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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대논쟁 2탄 - `사람 중심 경제로 8% 고성장 가능한가?` 대담이 28일 오후 여의도 CCMM빌딩에서 문국현 대선예비후보(사진)와 김종인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다음 주관으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문국현 바람이 심상찮다. <오마이뉴스>에서 집중 보도한 이후 열광하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고 문 후보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절망에 빠져 있던 개혁 성향의 시민들이 마침내 대안을 발견했다는 듯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만능주의의 주술

이처럼 뜨거운 반응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필자는 '문국현 바람'을 보며 새삼 우리 사회가 시장만능주의의 주술에 깊이 빠져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표적인 주술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재벌 체제에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그 재벌이 우리 국민들을 먹여 살린다. 산업구조의 고도화는 고용없는 성장을 초래하므로 실업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세계화의 와중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규모를 키우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생산비를 절감해야 하는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 주술에 따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전망하면, 세계화·양극화·대기업 지배체제의 강화·실업의 만연·고용 불안정 등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아무리 우리 경제가 선진화되고 국민소득이 올라간다고 해도 이런 미래를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은 이런 미래에 문제가 많다고 느끼면서도 도저히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시장만능주의의 주술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시장만능주의와 맞서서 '양극화 없는 동반성장'을 실현하리라 기대했던 참여정부는, 스스로 만든 동반성장 정책이 별 성과가 없다고 느꼈던지 한미FTA를 맹렬히 추진하면서 시장만능주의에 백기투항하고 말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국민들은 "동반성장이란 실현 불가능한 몽상"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것 아닐까?

이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남은 길이 무엇이었겠는가? "문제가 많고 마음에 안 들지만 시장만능주의에 한번 기대보자. 부패한 듯 보이지만 경부대운하든 뭐든 해서 성장을 시킨다면 지금보다는 좀 나아지지 않겠는가?"하는 생각 말고 무슨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겠는가?

문국현 후보를 보면 왜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을 받을까? 이명박 후보와는 대조되는 기업인이어서일까, 아니면 그의 삶이 언행일치의 모범을 보여주어서일까? 아니, 그 이상인 것 같다.

문국현이 몸으로 보여준 다른 미래

문 후보는 자신의 삶으로 사람 중심, 중소기업 시대, 평생 직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생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시장만능주의의 주술에 매여 있던 우리에게 "아닙니다, 다른 미래가 있습니다, 동반성장은 몽상이 아니고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목표입니다"라고 외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외침은 일찍이 "경제법칙과 도덕법칙은 하나"라고 외치며 바른 길이야말로 성공하는 길임을 가르쳤던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를 떠올리게 한다.

적기에 좋은 후보가 등장했다는 느낌이 든다. 문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의 등장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기에 문 후보의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희망제안 17가지'라고 해서 정책 공약이 제시되어 있다. 모두 철학과 원칙이 좋다. 하지만 좋은 정책이 되려면 철학·장기대책·단기대책·보완대책을 종합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문 후보에게는 적절하고 완성도 높은 장기대책·단기대책·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는 것 같다.

문 후보의 토지공개념, 방향은 옳지만 수단에 문제

▲ 정부가 분당급 신도시로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동쪽 지역 660만평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지난 6월 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앞에서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필자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꾸준히 주장해 왔기에, 특히 문 후보의 부동산 정책에 주목하게 된다.

기업인 출신인 문 후보가 토지공개념 강화를 '희망제안 17가지' 중 세 번째 순위에 올려두고 있는 점부터 이채롭고 또 반갑다.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기에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내용만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토지공개념 강화로 주택과 토지 가격의 안정'이라는 제목이 붙은 해당 부분을 인용해 보자.

"주택과 토지 정책은 가격안정을 목표로 합니다. 서민이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신도시에 시세 대비 반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습니다. 토지의 공영개발 공급을 확대하여 기업의 생산비를 줄여주겠습니다. 국제적 기준에 따라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하겠습니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존재이다. 이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는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방법은 없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서 반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더라도 투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아예 신규주택을 공짜로 공급하더라도 부동산 불로소득을 제거하지 않는 한, 기존 주택 시장이나 토지시장, 그리고 상가시장에서 투기는 일어난다.

사실 가격과 직접 씨름하는 것은 포퓰리스트(populist)들이 취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지난 몇 년 사이 부동산 정책 대안들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졌는데, 그 중 많은 것들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해서 집값 폭등을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집값이 폭등해서 문제인데 그 집값을 직접 내린다고 하니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는 느낌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강력할지라도 정부는 중력의 법칙을 폐지할 수 없는 것처럼 수요공급의 법칙을 폐지할 수 없다"고 하는 스티글리츠(G. E. Stiglitz)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스티글리츠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서 IMF 식의 시장만능주의와 세계화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이다.

'1/4값 아파트'의 공급은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없다. 그것은 토지공개념이 완전히 실행되기 전까지 주거문제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으로서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이런 류의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나서는 것은 제2의 홍준표가 되겠다는 뜻이다.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불로소득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라야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이 관건

부동산 불로소득의 제거에 가장 좋은 정책 수단은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고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편과 국공유지를 확대하고 그것을 민간에 임대하는 토지공공임대제이다. 양자는 토지공개념의 장기정책으로서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 상관없이 꾸준히 추진해야 할 정책들이다.

물론 이 두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부동산 값이 폭등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주택 담보 대출 규제와 같은 미시적 금융대책과 양도소득세 강화 등의 단기정책을 통해 대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장기정책과 단기정책을 실시하더라도 주거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존재할 것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공공임대 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대지임대부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과 같은 저가 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주거복지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문국현 후보는 부동산 정책의 철학을 바로 잡았다. 그러나 이 철학을 실현할 정책 수단은 잘못 잡고 있다. 가급적 빨리 제대로 된 정책 수단을 마련하기 바란다. 시장만능주의의 주술을 깨는 막중한 역할을 감당할 대통령 후보가 정책 수단의 오류로 인해 낭패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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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대구가톨릭대 교수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헨리조지센터 대표,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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