예정이다.

새울터마을을 기획하고 조성하고 있는 민들레지역디자인 심현섭대표는 “경제, 교육, 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세대가 모여 살면서 후대까지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을 만들고 싶다”며 “2015년까지 중장기 계획으로 은퇴농장형, 체류형 주말농장 등의 전원마을을 2곳 정도 더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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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울터' 마을 착공식 -
ⓒ 민들레지역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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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울터 전원마을에 입주하는 도시 귀농인들은 친환경 전통장류를 가공하고 지역특산물을 가공하는 공장과 법인을 공동 설립한다. 능길권역 마을종합개발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귀농인 스스로의 일터도 만들고 이웃으로 살아갈 마을 주민의 고용도 창출하고, 마을 생산물의 부가가치도 높이는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사업거리 위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장차 능길마을이나 능길권역을 뛰어넘어 무진장 동부산악권의 40여 체험마을을 엮어 이른바 ‘무진장 도농교류센터’를 설치하려는 계획도 있다. 2020년까지 인근 무주 안성면에 1초7천억원이 투입돼 조성될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이제 능길권역은 도농교류 체험마을 정도는 뛰어넘고자 한다. 도농상생 생활공동체로, 농업경영체 중심 경제공동체로, 마을과 마을을 묶는 지역공동체로 마을만들기 사업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결국 경제, 교육, 문화의 문제가 해결되는‘일과 삶과 놀이가 하나 되는 대안 마을’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래된미래마을(cafe.daum.net/Econet) 원주민이자 생태공동체마을 만들기 일꾼인 정기석이 쓴 이기사는 농경과원예 9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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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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