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수원 월드컵보조경기장 수원 삼성-경찰청 간의 K-리그 2군 경기, 등번호 23번을 단 한 선수가 이를 악문 채 오른쪽 측면을 쉼 없이 오르내리며 경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조용히 다가서 말을 걸어보려 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그는 구단버스로 향했다. 몇몇 팬들이 "힘내라"고 외치며 그를 격려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더 많은 팬이 자신을 향해 이름을 연호하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뒤돌아 손뼉치고 인사하며 대기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그려지지 않았을까?

팬들에게 잊혀가던 그 변신하다!

▲ 조금씩 살아나는 기운을 보이고 있는 조원희
ⓒ 강창우
조원희(24). 2005년 10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국내 데뷔전인 이란과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1분 상대 수비수 세 명의 다리에 맞고 들어가는 인상적인 득점을 했던 그는 지난해 독일 월드컵 최종 명단에 올라 본선 출전의 꿈을 키웠지만 송종국(28)에 밀려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팀으로 복귀한 뒤 8월 23일 '숙적' FC서울과의 정규리그에서 이관우의 화려한 신고식에 도움으로 일조하기도 했던 그는 차범근 감독이 후기리그를 스리백-포백 수비로 혼용하면서부터 제 길을 찾지 못했다. 결국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지도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 번 떨어진 자신감은 쉽게 회복될 줄 몰랐다. 계속 뒤쳐지던 그는 결국 올 시즌이 시작된 뒤 4월 말에 2군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큰 부상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송종국과의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국가대표와도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아시안컵에서 오범석(24·요코하마FC)이 팀 동료 송종국을 뛰어 넘으면서 그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그렇게 조원희는 팬들로부터 잊히는 듯했다.

최근 조원희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지난 7월 미국 LA에서 열린 '월드 시리즈 오브 풋볼' 멕시코 클럽팀 티그레스와의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첫 선을 보인 것이다. 당시 경기 후 차 감독은 "연습경기 때 중앙으로 기용할 것을 생각했는데 상당히 잘했다"며 그의 변신을 칭찬했다.

조원희의 변신은 김남일의 부상과 연계되어 있다. 차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의 부상으로 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조원희는 측면 수비수로 공격에 활발하게 참가하지만 수비 전환이 늦다. 이런 문제점은 그를 활용하고 싶어하는 차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조원희는 경쟁에서 살아남을까?

8일 전북과의 경기까지 조원희는 네 경기 연속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그는 상대팀 플레이메이커와 주 공격수들을 번갈아 수비하며 수비 능력을 과시했다. 지난 1일 서울과의 FA컵 16강 경기에서는 히칼도를, 이번 전북과의 경기에서는 이현승을 맡아 패스 길을 차단했다.

과거 팀 선배 박건하가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해 성공한 적이 있다. 시즌 초에는 김남일이 스리백 수비의 중심으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측면을 오르내리던 그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하고 있는 느낌은 어떨까?

전북과의 경기 뒤 만난 조원희는 "어색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괜찮고 부담스럽지 않다"며 새로운 포지션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전반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더 많이 출전해 응원하는 팬들과 서포터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강렬한 소망을 털어놨다.

포지션 경쟁이 불가피한 송종국에 대해서도 "전혀 부담 없다. 5분이든 10분이든 감독님에 의해 주어진 시간에 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한층 성숙한 감정을 드러냈다.

조원희의 생존 경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에 연착륙하려면 김남일만큼의 중원 지배력이 있어야 하고 상대 수비를 흔드는 침투 패스가 가끔 나와야 한다. 투지 넘치는 수비력으로만 겨루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김남일이 돌아오면 수비형 미드필더 '실험'은 막을 내릴 공산이 크다.

자연스럽게 측면에서 송종국과의 경쟁으로 넘어간다. 송종국도 아시안컵이 끝난 뒤 팀 복귀 후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해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인고의 기간을 보내고 있는 조원희가 어떤 노력으로 팬들에 다가설지 후반으로 넘어가는 K-리그의 관심거리 중 하나다.

덧붙이는 글 | *경기결과

수원 삼성 2-3 전북 현대

(득점-전29, 에두 도움:배기종, 후18, 백지훈 도움:에두<이상 수원> 전11, 스테보 도움:정경호 전41, 정종관 후19, 스테보 도움:정경호 <이상 전북>) 

수원 삼성 

문지기-이운재
수비수-양상민, 마토, 곽희주, 송종국(H, 홍순학)
허리-이관우(후26, 안정환), 조원희, 백지훈, 배기종(H, 김대의)
공격수-에두, 하태균


전북 현대

문지기-권순태
수비수-김정겸(전11, 최철순), 최진철, 김영선, 전광환
허리-김재형(후22, 이정호), 이현승(후9, 토니), 권집
공격수-정종관, 스테보, 정경호

2007-08-09 11:12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경기결과

수원 삼성 2-3 전북 현대

(득점-전29, 에두 도움:배기종, 후18, 백지훈 도움:에두<이상 수원> 전11, 스테보 도움:정경호 전41, 정종관 후19, 스테보 도움:정경호 <이상 전북>) 

수원 삼성 

문지기-이운재
수비수-양상민, 마토, 곽희주, 송종국(H, 홍순학)
허리-이관우(후26, 안정환), 조원희, 백지훈, 배기종(H, 김대의)
공격수-에두, 하태균


전북 현대

문지기-권순태
수비수-김정겸(전11, 최철순), 최진철, 김영선, 전광환
허리-김재형(후22, 이정호), 이현승(후9, 토니), 권집
공격수-정종관, 스테보, 정경호
조원희 수원 삼성 프로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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