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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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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Frame!'

영화의 바다를 향해 12번째 출항을 준비하며 부산국제영화제가 내건 슬로건은 '경계를 넘어서'다. 중심과 주변부, 지역과 국가, 남성과 여성, 과거와 미래,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 고정화된 틀을 넘어보겠다는 의지에는 독립영화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이 장편 극영화와 대등한 위치를 겨루고 아시아 영화를 세계영화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부산영화제의 옹골찬 각오가 들어 있다.

생각의 전환을 통해 그간 설정했던 '새로운 영화의 발견'이라는 틀을 넘어 '발굴과 지원'의 방향을 목표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겠다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결의인 셈이다. 4일 부산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이어진 (주)엠앤에프씨와 부산국제영화제의 MOU 체결식은 이런 점에서 주목 받았다.

영화축제를 넘어 영화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려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야심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와 MOU를 체결한 영화음악 전문 프로덕션 M&FC(Music & Film, Creation) 조성우 대표의 첫마디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공공성을 지켜내겠다"는 것. "예술 영화 채널을 확보하고 창업투자회사를 만들고 영화제 상영작들을 구매하는 등 70~80억 정도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를 통해 '아시아 영화 펀드 조성' '부산 필름 아카이브 설립' 등 문화적 다양성 확보를 위한 미래 지향적인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주)엠엔에프씨와 부산국제영화제의 MOU 조인식
▲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주)엠엔에프씨와 부산국제영화제의 MOU 조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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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주)엠앤에프씨 조성우 대표
▲ 12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주)엠앤에프씨 조성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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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터내셔날 프리미어 92편으로 역대 최대

'Beyond Frame'을 기치로 내건 1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부산국제영화제는 4일 오후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영화제에는 64개국 275편의 작품이 상영되며, 상영작품수는 지난해에 비해 30편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규모면에서는 10회 다음으로 역대 2번째이나 275편 중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프리미어가 66편이며, 자국을 제외한 외국에 처음 상영되는 인터내셔날 프리미어가 26편 등 총 92편이 프리미어로 상영돼 질적인 면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상영작은 전편 프리미어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집결호>
▲ 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집결호>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집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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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은 월드 프리미어인 중국영화 <집결호 Assembly>, 폐막작은 인터내셔날 프리미어인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序)>가 각각 선정됐다. 개막작의 영예를 안은 <집결호 Assembly>는 <야연> <천하무적> <일성탄식>을 연출하며 중국에서 최고 인기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는 펑 샤오강의 신작으로 실종자로 처리된 동료들의 명예를 회복해 주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한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 전쟁 휴먼드라마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序)>
▲ 12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폐막작으로 선정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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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작으로 선정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序)>는 1995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열혈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극장판으로 9월 1일 일본에서 개봉됐다.

영화제측은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에는 이란의 거장 다리우스 메흐르지 감독을, 심사위원으로는 2007년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루마니아 감독 크리스티안 문쥬를 비롯 중국 배우 위 난, 세르비아 공화국의 고란 파스칼레비치 감독, 한국의 이창동 감독을 각각 선정했다.

뉴커런츠 부문은 아시아 신인 감독들에게 상을 주는 부산영화제 유일한 경쟁부문으로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New Currents Award)'의 세 작품을 선정해 상금 3만불을 수여한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함께 열리는 영화시장 아시안 필름마켓은 10월 8일~11일 4일간 개최되며, 70여개사가 참여해 영화와 프로젝트를 놓고 흥정을 벌이게 된다.    

공식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심사위원단. 죄측부터 다리우스 메흐르지(심사위원장), 위난, 그리스티안 문쥬, 고란 파스칼레비치, 이창동
▲ 뉴커런츠부문 심사위원단 공식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심사위원단. 죄측부터 다리우스 메흐르지(심사위원장), 위난, 그리스티안 문쥬, 고란 파스칼레비치, 이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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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시스템 개선, 아시아 영화 소개 회사 발콘(BALCON) 창업

