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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보고싶었어. 이제 어디 안 간다고 약속해. 새끼 손가락 걸어..."

"엄마가 미안해...걱정 많았지"

 

인터넷 유튜브(http://www.youtube.com)에 애타는 사부곡(思婦曲) 동영상을 올려 국내외 네티즌을 감동시켰던 피랍자 가족 류행식(36)씨가 딸(8), 아들(6)와 함께 45일 만에 아내 김윤영(35)씨와 만나는 해후를 통해 또다시 가족애(家族愛)란 진한 감동을 던졌다.

 

아프칸 탈레반에 의해 억류됐다가 석방된 피랍자 19명이 2일 오전 6시36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후 입원 치료를 위해 오전 8시10분 샘안양병원에 도착한 뒤, 상봉장에서 그리운 가족들과 만나 지난 45일간의 악몽을 한꺼번에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병원측이 제공한 미니버스편으로 공항에서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샘안양병원에 도착한 석방 피랍자들은 휠체어에 앉은 석방자 대표 유경식씨(55)를 필두로 차례로 병원 지하1층 샘누리홀에 마련된 상봉장으로 들어서자 가족들의 환호소리는 이내 울음바다를 바뀌었다.

 

이날 샘누리홀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가족들은 2-3명씩 각자의 이름표가 적힌 원탁테이블에 둘러앉아 아들, 딸, 엄마가 들어오기만을 초조히 기다렸으며 그리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내 부둥켜 끌어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면서 20여분간 울음을 쏟아냈다.

 

특히 이들보다 앞서 석방돼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던 김지나, 김경자씨도 이날 상봉장에 나와 재회의 기쁨을 함께 했으며 자신들에게 석방을 양보한 것으로 알려진 이지영씨를 보자마자 "지영 언니"라고 외치며 함께 끌어안고 흐느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환영식에서 차승균 병원장은 진료계획 설명을 통해 "앞으로 여러분의 힘든 부분을 보수하고 구멍을 메워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치료과정에서 취재진 등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고 가족들 면회도 최소화한다는 게 병원측의 기본방침이다"고 강조했다.

 

석방자들은 샘누리홀에서 가족들과 샘안양병원 목사의 인도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후 진찰과 검사를 위한 입원을 위해 샘안양병원 관계자들의 안내로 3층 전인치유병동에 마련된 각자의 병실로 향했다. 병원측은 피랍자들의 안정된 치료를 위해 3층 전체를 격리시켰다.

 

 
가족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석방 피랍자 가족들을 대표해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서경석·명화 형제의 아버지 서정배씨는 "국민께 너무나 감사하다. 아이들을 만나봤을 때, '내가 할 일을 다 했구나 내 자식들이 이제 돌아오는구나' 느꼈다"고 말하고 "이제야 사위에게 딸을 돌려준다"며 환하게 웃었다.

 

또한 피랍자 유정화씨의 어머니 곽옥강씨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너무나 죄송하고 우리 일행들이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기다렸다. 19명이 무사히 돌아와서 한쪽으로 기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피랍자 가족모임측은 내일부터 허용된 가족들이 오전에 석방자들을 면회하고 매일 오후에는 그동안 석방을 위해 힘썼던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언론사, 대사관들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계획으로 오늘 오후에는 명동성당, 내일 오후에는 외교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또 모레인 4일에는 19명에 앞서 풀려나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오늘 19명과 합류한 김경자·김지나 씨가 샘안양병원에서 피랍 상황과 당시의 심경을 밝히고 오늘 귀국한 19명은 오는 10일께 그동안의 경험과 고충 등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피랍자 가족모임 차성민 대표는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힘을 모아 준 정부 등 관계기관과 대사관 등을 찾아 감사 인사를 드릴 계획이다. 가족들이 돌아옴에 따라 분당 샘물교회에 있던 대책위 공간을 철수하고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병원측, 내일(3일)부터 본격적인 정밀 진료 시작

 

한편 병원측은 석방자 19명이 약 2~3주 정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오늘 오전에는 병실에서 가족들과 상봉시간을 좀더 갖고 오후에는 기본적인 검사와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3일부터 본격적인 정밀 검진과 진료 및 치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과, 피부과, 산부인과, 정신과, 전인치유연구원 등 5개과 20여명의 의료진과 10여명의 간호사로 구성된 전담팀이 구성됐으며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 후유증 치료와 정신적 상담 등 보다 정밀검사가 필요할 경우 타 병원 의료진 도움도 받는다는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입원 치료과정에 취재진 등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고 가족들의 면회도 매일 오전 10시부터 낮12시까지로 정하고 인원수도 가족 4인 이내로 제한한다"며 "석방된 19명의 건강상태를 살펴본후 모레쯤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피랍자 가족모임 차성민 대표는 "오는 8일 고(故) 배형규 목사의 영결식에 석방자들도 참석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배 목사의 시신은 피랍 12일째인 지난 7월 30일 국내에 돌아올 당시 샘안양병원 박상은 의료원장이 인도받아 현재 영안실에 임시 안치되어 있다.


태그:#안양, #아프칸, #탈레반, #피랍자, #샘안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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