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의 승부에서 감독이 꺼낼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는 바로 선수 교체다. 만약 자신의 팀이 수비를 하고 있다면 투수를 바꾸고 공격 시에는 대타를 기용한다. 우리는 그들을'핀치히터(pinch-hitter)'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종종 경기를 뒤바꿔 놓으며 보는 이들에게'짜릿함'을 안겨다 준다.

18일 현재 각 팀들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약 80%가까이 경기 일정이 치러진 현재,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핀치히터는 누구였는지 알아보자.

대타(代打) 세계의'4대 천왕‘

현대 유니콘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각각 2명씩 최고의 대타자를 가지고 있다. 강귀태와 유한준(이상 현대), 그리고 최경환과 손용석(이상 롯데)가 바로 그들이다.

 '핀치히터' 최강자-강귀태
ⓒ 현대유니콘스
프로 7년차 강귀태(28)는 마흔살을 앞에 두고 있는 김동수에 밀려, 올 시즌 선발 마스크를 쓴 경기는 단 10경기뿐이다. 하지만 경기 중반 이후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맹타를 휘둘렀다. 18타수 8안타 타율 .444, 그가 대타로 나왔을 때 기록이다. 8안타는 올해 32경기에 나서 만들어낸 안타 수(16개) 가운데 딱 절반임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유한준(26) 역시 핀치히터로 한 몫 하고 있다. 시즌 타율이 .222에 그치고 있지만 지명대타로 등장했을 땐 .370(27타수 10안타)로 껑충 뛴다. 뿐만 아니라 타점도 무려 10개나 기록했다. 올 시즌 단 한 번이라도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타점이다. 동국대학교 2년 선배인 강귀태와 함께 팀 내'비장의 카드'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 1차 지명을 받은 손영석(20)도 그들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그는 현재 2군에 머물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지만 지난 7월26일 광주 KIA전까지 .344로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 부드러운 스윙이 장점인 그는 경기 중.후반 대타 시에는 더욱 힘이 넘쳐 16타수 7안타 .438의 고 타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2루타만 3개를 뽑아낼 정도로'젊은 피'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시즌타율 .216-> 대타성적 .412
ⓒ 롯데자이언츠
지난 2006년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해 올 때까지 4년간 .277을 기록했던 최경환(35)은 부산에 오면서 그라운드보다는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올 시즌 타율도 2할 대 초반에 머물며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역시 핀치히터로써는 이름 석 자를 당당히 내밀고 있다. 손영석이 빠진 자리를 강병철 감독은 최경환에게 맡겨 17타수 7안타 .412를 기록 중이다. 파이팅 넘치는 주루 플레이로 단타로 그칠 것을 장타로 연결시켜 경기 흐름까지 뒤바꾸는 힘까지 보여주고 있다.

고개 숙인 핀치히터'4인방'

반면 지명대타로 나와 허공만 가르고 돌아가는 이들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있다. 그것도 한 팀에 대량으로 몰려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팀이 시즌초반 예상을 깨고 호시탐탐 선두 SK를 노리고 있는 두산이라는 점이다. 윤석민-유재웅-장원진-전상열이 바로 고개 숙인 핀치히터'4인방'이다.

올시즌 이들이 대타로 나서 기록한 타율은'0', 제로다. 4명 모두 합쳐 30타수 무안타. 각각 프로경력 4년차인 윤석민과 유재웅은 각각 8타수 무안타, 고참급 서열인 장원진과 전상열은 각각 7타수와 5타수지만 안타가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주전 포수 홍성흔이 12타수 1안타(.083)로 무안타 클럽에 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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