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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당무보고를 받기 위해 24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회의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만큼 미래를 많이 이야기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도 "한반도 대운하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미래를 향한 대 프로젝트"라고 했으며 경선은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 선거"이니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우리 국민이 누가 적임자임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후의 당선자 수락 연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저는 여러분의 지지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희망임을 압니다"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미래를 향한 화살표는 오히려 과거 쪽으로 꺾어지는 것 같다.

과거로 꺾어지는 미래를 향한 이명박의 화살표

실제로 그는 과거에 많은 것이 발목이 잡혀있는 사람이다. 위장전입, 도곡동 땅을 비롯한 부동산부터, 금융회사 BBK 논란, 서울시장 재임시 특혜 논란, 건강보험료 축소 납부 논란 등 유독 과거의 일 때문에 많은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내놓은 대표적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은 둘째치고라도, 대운하 공약이 이미 흘러간 20세기형의 토건 경제이며 구시대적인 반환경적 개발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한나라당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대폭 수정까지 검토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가 이제는 이미 한참 한물간 색깔론까지 끄집어내고 있다. 8월 30일자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선거는 친북좌파 세력과 보수우파 세력의 대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미 이명박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핵이 있는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핵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친북좌파'라는 시대착오적 개념을 끄집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로서 부적절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사고이며 발언이다.

이명박 후보의 개념 정리대로라면 '친북좌파 대 보수우파'가 아니라 '친북좌파 대 반북우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과거 항상 전쟁의 위협에 시달렸던 남북냉전시대로 되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북한과의 신뢰와 협력은 돌이킬 수 없는 미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 후보는 친북이 아닌 반북을 하겠다는 것인가?

친북이라고 해도 원칙 없고, 투명하지 못한 남북관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지,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데 반대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우리 한반도의 미래는 친북이 될 수밖에 없고, 또 그리 되어야 한다. 그런데 유력한 대통령 후보란 사람이 그런 미래를 거슬러 과거로 되돌아가려 하다니 딱한 노릇이다.

좌파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우리사회 전체가 보수, 우경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좌파란 개념은 이제 생경하기 그지없다. 한나라당은 현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직을 늘리고,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켰으며, 부동산 정책을 잘못 써서 가격이 폭등했다고 비판해 왔다. 더구나 현 정부는 한미FTA까지 밀어붙였는데, 세상에 이렇게 친미·우파적인 좌파가 어디 있는가?

지금은 누구든지 북한 땅인 금강산으로 관광가고, 우리 기업이 좀 더 나은 기업환경을 위해 북한의 군사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개성지역의 개성공단으로 진출하는 시대이다. 이명박 후보의 말대로 북한 주민들이 수해로 어려움을 겪으니 우리가 도와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 남북의 정상이 수시로 만나 남북의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친북좌파라는 색깔론을 들고 나온 이명박 후보가 만약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까지의 남북 협력 화해 노력이 다시 예전의 남북냉전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다. 이게 이명박 후보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인가?

색깔론은 이명박 후보에도 도움 안돼

이러한 색깔론이 이명박 후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번번이 색깔론이라는 녹슨 칼을 창고에서 꺼내 휘둘렀지만 오히려 '수구냉전 세력'이며 '전쟁불사 세력'이라는 인상만 각인시키고 선거에서 졌다. 인혁당 사건이 무죄선고를 받고 국가배상판결이 나는 이 21세기의 시대에 색깔론이 가당키나 한 짓인가?

이명박 후보의 말과 행동을 보면 이명박 후보의 미래는 오로지 대통령 당선이라는 컨텐츠 외에는 없는 듯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훈수를 받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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