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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속에 숨은 묘향산의 모습
ⓒ 서종규
우리 땅 백두산에 올라 벅차오르는 감격을 만세 삼창으로 외쳤던 어제의 감동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묘향산(1909m)을 바라봤다. 피어나는 구름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간밤에 쏟아진 비로 계곡물은 천지를 뒤흔들며 쏟아져 내려가는데 골골에서 피어나는 구름들은 그대로 하늘까지 솟구쳐 오른다.

빗줄기가 거세졌다가 가늘어지는 사이에도 소나무 사이사이에서 피어나는 구름은 능선을 타고 넘어 다음 능선에서 피어나는 구름과 만나고, 첩첩 포개진 능선들은 이름 그대로 산세가 기묘하고 향기를 풍기는 묘향산의 진면목을 드러내 준다. 너무 많은 구름에 멀리 봉우리들이 희미하게 들어오지만 장엄한 줄기와 능선들의 흐름을 바라보니 가슴이 벅차다.

▲ 소나무에서 솟은 구름이 능선을 넘는다.
ⓒ 서종규
그저 산길을 따라 쭉 올라가 진귀봉(1832m), 원만봉(1795m), 향로봉(1599m), 오선봉(1365m), 법왕봉(1388m), 문필봉(1531m), 백산(1599m), 칼봉(1530m), 형제봉(1229m) 등을 다 오르고 싶다. 금강폭포, 대하폭포, 용연폭포, 산주폭포, 천신폭포, 서곡폭포, 무릉폭포, 은선폭포, 유선폭포, 은정폭포, 비선폭포, 9층폭포, 은하폭포 등 이름만 들어도 선계 같은 묘향에 빠져보고 싶다.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교육자 상봉모임이 지난 8월 6일부터 9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남북교육자 상봉모임은 남측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교육자 100명이 서울 김포공항에서 북측항공기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하여 북측의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이하 교직동)의 교직원 300여명과 만나 교육에 대한 서로의 열정을 확인하고 교육자들이 통일 교육을 실천할 의지를 다진 행사다.

▲ 아름다운 건물의 지붕과 묘향산
ⓒ 서종규
8월 8일(수) 오전 8시에 평양 양각도 호텔을 출발하였다. 비가 간간히 차창에 부딪치는 가운데 차는 다시 평양 시내를 거쳐 고속도로를 타고 묘향산으로 향하였다. 고속도로라고 하여도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와는 규모나 시설 면에서 차이가 난다. 중앙 분리대는 화단 형태로 되어 있다. 갓길이 좁고, 간혹 갓길에 사람이 지나가기도 한다. 교통량도 현저하게 적다.

고속도로변에는 벼농사를 짓고 있는 논들이 계속 되었다. 논에는 우리나라 농촌에서 보듯 벼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간혹 옥수수 밭이 보이기도 하였다. 주택들도 눈에 들어오는데 모두 계획된 마을처럼 똑 같은 집들이 나란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 비가 내리는 묘향산의 계곡물
ⓒ 서종규
계속 비가 내린 가운데 청천강이 보인다. 강물이 많이 불어 있다. 청천강을 넘는 철길도 보인다. 청천강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강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였을 때, 고구려의 그 넓은 영토를 모두 잃어버리고 청천강 이남만 차지하였던가? 붉은 강물이 거대하게 흐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10시 30분에 묘향산 입구에 도착하였다. 평양에서 약 190km, 약 2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행정구역으로는 평안북도 향산군이다.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묘향산에는 많은 북한 사람들이 보였다. 단체로 묘향산을 찾은 사람들인 것 같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우리 차를 보고 손을 흔든다. 묘향산이 눈에 보인다. 소나무 사이에서 피어나는 구름이 한 눈에 들어온다.

국제친선전람관, 김일성 김정일 주석이 받은 선물 전시

▲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 모습
ⓒ 서종규
우리 일행은 국제친선전람관을 방문하였다. 국제친선전람관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국인들부터 받은 각종 선물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콘크리트 건물로 된 이 건물은 겉이 조선식이며, 1978년 8월에 개관하였다. 건물은 겉만 보이고 안은 산을 뚫어 산 속으로 들어가 있다. 제1전람관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물 받은 5만5천여 점, 제2전람관에는 김일성 주석이 선물 받은 약 22만점의 기념품들이 수장되어 있다

두 건물 모두 육중한 철대문을 통해서 들어간다. 사진기와 기타 물건들은 출입구 옆에 있는 물품 보관대에 맡기고, 덧신을 신어야 한다. 각 방에 전시된 선물들의 종류가 다양하다. 안내를 맡은 여인은 아주 엄숙한 분위기로 안내를 한다.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할 때 보낸 선물을 비롯하여 눈에 띄는 여러 사람들의 이름과 선물이 눈에 띄었다.

