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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참 편하게 산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현실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혹여 있더라도 정말 보기 드문 드라마 속 언니들의 삶을 구경해보자.

[커프의 '고은찬'] 두 '훈남'에게 사랑을 받은 남장 여자

지난 8월 28일로 종영한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의 고은찬(윤은혜 분). 그녀에게는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중요하지 않다. 먹고 사는 게 제일 큰 문제다. 그런 그녀에게 훤칠한 키에, 게다가 잘 생기기까지 한 사장이 나타난다. 고은찬을 여자로 알고 있던 최한결 사장(공유 분)은 '남자이건, 외계인이건 상관없다'며 사랑을 시작할 거라고 선포한다.

<커피프린스 1호점>고은찬 역 윤은혜.
 <커피프린스 1호점>고은찬 역 윤은혜.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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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흔한 치마 한 번, 높은 구두 한 번 신지 않은 그녀이지만 또 다른 남자에게서도 사랑을 받았다. 바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훈남, 최한성(이선균 분). 한 번에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캬아~' 소리가 저절로 난다. 완벽 그 자체인 남자들이 보내는 사랑의 화살, 나도 좀 주면 안 되겠니?

결국 은찬이 여자라는 사실은 밝혀진다. 한결이가 결혼하겠다는 소리를 하자 할머니와 어머니 모두 반대한다. 하지만 곧 어머니는 은찬이를 허락하기로 하고, 할머니도 인정하기로 한다. 은찬은 바리스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은 결혼할 수 없다 한다. 여기에 할머니는 유학을 보내주겠다고 제안한다. 여기서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학비 다 대주고, 꿈을 이룰 수 있게 후원해준단다. 게다가 한결이는 긴 시간을 기다리겠다고 한다.

참 편하다. 그렇지 않은가? 속된 말로 고은찬은 '봉' 잡은거다. 바리스타 공부하고 돌아오니, 일할 곳이 있다. 바로 '커피프린스 1호점'. 알바 구하기도 힘들다는 요즘, 고은찬은 좋겠다. 일할 곳이 있어서….

<커프>의 달콤함에 빠져 살았던 나지만, 가끔 고은찬을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샘이 나는게 더 적절한 표현이려나. 이 참에 작곡가 사는 집에 우유 배달도 하고, 커피숍에 알바를 해볼까? 12시 땡하면 신데렐라가 변하듯, 드라마가 땡하고 마치면 현실로 돌아온다.

[커프의 '한유주'] 결혼도 내 맘대로?

예쁘게 생긴 화가 한유주(채정안 분). 바람을 피고 돌아와도 언제나 한결같은 남자친구 최한성이 있다. 화실인지, 집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독특한 인테리어의 집도 매력적이다. 자신을 9년 동안 짝사랑하는 최한결과도 친구인지, 연인인지 구분되지 않을 애정표현도 서슴없이 한다. 한유주는 "결혼은 싫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커피프린스 1호점> 한유주 역의 채정안.
 <커피프린스 1호점> 한유주 역의 채정안.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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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성과 한유주 사이에는 아이가 생긴다.  결혼도 하기 전에 생긴 아기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는다. 제일 먼저 이 소식을 들은 최한성은 미친 듯이 기뻐한다.

결혼하지도 않은 여자가 남자의 아이를 갖는다. 그것도 결혼 생각은 전혀 없는 여자가 가졌다. 싱글맘이 되려나? 한 때 싱글맘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던데, 여기서는 초월한 듯하다. 한유주는 좋겠다. 자신의 꿈을 어느 정도 이루고, 멋진 남자친구에, 속도위반 했는데 잘했다고 칭찬받으니 말이다.

현실에서 속도위반 했다고 부모님께 말하면 어느 부모가 "아이구 잘했다, 손주 일찍 보게 생겼네"라고 말할까 생각해본다. 분명 이렇게 먼저 말하지 않을까? "이 놈이! 이 년이!" 어느 남자가 선뜻 기뻐하기만 할까. 한유주, 참 편해 보인다.

[칼잡이오수정의 '오수정'] 결혼식을 두 번이나 박차고 나올 수 있나?

오수정(엄정화 분)은 두 번의 결혼 파기 경험이 있다. 첫 번째 결혼은 사법고시 2차까지 합격한 뚱땡이 고만수(오지호 분)와 결혼하려다 말았다. 결혼식날 오수정은 3차에서 떨어졌다는 고만수의 말을 듣고, 미국행 비행기 표를 쥐어준 남자를 선택한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공항으로 향하는 오수정. 두 번째 결혼은 고만수가 만들어낸 가상의 500억 재벌가 정우탁(강성진 분)과의 결혼이다. 하지만 '프로골퍼 칼고'로 돌아온 고만수를 잊지 못하고 마음가는 대로 고만수를 택한다. 그래서 또 뛰쳐나온다. 칼고는 오수정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수정에게 정우탁이 접근하게 했고, 자신은 빚쟁이라 했다.

<칼잡이오수정>오수정역 엄정화
 <칼잡이오수정>오수정역 엄정화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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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돈을 보고 사람을 선택하는 오수정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기로 한다. 개과천선이 정말 빨리 일어난다. 사람의 천성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던데, 오수정은 잘도 바뀐다.

500억과 몇백억 빚쟁이의 사이에서 정말 빚쟁이를 선택할 수 있을까? 결혼식을 두 번이고 박차고 나올 수 있을까? 결혼은 자신의 선택이라지만, 그 자리를 박치고 힘차게 뛰쳐나올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한다. 어마어마한 빚쟁이를 사랑의 힘으로 이겨낸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요즘 현실의 여성들이 이러할까. 어쨌든 지금 오수정의 선택은 탁월하다. 칼고는 빚쟁이가 아닌 몇 백억의 자산 소유자다. 몇 번의 결혼식을 박차고 나오건 상관없다. 오수정은 좋겠다. 마음속에 있는 그대를 선택하니 그가 알짜배기 부자다.

오수정을 속인 칼고. 그 사실을 알게 될 오수정. 그래도 나는 이 둘이 잘 될거라 믿는다. 계속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드라마는 현실적이면서도 가상적이다. 가상이 훨씬 크다. 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것도 어릴 적 백설공주, 신데렐라에서부터 시작된 허상의 이야기들 때문이다. 자라서는 드라마에서 알려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잘난 남자 만나 인생펴는 이야기. 잘 살고 있는 현실의 여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들. 우리는 알고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가장 현실적인 우리의 '막돼먹은 영애씨'가 떠오른다. 케이블 방송 치고,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찬사를 받는 이유는 꾸미지 않아서가 아닐까? 보통의 드라마 속 언니들은 너무 우아하고, 편하게 산다.

현실 속 여성들이여, 현실에서 삽시다. 현실이 더 다이내믹하며, 행복하지 않은가? 우당탕거리는 삶이 행복한 이유, 드라마에는 내가 없지만 현실에서는 내가 주인공! 잊지 말자.

덧붙이는 글 | <제2기 티뷰 기자단> 응모 기사입니다.



태그:#커프, #칼잡이 오수정, #윤은혜, #채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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