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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민공원에서 팔리는 각종 새들. 새를 기르는 데 필요한 먹이와 관련 상품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 모종혁

지난 12일 중국 충칭(重慶)시 위중(渝中)구 런민(人民)공원. 매주 주말 공원은 별천지 장터로 변한다. 각종 새와 개, 고양이, 토끼부터 곤충, 금붕어까지 온갖 애완동물이 공원 곳곳을 점령하기 때문이다. 주말 장터는 애완동물을 판매하려는 상인들 뿐만 아니라 직거래를 위해 나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원 입구에서 만난 리주안(여)도 갓 태어난 애완견 한 마리를 데리고 나왔다. 리씨는 "끼우던 차우차우가 1주일 전 새끼 두 마리를 낳아 한 마리를 분양하려 나왔다"면서 "애완동물 판매점에 위탁하면 중개료를 내야 하는데다 직거래를 통해 마음에 맞는 새 주인을 찾아 분양할 수 있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공원 중앙에는 중국인이 즐기는 싸움용 귀뚜라미도 팔리고 있었다. 귀뚜라미는 적게는 3~4위안(약 360~480원)에서 비싼 것은 20위안(약 2400원)까지 호가했다. 귀뚜라미 싸움은 중국의 옛 황제와 귀족들이 즐긴 놀이로, 오늘날 귀뚜라미 애호가는 2천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귀뚜라미 판매상인 황신(43)은 "귀뚜라미 싸움은 당나라 이래 천여 년의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면서 "명·청 시대에는 황실에서 즐기는 귀족 놀이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귀뚜라미를 고르던 한 중년인은 "경기에 나갈, 쓸 만한 귀뚜라미를 구하기 위해서 왔다"면서 "비밀 장소에서 열리는 도박경기는 귀뚜라미 마니아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귀띔했다.

▲ 제팡베이(解放碑)에 있는 한 애완견 판매점. 애완견을 꾸미려는 사람들의 욕구에 따라 갖가지 관련 용품도 늘어나고 있다.
ⓒ 모종혁

'묻지 마' 애완동물 열풍에 급팽창하는 '충우' 경제

최근 중국 도시민 중심으로 애완동물 기르기 열풍이 거세다. 각박한 직장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젊은이들부터 자녀를 출가시킨 뒤 적적함을 달래려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애완동물을 선호하고 있다. 일부 젊은 부부들 사이에는 자녀를 낳지 않는 대신 애완동물을 키우며 지내는 딩크족(丁克族, Double Income No Kids)도 늘고 있다.

기르는 애완동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개, 고양이에서 새, 금붕어, 귀뚜라미, 도마뱀까지 가지각색의 애완동물이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동물농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가정에서 1억5000만 마리의 각종 애완동물이 길러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비례로 볼 때 9명당 한 명 꼴로 애완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늘어나는 애완동물과 함께 '충우(寵物) 경제'라 불리는 관련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5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현재 중국 애완동물 관련 시장 잠재력은 15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애완동물 관련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20%의 급성장을 기록했다"며 "2010년 애완동물 시장규모는 400억 위안(약 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7월 3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베이징·상하이·충칭·광저우(廣州)·우한(武漢) 등 5대 대도시를 중심으로 애완동물 관련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KOTRA는 "중국 애완동물 관련 용품 유통 및 서비스산업의 이윤은 200% 이상"이라며 "사료부터 애완동물용 장난감·목욕용품·건강보조제품·옷·기저귀·발톱정리설비·헬스기기·영양제 등까지 각종 애완동물용 용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인간의 묘와 별 차이가 없는 푸저우의 애견 전용묘. 푸저우 뿐만 아니라 상하이, 청두 등 중국 각지에서 애완동물 전용묘가 등장하고 있다.
ⓒ <둥난콰이바오>

애완동물 보험·위탁양육·장례업에 여행패키지까지

애완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으면서 전에 없던 일들까지 벌어지고 있다.

