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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0일 화요일. 맑음. 저녁 소나기.

저녁 무렵, 자전거를 타고 가던 pelli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날이 덥다고 자꾸 웃통을 벗기를 권하셔서 웃통을 벗었더니 옷을 세탁해준다고 가져가서 손빨래를 해주셨다. 1평 남짓한 슬레이트 지붕 나무건물 안에서 찌그러진 양철 컵으로 물을 퍼서 샤워를 하고 pelli의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

20m도 안 되는 거리에 어머님과 형님의 집이 있다. pelli가 가족사진을 찍어 달란다. 9명의 가족들은 모두 함박 웃음을 머금으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pelli의 가족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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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의 게임.
 아이들만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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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대금이를 선보였다. 특별한 대나무(황죽 또는 쌍골죽을 사용하나 현재는 쌍골죽을 으뜸으로 친다)로 만든 한국 악기이며 떨림판의 특징과 정악 대금의 부드럽고 낮은 소리에 다들 감탄하며 불어보기를 원했다.

pelli와 아이들에게 부는 방법과 운지법을 가르쳐 주었지만 쉽게 따라 하지 못했다. 비록 한 달밖에 배우지 못했고 아직 아리랑도 연주하기 어렵지만 대금을 가져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파도를 잠재우게 한다는 뜻처럼(만파식적으로 불렸다) 언젠가는 많은 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줄 수 있는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

 훈훈한 마음을 가졌던 pelli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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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금연주 중인 pe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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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동경로: PINAR DEL RIO, Vinales - PINAR DEL RIO, La Palma consolaecon
2. 주행거리: 50km / 5시간
3. 사용경비: 21.8페소 / 환율 1$=1CUC=24페소


2007년 7월11일 수요일. 맑음.

10시쯤에 한 동네를 지나는데 자전거 짐받이에 신문을 가득 싣고 집집마다 신문을 배달하고 있는 아주머니가 있다. 사진기를 꺼내자 능숙하게 신문이 잘 보이게 포즈를 취해주신다.

 신문 배달중인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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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가 있는 집에서 물을 얻어먹었다. 점심 때라고 밥 위에 검은 콩 요리와 볶은 고기, 계란프라이를 얹어 주셨다. 쿠바에서 사람들이 즐겨먹는 간단하고 맛있는 음식이다.

집안 한 쪽 구석에 재봉틀이 정겹게 놓여있다.

 쿠바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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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길을 지나가는데 나무로 지어진 집 앞마당에 널린 빨랫줄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를 벗어나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미국에서는 젖은 옷들이 햇빛과 바람을 만나는 길인 '빨랫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집안에 건조기계가 있기 때문이다.

햇빛과 바람을 만나는 길인 빨랫줄이 너무 정겹다.
 햇빛과 바람을 만나는 길인 빨랫줄이 너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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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을 스쳐 지나가는 자전거에서 라디오 소리가 크게 들린다. 쫓아가서 살펴보니 앞 부분에 도시락 크기만한 빨간색 나무 짐받이 안에 손잡이가 달린 검은색 라디오가 있었다. 해질 무렵에는 소 두 마리가 끌고 가는 나무 판자 위에 올라 탄 어르신과 그 옆을 따르는 개 두 마리를 만났다……. 매일 이렇게 정겨운 풍경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너무 좋다.

 자전거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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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가 끄는 나무를 타던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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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동경로: PINAR DEL RIO, La Palma consolaecon – LA HABANA, SAYA 
2. 주행거리: 100km / 10시간
3. 사용경비: - / 환율 1$=1CUC=24페소


2007년 7월 12일 목요일. 맑음.

11시쯤에 다시 La habana libere호텔 앞에 도착했다. 쉴 틈도 없이 바로 항공포장을 위해 자전거 박스와 L렌치를 구하러 나갔다. 사람들이 가르쳐준 가게를 찾아가다가 사이클 라이더 manolito를 만났다. 자기 친구가 자전거 가게를 한다며 흔쾌히 앞장섰다. 쿠바에서는 자전거 부품 구하기가 아주 어렵다고 하면서 갑자기 내 헬멧 가격을 묻는다. 100CUC라고 하자 고개를 흔들며 여분이 있는지 물어본다. 없다고 하자 조금 아쉬워하며 자전거 셔츠 여분이 있는지 또 물어본다. 하나 줄 수 있냐고…….

 도로 한쪽 편에 자주 볼 수 있었던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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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동네를 지나가면서 큰 소리로 무언가를 외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한 집에서 손짓을 한다.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노트북만한 Queso(치즈)를 건네주고 돈을 받는다. 치즈를 판다는 소리였다.

 간이 자전거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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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회용 라이터의 가스를 충전시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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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가게에 도착했다. 작은 집안에 자전거 부품들이 제법 있다. 그러나 L렌치는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팔 수 없단다. 갑자기 조나단(자전거이름)이 필요하다고 가격을 묻는다. 순간 울컥했고 '조나단은 내 친구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가게를 나와 이번에는 manolito가 자전거셔츠를 달라고 한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고마워서 셔츠 하나를 주자 아주 좋아한다. 결국 자전거 박스도 L렌치도 구하지 못했다. 내일이 출국인데 공항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Queso(치즈)를 팔고 있는 manol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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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olito의 친구 가게가 있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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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동경로: LA HABANA, SAYA – La HABANA 
2. 주행거리: 60km / 6시간
3. 사용경비: 374.6페소 / 환율 1$=1CUC=24페소


2007년 7월12일 목요일. Cuba La Habana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덧붙이는 글 | 공식 홈페이지 www.kyulang.net / 메일주소: kyulang@gmail.com



태그:#희망, #세계일주, #자전거여행, #박정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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