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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으로 푹푹 찌던 지난 달 15일 부터 전북 남원의 육모정 입구에서 전통 방식으로 배우는 '내 집 짓기 체험교실'이 개최되었습니다.  처음이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지만 참여하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막연히 '한옥은 비싸다', '비실용적이다' 등등의 이유로  소비자들로부터 왜곡된 인식을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여러가지로 많은 장점을 가진 우리 전통의 한옥이 말입니다.

 

애초에 두 칸으로 하자던 것이 토지주이신 남원호텔 사장님의 권유로 한 칸이 더 늘어 세 칸짜리 3량 맞배가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짓자던 것이 동자주 대신에 판대공도 올리고 육중한 대보도 모든 기둥 위에 올렸습니다. 보머리도 조각을 하고 박공도 조각을 하자고 했습니다.

 

둥근 서까래가 원칙이지만 조금은 값싸고 손쉬운 각서까래를 올린 이후, 예고 없는 장대비가 계속해서 쏟아지는 바람에 작업은 자꾸만 늦어지고 마음만 조급해 졌습니다. 그래도 격식에 맞추자며 박공위에는 목기연도 끼워넣었습니다.

 


하늘이 우중충 해 지는가 싶으면 금방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는데 작업하다 말고 이런 일이 생기면 각종 전동공구를 치우는 일 하며 여기 저기 널부러져 비를 아주 싫어하는 목재더미
들을 비단도리하는 일 하며 작업장을 정리하는 일이 매우 힘이 듭니다.

 

하늘만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자니 그렇고 자연스레 팀원 들은 술을 마시게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멀리 경기도에 강원도에 또 인천에 두고 왔기 때문데 그리고 무노동 무임금이 철저히 지켜지는 현장인지라 시간이 난다해서 비싼 기름을 때고 한 걸음에 달려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시간을 죽이는 구실로 술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내리는 비는 아주 좋은 안주거리입니다. 아울러 생음악도 되지요. 이렇게 해서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낮에도 술, 밤에도 술을 마십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 화투나 카드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한 여자를 찾는 일도 없습니다. 땀흘려 힘들게 일 한 끝의 돈이라 손가락 몇 개 흔들어 잠시 잠깐 그 귀중한 돈을 허공에 날리는 일을 하는 게 마음으로 용납이 안되는 것이지요.

 

목재에 관한 이야기, 전통 한옥의 구조와 벽체, 구들 이야기 등 이론과 실습이 겸비되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행사를 이끌고 주관하는 사람들이 공부하러 오는 분들보다 더 많을 때도 있습니다.

 

대목, 소목, 구들, 전동공구 등 주관하는 분들은 그래도 의욕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해 봅니다. 알아 주는 이가 없다 손 치더라도 '나 좋아 하는 것'이란 일종의 소명감이 차고 넘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8월 14일 오전까지 많은 비가 오다가 한 열흘 정도 비가 그치고 푹푹 찌는 폭염이 계속되었습니다. 하루만 더 하면 집의 뼈대가 완성될 즈음인 8월 25일 경부터 예고없는 장대비가 시작되어 30일 오후에야 겨우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총 14일 동안의 작업이었습니다.

 

이제 이 행사를 주관하는 팀원 모두는 또 어디선가 이런 류의 체험행사를 하자고 주문하는 전화를 기다립니다. 몇 몇 사람은 가족과의 재회도 뒤로 미룬 채 다른 현장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요

 


태그:#한옥, #전통건축, #체험교실, #내 집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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