▲ 큰 붓으로 그려놓은 한국화라고 했던가?
ⓒ 서종규
각 전시관에서 관람을 다 마치면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자 묘향산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내가 본 묘향산의 모습은 대부분 이 곳에서 본 모습이다. 빗줄기가 쏟아지는 숲은 살아서 움직인다. 소나무들은 너울너울 춤을 추고, 소나무에서 솟구치는 구름들이 산 능선으로 뻗어간다. 묘향산의 기기묘묘한 모습들은 그 구름 속에 다 들어 있겠지만 겉으로 보는 묘향산도 좋다.

국제친선전람관의 건물이 조선식으로 지어져 풍경으로 이어지는 지붕이 아름다웠다. 풍경을 지나 멀리 바라다 보이는 묘향산의 골과 능선이 더 아련하게 다가온다. 한 발을 내딛어 그대로 산으로 가고 싶다. 묘향산을 눈앞에 두고 오르지 못한 마음이 너무 아쉽다. 언젠가 다시 묘향산을 목표로 북한을 찾아야 할 것 같다.

▲ 묘향산의 소나무들
ⓒ 서종규
저기 어디쯤에 보현사가 있겠다. 승려 휴정이 승병을 모아 의병활동을 하기도 하였던 보현사뿐만 아니라 안심사, 상원암, 능인암 등 많은 사찰이 있을 것이다. 모두 어름 짐작으로 저 구름 밑 어느 곳에 있겠지 하는 아쉬움만 키웠다.

재미있었던 것은 비행기 안에서 보았던 화보집의 내용이었다. 이 화보집에 묘향산역사박물관이 소개되어 있었다. 그런데 묘향산 보현사의 모든 건물들이 이 역사박물관에 속해 있었다. 북한에서는 사찰을 역사박물관으로 지정하여 보호하나 보다.  

▲ 솟구친다 .묘향산의 구름들이 솟구친다.
ⓒ 서종규
대전 대덕중학교 전재형 선생은 묘향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에 발이라도 담가보고 싶다고 했다. 첩첩 산 줄기들은 큰 붓으로 그려놓은 한국화 같단다.보현사에라도 들려 그 소중한 문화재들을 직접 보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구름이 피어나는 묘향산을 보니 산줄기가 큼직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는 산입니다.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 또한 힘찹니다. 골짜기에 내려가 발을 담가보고 싶습니다. 구름 속에 첩첩 포개진 저 큰 능선들이 큰 붓으로 강하게 내려 갈겨놓은 한국화를 보는 느낍니다. 보현사를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 묘향산 입구에 있는 향산호텔
ⓒ 서종규
묘향산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국제친선전람관을 관람하고 보현사를 찾는다. 하지만 우리들은 보현사도 찾지 못하였다. 일정에 쫒기다보니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했다. 오후 1시 10분 묘향산 입구에 있는 향산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다. 깔끔한 산채를 비롯하여 송어구이 등 맛깔스러운 음식들에 매료되었다.

2시 10분 우리들은 향산호텔을 출발하였다. 묘향산을 그대로 두고 말이다. 빗줄기는 다시 굵어져 차창에 부딪힌다. 묘향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다시 청천강과 만난다. 뒷모습 그대로 묘향산은 점점 더 구름 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 통일이 되어 저 묘향산에 꼭 오르고 싶다.
ⓒ 서종규

덧붙이는 글 | '평양에서 개최된 2007 남북교육자 상봉모임' 기사는 1. 아이들에게 푸른 하늘을 보게 하자, 2. 교육기관 방문, 3. 평양의 풍경, 4. 백두산 천지, 5. 묘향산, 6. 아리랑 공연 등 총 6개의 기사로 이루어집니다.


태그:#남북교육자, #북한, #묘향산, #보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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