작년 말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에 사는 류(劉)모 여인은 키우던 개가 죽자 2000위안(약 24만원)의 장례비용을 치른 뒤 호화 애견묘지에 묻었다. 홍먀오링(紅廟岭) 야산에 조성된 애견 전용묘지는 장례비만 최소 1000위안(약 12만원)을 넘지만 찾는 이가 줄을 잇고 있다. 3월 <둥난콰이바오>(東南快報)는 "조성된 애견묘는 묘비에 주인이 놓고 간 헌화, 개 형상물까지 만들어져 인간의 묘와 별 차이가 없다"고 보도했다.

7월 22일에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에 사는 린(林)모 교수가 죽은 애견을 위해 10만 위안(약 1200만원)을 써서 큰 논란이 되었다. 린 교수는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난 개지만 3개월 동안 고독한 나와 함께 지내며 만년 생활 최대의 기쁨을 줬다"면서 "특별한 장례로 개에 대한 내 애정을 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린 교수가 지불한 총 장례비용 10만680위안은 중국 일반 노동자의 7, 8년치 월급에 맞먹는 금액이다.

애완동물 보험, 위탁양육업, 장례업, 여행패키지 등 애완동물산업 뿐만 아니라 관련 직업도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주인 대신에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보모는 유망 직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월 <화서도시보>는 "애완동물 판매점에 맡기면 산책과 목욕을 제외하더라도 작은 동물은 하루 80위안, 큰 동물은 140위안의 비용이 든다"면서 "긴 명절이나 장기 출장을 가는 주인들은 아예 애완동물 보모를 찾는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도 "광저우에만 3만여 명의 애완동물 보모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자격 있는 보모는 100여 명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광저우에서 활동하는 애완동물 보모는 평균 월급이 900~1000위안(약 10~12만원) 사이지만 일부는 일반 가정부보다 많은 1500위안(약 22만원)을 받고 있다.

▲ 중국 네티즌의 공분을 샀던 중국판 '개똥녀' 사건. 작년에는 충칭에서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
ⓒ 홍넷

낮은 의식 수준, 환경오염 일으키는 사체 등 문제 심각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고 관련 시장도 급성장했지만 애완동물을 다루는 중국인의 의식 수준은 매우 뒤떨어져 있다. 중국 도로에서는 애완동물의 대소변을 아무렇게나 처리케 하는 주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덩치가 큰 애완견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길거리에 내놓고 다니게 하기도 한다.

6월 30일 일어난 중국판 '개똥녀'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후난(湖南)성 창샤(長沙)시의 한 버스 안에서 중년 여성은 자신의 개를 좌석에 당당히 앉혀놓았다. 한 승객이 찍은 이 진풍경이 인터넷에 오르자 중국 네티즌들은 들끓었다. 한 네티즌은 "지저분한 개를 사람이 앉는 좌석에 앉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개 주인의 의식은 수준 낮은 애완동물 문화를 보여준 것"이라고 개탄했다.

5월 11일 <중국청년보>도 "죽은 뒤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애완동물의 사체로 인해 환경오염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애완동물을 화장하는 시설이 극히 적은데다 최소 500~800위안을 드는 비용이 주인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면서 "특히 병사한 애완동물을 내다버리거나 땅에 불법 매장하면서 식수원 오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넘치는 애완동물에 대한 양육관리규정을 두고 관할기관에 신고토록 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시되고 있다. 까다로운 규정과 값비싼 등록비에 불만을 느끼는 애완동물 주인들이 이를 제대로 안 따르기 때문. 게다가 부유층에서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번지는 티베트산 마스티프(藏獒) 기르기가 큰 유행이다.

귀뚜라미, 개 등을 이용한 도박 경기도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을 늘어나게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중국 경제와 넉넉해지는 중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애완동물 붐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 중국 부자들의 필수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티베트산 마스티프. 유구한 혈통을 자랑하는 희귀 견종으로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 마스티프애호협회

태그:#중국, #애완동물, #충우경제, #개 전용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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