이전 영화제와 비교해 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새롭게 선보이거나 달라진 부분은 ▲아시아 연기자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과 ▲아시아 영화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발콘(BALCON)'의 창업 ▲티켓 시스템의 재정비 등이다. ▲새로운 상영관으로 지정된 대연동 CGV와 남포동 부산극장의 복귀도 지난해와 비교해 바뀐 부분.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씨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아시아 연기자 네트워크(Asia Pacific Actor Network)'는 아시아 영화인의 연대 모임으로 아시아 영화인들의 세계 영화진출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아시아 영화 발전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10월 5일 발기인 대회를 열 계획이며, 여기에는 아시아 영화배우 10~15인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Busan Alternativ Content Network의 약자인 발콘(BALCON)은 가칭 'PIFF 채널'을 통해 아시아 영화를 전문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문화적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아시아 각국의 제작사들과 연대해 필름 및 디지털 저예산 공동 프로젝트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발콘은 영화를 소개하고 제작을 지원하던 부산영화제가 직접 영상관련 사업에 뛰어든다는 점에서 그 '경계를 넘어서는' 행보가 주목된다. 티켓 시스템 개선은 그간 관객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은 사안으로 기존 예매 방법 외에 포털사이트 및 GS25시 편의점 현금인출기에서도 예매가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한 차원 나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결제방법도 신용카드 휴대폰결제 계좌이체 등으로 다양화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박광수 아시안필름마켓 운영위원장
▲ 12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박광수 아시안필름마켓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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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그간 활용돼 왔던 피프캐시는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 그러나 지난 경험을 볼 때 새로운 티켓 시스템이 이번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지난 12년간 예매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부산영화제 측은 '이번에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번번이 예매 시작 당일 접속자수가 늘어나면서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 포스터
▲ 12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부산영화제 포스터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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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5회 때는 예매 시작 당일 인터넷 예매가 하루 종일 에러가 나 엄청난 원성을 들어야 했으며, 지난해에도 인터넷 예매는 초기 3~4시간 정도는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했다. '서버수를 늘렸음에도 접속자가 워낙 많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것이 영화제측의 변명이었지만, 인터넷 예매가 시작된 이후 한해도 빠짐없이 예매 대란이 되풀이 됐다는 점에서 이번 시스템 개선의 성공여부는 예매시작 당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외됐던 부산극장이 상영관으로 복귀한 점은 해운대로 중심 이동을 꾀했던 그간의 계획에 차질을 주면서 부산 시내 극장가인 남포동의 혼잡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상영관으로 복귀한 부산극장과 대영시네마는 1100석과 960여석에 달하는 극장을 갖고 있어 유력 작품의 상영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서로 마주보고 있는 남포동 상영관들의 장점이 이동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해운대 상영관인 메가박스와 프리머스는 거리가 떨어져 있어 극장을 옮겨 다니는 관객들의 동선에 부담감을 주고 있다. 전용상영관(두레라움) 건립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이번에 상영관으로 추가된 대연동 CGV 역시 관람객들의 동선을 깊게 고려치 않은 것으로 보여 관객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영화의 미래 방향 예견"

한편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의 특징에 대해 아시아 영화를 책임지고 있는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아시아 영화가 세계로 나아가는 위치를 굳혔다"면서 "중국 일본 인도의 산업적 성장의 두드러졌고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독립영화가 두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별전으로 기획된 故 에드워드 양 감독과 관련해 "제작된 8편의 작품들 모두의 판권이 각각이어서 어느 영화제도 전편을 다 상영하지 못했지만 부산에서만큼 8편 전편이 상영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월드시네마를 담당한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아시안 필름마켓이 창설되면서 부산영화제의 산업적 영향력이 강화됐다"고 말하고 "세계 영화의 흐름을 볼 때 아시아-유럽 영화가 큰 성장을 이뤘으며, 작은 국가로서 큰 성장을 이룬 이스라엘 루마니아 멕시코의 영화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질의 신작들을 총망라했다"며 이번에 선정된 작품들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상용 프로그래머
▲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한국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상용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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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담당한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한국영화의 제작편수가 줄었지만 (출품작은)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히고, "오픈 시네마에서 한국영화가 상영된다"는 점에 의의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뉴커런츠와 저예산영화들을 선정한 비젼 프로그램에 있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 영화의 미래 방향들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와이드앵글을 담당한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국가인권위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특별 초청됐으며 아시아 다큐멘터리 네트워크(AND)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지원 된 작품 중 13편이 상영된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 수영만 야외상영장에서 개막하며 10월 12일까지 9일간 수영만 남포동 해운대 상영관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태그:#부산영화제, #김동호, #아시안필름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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